페이스북 친구 2,800명 '저 비정상인가요?' (feat. 사회학 썰풀기)

in #kr6 years ago

당신은 얕넓친사? 깊좁친사?

[출처: 영화 '친구' 포스터 / 네이버 영화]

별안간 얕넓친사, 깊좁친사가 뭔지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우선 뜻풀이를 하자면 이렇습니다.

얕넓친사: 얕고 넓게 친구를 사귀는 스타일 
깊좁친사: 깊고 좁게 친구를 사귀는 스타일 

'왠 뚱딴지같은 말이냐' 라고 하시는 분들이 계실 텐데요. 얼마 전, 친구가 제 페이스북 친구를 보더니 이런 질문을 했어요.


친구 왈: "야, 너 페이스북 친구가 2,800명(친구+팔로워 포함)이야?? 뭐가 이렇게 많아. 이 사람들 다 알아? 너무 친구 막 사귀는 거 아냐?"


 생각을 해보니 페친 중에서 실제로 아는 분은 절반 정도도 되지 않았고, 혹시나 해서 카톡도 열어보니 친구가 1,700명이 넘었습니다. 대학교 때, 동아리도 4~5개를 했고, 대외활동만 10개 넘는 단체에서 활동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첫 직장도 광고영업 쪽이라 업무 미팅, 술자리, 네트워킹 자리등 사람들을 사귈  기회가 굉장히 많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1~2번 보고 연락이 끊기는 관계가 많아지긴 했습니다. 

친구의 말이 마음에 걸려 좀 더 깊게 고민을 해봤습니다.

너무 피상적인 관계가 많은가?
이들은 나에게 필요 없는 존재인가?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들은 절대 나에게 필요 없는 존재가 아닙니다. 오히려 제 인생에 엄청나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죠. 정말 친한 친구들만큼이나 저에게는 중요한 존재였어요. 

저는 대학 시절 사회학을 전공했습니다. 사회학에 이러한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있어 저의 사례와 함께 이를 설명해보겠습니다.

1, 약한 연결의 힘 

사회학자 마크 그라노베터는 '약한 연결의 힘'에 대한 이론을 정립했습니다.

마크 그라노베터(Mark Granovetter)는 하버드(Harvard) 대학교 사회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뉴욕주립대학교(SUNY at Stony Brook)와 노스웨스턴(NorthWestern) 대학교 사회학과를 거쳐 현재 스탠퍼드(Stanford) 대학교 사회학과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그는 '일자리 구하기'라는 책을 썼습니다.  이 책에서 사람들이 일자리를 얻을 때 기존 경제학자들이 주장한 것과는 다른 경로와 결과를 보인다는 점에 주목하였고, 사람들의 경제 행위가 사회적 관계에 배태(EMBEDDED)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연결망 이론과 연계된 경제사회학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실 텐데요. 쉽게 그가 연구한 사례를 바탕으로 말하면, 

1970년대, 그는 보스톤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구하는 과정을 연구하던 중 재밌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일자리를 구할 때 가까운 지인보다 적당히 혹은 굉장히 얄팍하게 알고 있는 지인들에게 소개를 받고 일을 구한다는 사실이었죠.

 새로운 정보를 얻고 싶으면 우리는 약한 연결을 사용해야 한다. 약한 연결 또는 그냥 아는 관계는 외부 세계로의 다리 역할을 하는데, 왜냐하면 그들은 우리의 가장 밀접한 친구들과는 다른 곳에 있으므로, 색다른 소스로부터 정보를 얻기 때문이다.
-사회학자 마크 그라노베터-

마크 그라노베터 교수가 말한 것처럼 강한 연결에 해당하는 가족이나 친구는 자신과 비슷한 영역에 속해있는 경우가 많아 유사한 환경에서 비슷한 판단과 결정을 하기 때문에 약한 연대의 중요성은 이들이 다른 세계로 통하는 가교 역할을 함으로써 잘 모르는 정보나 생각지 못한 기회를 소개해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론 다음에는 사례가 나와야 하기에 저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2. 실제 사례 분석 

생각보다 저는 약한 연결의 힘을 굉장히 많이 경험한 편 입니다. 3가지 정도로 사례를 나눠 말씀드리겠습니다.

  • 강의 요청
    저는 3~4년 전부터 대학생과 직장인 분들을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스피치, 발성, 파워포인트 제작 등 프레젠테이션 전반적인 것을 교육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100회가 넘는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그중에 거의 95%는 저의 친한 지인이 아닌 얇은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소개를 해줬습니다.
    > 1~2번 만났던 사람들 (30%) + 페북/인스타그램 메세지 (40%) + 기타 (25%) + 친한지인 (5%) 


[이렇게 제 활동이력을 FB / INSTAGRAM 으로 보시고 연락주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  스카웃 제의
    회사생활 하면서 '스카웃'이라는 것은 도대체 누가 받나 싶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근데 정말 우연한 기회에 '약한 연결'을 통해 2번의 좋은 스카웃 제의를 받았어요.

    01. 첫 번째 사례 '모 대기업 국장님의 뜻 밖의 제안'
    AE로 일했을 때, '문화'라는 키워드면 누구나 알 법한 회사와 협업을 했습니다. 우리 쪽에서 일방적으로 큰 수주를 따내기 위해 부탁하는 입장이었고, 그쪽에서는 리소스가 많이 들어가는데도 우리보다 더 열심히 프로젝트를 진행해주셨죠. 제가 PT를 했는데 결과는 시원하게 떨어졌습니다.

