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achellin Tune ] 클래식의 조건 그리고 진화 - I

in #kr3 years ago (edited)
 M a c h e l l i n   T u n e
Tomaso Albinoni / Remo Giazotto | Adagio in G Minor



좋은 음악과 나쁜 음악의 판단 기준은 무엇일까.

보통은 어떤 음악을 새로 접하고 나서 좋다/나쁘다 라는 주관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갠지스의 모래알 만큼이나 많은 음악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이를 전부 들어보고 경험적 판단을 내릴 수는 없는 노릇.

따라서 차선으로 인식적 판단에 의지해 음악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이 인식적 판단의 기준으로 작용하는 것이 보통 클래식이고, 이 기준에 의해 권위를 부여받은 클래식은 고스란히 보전되어 수백 년이 넘는 시간을 살아남아왔고, 앞으로도 생존할 예정이다.

그런데 클래식 중 조작된 것으로 의심이 가는 음악도 있다.
토마소 알비노니가 작곡한 곡으로 세간에 알려진 Adagio in G Minor 가 사실은 알비노니의 작품 목록을 정리한 이탈리아의 음악 학자 레모 지아조토의 작곡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

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 드레스덴의 음악 도서관이 폭격으로 부서졌다.
레모 지아조토는 그 잔해 속에서 불에 타다 만 악보의 필사본을 구했고, 그것을 복원, 세상에 알렸다. 하지만 알비노니의 다른 곡들과 유사한 점이 별로 없고, 바로크 시대 베네치아의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 수 십 곡의 오페라를 썼다는 것 외 특별히 알려진 것이 없는 알비노니의 삶과 맞물려 여기저기서 의문이 제기되는 곡이다.

하지만 가히 서리도록 서글픈 선율 때문에 듣고 있으면 작곡가가 누구인지 따위로 관심을 흐리고 싶어지지 않는다. 극단적인 아름다움 앞에서 인간이 느끼는 감정은 대동소이 하지 않을까. 포스팅을 해보라고 나를 부추기는가 하면, 수많은 뮤지션들에게 영감을 주어서 악기와 장르, 사람을 가리지 않고 이 곡은 끝없이 재해석, 재탄생하는 중이다.

청자의 가슴속 무언가를 울렸다는 것이겠지.

역시 가치 그 자체의 본질이 훌륭하면 모두가 향유하고 누리고 싶어 하여 결국에는 클래식이 되는 것인가 보다.




T o m a s o  A l b i n o n i
A d a g i o  I n G M i n o r

C e l l o





수많은 아다지오 중 첼로에 의한 아다지오가 제일 좋다.
이 선택에는 개인적 취향도 일정 부분 작용을 하는데, 낮고 선연한 소리는 당연한 것이니 차치하고 첼리스트와 첼로가 서로를 서로에게 기댄 채 믿음을 가지고 연주하는 비쥬얼이 이상적이기 때문이다. 어깨와 가슴에 걸쳐 맞닿아 첼리스트는 혼신을 첼로에 쏟아내고 첼로는 그것을 울림으로 되돌려 주는 모습이 종종 경이롭기까지 하다.

요요마의 연주는 워낙에 유명하니 스테판 하우저의 동영상을 첨부했다.
크로아티아 첼리스트. 격식 있게, 이쁘게, 권위 있게 연주하는 뮤지션 보다 무아지경에 빠져 연주하는 뮤지션들을 참 좋아하는데, 스테판 하우저가 후자에 속한다. 젠틀하고 점잖게 땀에 젖는 뮤지션이 아니라 광기에 젖는 첼리스트라 팬이 됐다.




V i o l i n   /   O r g a n



꼬꼬마 시절 아부지랑 함께 음악을 듣다 호기심이 생겼던 소리가 오르간 소리였다.
헨델의 CD 를 함께 들었었는데, 그 웅장하고 뭔가가 나를 눌러버리는 듯한 분위기가 매우 인상 깊었던 모양이었다.
커서도 스케일 크고 비장하면서 epic 구조를 지닌 음악에 쉽게 매료된다.

