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반갑지 않은 오래된 친구

in #kr7 years ago (edited)

<추락의 욕구>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추락의 욕구>편 참고.
https://steemit.com/kr/@megaspore/7mam2k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보면 추락의 욕구에 대해서 나온다. 주인공은 높은 곳에서 아래를 바라보며 떨어지고 싶은 아찔한 욕구를 느낀다.

예전 @centering님의 <내가 따르는 사람들>이라는 포스팅에서 에크하르트 톨레의 동영상을 보았는데 김치찌개를 먹다가 뜨거운 눈물이 주륵 흘렀다.

톨레의 모든 말이 다 주옥 같았지만 그 중에서 내 가슴을 파고 든 건 바로 이 말이었다.

지금까지 고통을 겪었던 건 그 고통이 나에게 필요없음을 알게 해주기 위해 필요했다고..

어릴 적 외로웠던, 또 힘들었던 시절이 지나 나에게도 드디어 언제나 꿈에 그리던,어느 가구 잡지에서나 볼 듯한, 천진난만하게 잔디밭을 뛰어다니는 아이와 함께 웃고 있는 행복에 넘친 부부의 모습.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듯한 행복에 충만한 가정.

나는 이제 그러한 가정을 드디어 꾸리게 되었고 이제는 정말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것이 없다 느낄 정도로 내 자신의 환경에 만족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이렇게 꿈에 그리던 가정을 드디어 이루었는데..
드디어 이렇게 됐는데..

나는 가끔 이 모든 것을 다 헤집어 버리고 망가뜨리고 싶은 그러한 정말 내가 생각해도 말도 안되는 충동에 휩싸이곤 한다.

이 행복을 다 헤집어 버리고 원래의 나대로 돌아가고 싶은 나의 마음 깊은 곳에서 나를 자극하는 그 이상한 욕구.. 그래야만 무언가 속 시원해질 듯한 나도 이해할 수 없는 나의 숨겨진 나도 모르는 나...

그러한 욕구가 내 마음 속에서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을 때 나는 무너지는 절망을 느꼈다.
나는 영원히 불행에서 살아야만 하는 운명 같아서..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내 자신이 싫어서.. 너무나 미워서..

항상 자신을 괴롭히는 이상한 남자들하고만 엮이는 여자들이 있는데, 그러한 여자들은 싫다고 하면서도 항상 나쁜 남자들만 끌여 들인다. 그것은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에게 익숙한 것을 찾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어릴 적 고통을 겪으며 자란 사람들은 비록 그것이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또 익숙한 고통을 택하고 자신에게 고통을 줄 만한 사람을 찾게 된다. 이 모든 것이 무의식 중에 일어나는 일이다.

나는 내가 이 꿈에 그리던 날이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을 겪었는지 얼마나 많은 방황을 했는지에 상관없이 또 나에게 익숙한 고통 속으로 돌아가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드는 것이다.

나에게 행복이란.. 너무나 눈이 부시기에,
너무나 아름답기에 나에게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그러한 하늘의 별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여행이 끝나면 다시 나의 고향인 땅으로 돌아가려 하는 것이다..

내가 왜 이러한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충동에 종종 휩싸이게 되는지 톨레의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에 나온 구절을 통해 알게 되었다.

“부정적인 생각의 기차를 멈출 수 없는 것이라기 보다는, 당신은 아예 멈추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때 쯤에는 고통체가 당신을 통해 살아가고 있고, 당신인 것처럼 가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통체에게 고통은 쾌락이다.”

그렇다.
나에게는 오랜 세월 나와 함께 해왔던 나의 반갑지 않은 친구같은 고통체가 있었고 그 고통체는 나의 깊숙한 어딘가에 잠시 모습을 숨기고 있다가 이따끔씩 나타나 다시금 쾌락을 느끼고 싶어하는 것이다. 내 반갑지 않은 친구에게 고통은 쾌락이니까..

이러한 나같은 사람들도 정말 오래도록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을까. 고통체에게 다시금 나를 내맡기지 않고 말이다.