    근데 그때 협업한 회사의 국장님이 3~4개월 뒤에 우리 쪽으로 와서 일을 해보라며 스카웃 제의를 했어요. 사실 친하지도 않고, 프로젝트의 성과도 좋지 않았는데 뜻 밖의 제의라 놀랐었죠.  정말 의외였습니다. 저를 오랫동안 봐왔고, 친했으면 이해하겠는데 저를 딱 한 번 본 게 전부였죠.

    02. 페이스북으로  받은 스카웃 제의
     한 번은 스타트업 채용 담당자 분이 페이스북으로 만나자는 메세지가 왔고, 편한 마음으로 나갔습니다. 유쾌한 대화가 오고 가고 서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도 깊게 이야기하던 중에 갑자기 채용 이야기를 꺼내셨습니다. 들어보니 스타트업 치고는 꽤나 높은 연봉과 복지였습니다.  

    이런 제안을 하려고 본 것은 아니지만, 페친 중에서 가끔 함께 일하고 싶은 분들을 직접 만나서 제의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셨고, 혹시나 생각이 있으면 지원해보라는 제의와 함께 술자리를 마쳤습니다.
     
  • 스팀잇의 연대 현상
    굉장히 독특한 현상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가끔 나눔 이벤트를 하고 서로 돕는 포스팅을 보면 정말이지 얇디 얇은 관계로 묶여 있을 텐데,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 라는 의문이 생길 정도입니다. 다른 어떤 집단보다 현재 생태계를 잘 다져서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서로를 자발적으로 돕는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스팀잇의 연대 현상도 어찌 보면 마크 그라노베터의 '약한 연결의 힘' 사례로 뽑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추가로 언급했습니다. 

3. 결론

 약한 연결은 당신이 생각한 것보다 강력한 힘을 지녔습니다. weak connection = super connection 의 공식이 만들어 질수도 있기 때문이죠. 옛말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나 주변 사람들과 논의를 해보는 이런 의견도 나왔습니다. 

 옛말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듯이 주변의 친한 친구에게 좋은 일이 생기는 것을 역설적으로 반기지 않아 좋은 기회가 있어도 주지 않을 수 있다는 꽤 현실적인 의견도 있었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면, 가끔 '난 진짜 친한 친구 아니면 연락 안해', '난 1번 보고 연락 안할것 같으면 번호 교환 안해'라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스타일의 차이로 인간관계도 많이 달라지겠지만, 가깝지 않은 사람이 어쩌면 여러분의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 저의 견해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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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고맙습니다! 많은 힘이 되네요!!!:-)

팔로잉에 돈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다다익선 아닐까 싶네요.
현실에서 제 인간관계는 가족을 제외하고 5명도 안 됩니다.

그쵸 !!! 완전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ㅎㅎㅎㅎ 저는 weak ties의 최대 수혜자라서 ㅎㅎ 더 더 늘려나가려고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저도 완전 공감하는 바이네요. ^^

@mguh 님! 약한 연결의 힘을 경험 하셨구요:-)
공감 감사합니다! 팔로우합니다!

재밌게 잘 봤어요!

고맙습니다:-) !! 앞으로 더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Strength of Weak Ties ! 오랜만에 봅니다 ㅎㅎ
저도 최근 들어서 친한 친구들하고만 연락하는 경향이 있는데, 글을 읽고나니 가깝지 않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던 몇몇 사례들이 생각납니다 :)

Strength of Weak Ties 가 때로는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 댓글 고맙습니다!

안녕하세요 @book.habit님, @mylifeinseoul님의 포스트를 읽다가 들어와서 좋은 글을 읽고 가네요.
우연히도 저는 사실 어제 동일한 이슈를 가지고 고민을 했었어요. 그리고 결론 역시 weak ties'도' 중요하다 라고 혼자 내렸었거든요. 마치 제 어제 생각을 뒷받침이라도 해주는 것 같은 글이라서 집중해서 읽었네요 엄청.
팔로우하고 갈게요^^

@sujisyndrome 님! 부족한 글인데, 집중해서 읽으셨다니 자기전에 기분좋은 댓글봐서 좋은 꿈 꿀 것 같아요! 저희도 어떻게 보면 weak ties 일수 있는데, 서로에게 Golden Gate Bridge가 되었으면 합니다! 고맙습니다! 팔로우 합니다!

좋은 꿈 꾸셨나요? ^^ 무척 sweet한 댓글 감사해요~~ 저도 너무 기분이 좋아지네요.
스티밋에서 만난 분들은 분명 weak tie지만, 처음부터 strong tie가 있나요, 점점 알아가고 친해지면서 키워가는 거겠지요. 저도 좋은 분들 많이 알고 싶고 만나고 싶어요~~ 자주 놀러올게요^^

@sujisyndrome 덕분에 매우 좋은 꿈 꿨어요 :) 스트롱 타이! 좋죠!! 이제 날씨가 점점 더 풀려서 봄이 오려나봐요! 따뜻한 봄 같은 하루 되세요 !

일리있는 말씀 같아요.

아ㅎㅎㅎ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스팀잇 가독성 올리는 방법 없을까영
간단하게 한 구절 씩 올려야하나...흠

브런치보다 확실히 가독성이 떨어지는데, 나도 그 방법을 찾고있음!

그렇군용 좋은 지식입니당

도움이 되셨기를 :)

마크 교수님 말씀이 인상적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그쵸~ㅎㅎㅎㅎ 인사이트가 느껴지는!!! weak tie의 놀라운 힘이 @eunheeha 님에게도 전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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