어느 정신과 의사가 쓴 [감정도 습관이다]라는 아주 좋은 책이 있다. 고통으로 자꾸 빠지려 하는 내 자신 때문에 힘들어 할 때 나를 다시금 새로 다잡게 만들어 주었다.

그 책에서 보면 감정도 습관이기에 고통의 감정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긍정적인 감정을 나에게 익숙해지게 만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한다.

아무리 부정적인 사람도 일상에서 아주 가끔은 긍정적인 기분을 느낄 때가 있는데 부정적인 사람의 특징은 부정적인 감정을 잘 기억하고 긍정적인 감정은 금새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긍정적인 감정을 키우는 방법으로
‘긍정적 감정을 느낄 때마다 기록하기’를 추천한다.

내가 어느 순간 문득 긍정적 감정이 들 때 (갑자기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꼈다던가, 누군가에게 고마움을 느꼈다던가, 어떤 음식이 너무나 맛있어 순간적으로 행복했다던가, 어떤 일을 마치고 성취감을 잠시나마 느꼈던 일 등 말이다) 그 순간을 놓치지 말고 나만의 긍정 수첩에 빠짐없이 기록해놓는 것이다.

기록하는 것으로 그치면 안 되고, 그 긍정 수첩을 시간이 날 때마다 펼쳐보아 내가 느꼈던 그 긍정적인 감정을 다시금 떠올리고 내 마음 속으로 한번 더 느껴보는 것이다.

그렇게 자주 긍정적 감정을 되살리다보면 나의 긍정적인 감정을 인식하는 근육이 점점 강해지면서 나의 감정은 아주 조금씩 긍정적인 감정에 익숙해지게 된다.

나도 아주 조금씩 조금씩 긍정적인 감정에 익숙해지고 있는 중이다. 나의 반갑지 않은 오래된 친구인 고통체라는 녀석은 나를 찾아오지 않은지 꽤 되었다. 뭐 하고 지내는지 궁금하다. 아마 내가 접대를 해주지 않아 아주 말라깽이가 되어 비실비실하고 있지 않나 싶다.
불쌍한 녀석..

추락의 욕구를 느끼는 나같은 분들이 있다면
그 욕구에 지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그 녀석에게 접대를 하고 안 하고는
주인인 우리의 마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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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친구들과 어울리고, 놀러다니다가도 어느순간 갑자기 우울감이 찾아오며 모든 연락을 차단하고 2~3일 동안 자취방에 혼자있곤 했습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그러고 싶더라구요. 그 사이 자취방에 찾아와서 같이 밥을 시켜 먹어주고, 게임하러 나가자고 부추기던 그 친구가 참 고맙습니다. 그 친구는 오늘 입대를 했네요.

독특한 욕구네요 . 추락의 욕구라!
그런 욕구를 느낄만큼 큰행복과 가까이 있었던 적이 있을까?
님이 많이 부럽습니다.

제가 그런 욕구를 느꼈던게 너무 큰 행복을 느껴서였군요!
정말 말씀대로 저는 부러움을 당해(?) 마땅한 사람이었네요 ㅎㅎㅎ

새남자랑 사니 그런가봅니다.

메가스포어님의 글은 함부로 댓글마저 달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먼가 많이 생각하고 댓글을 달아야만 할 것 같은, 그런데 뭔가 쉽게 떠오르지는 않는 글.. 처음 부터 끝까지 읽으면서 나는 비록 그러한 감정을 느껴 보지는 않았지만 정말 공감이 가네요.. 나쁜 남자가 나쁜 남자인 것을 알면서도 쉬이 벗어나지 못하는 것 처럼 우리에게 익숙해 진 고통이 있다면 그 고통도 쉬이 벗어나기가 쉽지는 않겠지요.

자기가 경험했던 너무도 큼직했던 행동을 어느순간 자신도 저지르고 있었다는 사람들을 많이 봐 왔기 때문에.. 메가님이 말씀하시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것만 같아요.

메가님은 절대 그 고통체라는 녀석을 끝까지 접대해 주시지 않으리라 생각해요. 두 아이의 엄마니까요. 힘내세요.. 언제나 응원합니다..^^

오늘은 쓰디쓴 차를 마셨지만 끝맛이 자꾸 맴도는 것이 나도 그러할 때가 있구나를 생각하게 됩니다.

작년 이맘 때 가장 많이 듣던 말이 생각나요.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큰 어둠도 작은 빛줄기하나를 버티지 못하니까요.

eternalight님..

작은 빛줄기 하나...

그것에 희망을 걸어봅니다..

그 빛줄기 하나가 너무나 강렬해서 큰 어둠도 밝힐 수 밖에 없기를 바래봅니다...

잘 지내고 있군요.
나날이 평안을 찾아가시길 빕니다^^

다들 가끔 그런 감정을 느껴보는 것 같아요. 저도 한 번씩 그냥 다 망쳐버리고 다시 시작하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megaspore님 포스팅을 읽고 나니 긍정수첩 한 번 작성해보고 싶네요 :) 소소한 행복이 중요하구나.. 또 한 번 느낍니다!

zorba님,

네!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습관이 우리의 긍정적 감정의 근육을 키워주는 것 같아요^^

긍정적인 감정도 습관이라는거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시고 밝으신 분들이 그런것 같아요.

저도 어두웠는데 웃는얼굴이 참 이쁘시던 제 인생멘토 선생님을 만나고 거울보며 웃는연습을 하고는 많이 달라졌거든요,

맷최님~^^

맞아요. 행복해서 웃는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는 말도 참 일리가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웃다보면 어느새 행복해하고 있는 저를 느끼곤 합니다^^

행복이 눈이 부셨다니...
이제는 행복이 눈이 부셔합니다.

오랜 친구가 말라깽이되어 불쌍히 보여도
철저히 외면해주세요. 하지만 그 존재만은 니찌 않는 것이 좋을거 같습니다. 그래야 지금이 더 행복하게 느껴질 것 같으니깐요.

이젠 별님은 함께하는 이들이 많고 그들이 있기에 이제는 다르게 생활 하실수 있습니다...

의식이 있으니 무의식을 이길수 있을겁니다~!

힘들면 이야기해주세요. 이곳에 당신의 힘이 되줄 많은 사람이 있습니다.

물론 저도 있습니다~ :-)

행복이 눈이 부셔 하다니...

정말 저의 ‘홍콩 야경보다 빛나는 메가스포어’ 팬클럽 회장님의 글솜씨가 나날이 늘어가시는 것 같아요..!!

그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찬란한 글솜씨로 저를 종종 감동시켜 주시네요...^^

나를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게 이렇게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거였는지..라이언님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따로 말씀 드리지 않아도 제 마음이 전달될꺼라 믿습니다..^^

글자 하나하나에서 아주 잘 전달 됩니다~
제가 생애 처음으로 감투를 쓰는 것 같습니다.
영광입니다~! 회장으로써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인가 고민입니다 :-)

이곳에서 항상 빛나주시기만을 바라고 있답니다~! ^^

오랫만에megaspore님 글을 읽어보네요~
그동안 잘지내셨죠~?
megaspore님 글은 항상 공감이 많이 가요
저도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지만, 가끔 힘들고 우울할땐
혼자 였던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곤해요
그러다가 결론은 지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더라구요

초코민트님 오랜만이에요~~^^
둘째 출산하고 산후조리 중입니다~^^

네^^ 저도 지금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로 해피엔딩의 결론에 이르곤 합니다^^

megaspore님 늦었지만 축하드려요~~
너무 너무 예쁘죠~ ^^
몸조리 잘하시고 예쁜아이들과 행복한 시간되세요~

네~~^^
첫째가 너무 이뻤어서 둘째는 이정도로 이쁠 수 없을거야 했는데 둘째도 이뻐요^^

지금까지 고통을 겪었던 건 그 고통이 나에게 필요없음을 알게 해주기 위해 필요했다고... 오히려 그 고통으로 인하여 행복의 진의를 알게 되기 때문에 더 값어치 있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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