오르간에 바이올린 조합은 정말이지 가급적 피해야 한다.
몰입도가 가장 높은 조합이 아닐까 싶은데, 개인적으로 바이올린이 전면에 나서는 음악은 웬만하면 피하고 자주 찾아서 듣지 않는다. 한 번 들으면 그날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음악만 들어야 하니까.
그만큼 바이올린 소리는 내겐 치명적이다.

수영장에 첨벙 뛰어들어 서서히 가라앉는 느낌이 첼로라면,
바이올린은 물 밑에서 누군가가 발목을 움켜쥐고 훅 끌어당기는 그런 느낌이다.




C h o i r





인류 최고의 발명이 피아노라면,
인간이 받은 최고의 선물은 목소리다.

합창 속에서 선물을 준 신에 대한 경외감 비스무레한 것이 묻어 나온다 싶었다. 당신의 선물로 이런 것을 만들었노라 자랑하고 싶어, 교회의 첨탑 꼭지점을 바라보며 노래를 하고 아찔하게 솟은 벽 속에 파이프를 묻어 최대한 높은 곳으로 소리들을 끌어올렸나 보다.




Q u a r t e t



앞서도 얘기했듯이 이 곡은 재탄생 중이다.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끊임없이 해석이 계속되고 있다.
커피에 우유가 섞여들 듯이 자연스레 대중 속으로 스며들면서도 그 가치를 전혀 잃지 않는다.
이런 과정이 유형의 것이든 무형의 것이든 무엇인가를 창조하는 사람들의 로망이 아닐까.




C o n t e m p o r a r y


영감을 받은 누군가는 영문 가사라는 옷을 입혔다.
옷이 날개가 되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 볼 수 있게 쉽게 들을 수 있는 노래로도 울려 퍼진다.
라라 파비앙은 벨기에 출신 캐나다 가수.
이 곡을 훌륭하게 소화해주어 감사한 가수로 기억에 남겼었다.




J a z z


Tim Hardin Trio 는 이 곡이 찰랑거리게 만들었다.
무겁고 서글프고 애처로웠던 스토리는 시간이 흘러 몸서리 쳐지는 부분만 희미하게 각색된 채 그땐 참 어렸어의 담소 거리가 되었다. 재즈로 듣고 있자면 성숙한 어른들의 사랑을 알아버린 남자와 여자가 술잔을 기울이며 지나간 러브 스토리를 나누고 있는 장면이 그려진다.




이 곡뿐만 아니라 비발디, 바하, 헨델의 음악이 재즈로 어떻게 해석이 되는지 궁금하다면 Jazz trio plays classics 라는 앨범을 들어보시길...



T r a n c e   /   E l e c t r o n i c






며칠 전 포스팅에서 언급한 Above & Beyond 는 이 곡을 무려 trance 로 편곡했다. Original Mix 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A&B opera Mix 까지 만들어주어 감동 속에 허우적거리게 만들었던 것이 벌써 16년 전인가 보다. 이렇게 빠른 비트 속으로 클래식 선율이 섞여 드는 것에 전율했었다.




A n d   K a r a j a n

이 외에도 트럼펫, 플루트, 기타 등등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뮤지션이 아다지오를 연주 했다.
색다름을 선물해 드리고자 팀 하딘 트리오의 재즈를 아부지에게 들려 드리니.
야 이건, 오 이햐, 크 괜찮네.
어때요 아부지. 클래식 아니어도 참 좋지요? 했더니 순간 엄격 근엄 진지하게 표정을 바꾸셨다.

그래도 이건 카라얀이지.




M a c h e l l i n   T u n e   L i s t

Tightrope
트리오토이킷 이야기
다운투더본 이야기
센세이션 이야기
스피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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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포인트는 다른데, 스케일을 내려 훑는 류의 아다지오는 알비노니 것이든 모짜르트 것이든 엇 저건 좀 과장하면 누구라도 만들 수 있겠는데?라고 생각하게 하는 면이 있죠. ㅎㅎㅎ실제로 그렇진 않지만...

아뇨 포인트 제대로 잡으셨어요.

그렇기 때문에 많은 뮤지션들이 달려들어서 나름의 스타일로 바꿔보는지도 몰라요. 완벽에 가까운 심포니들에 이렇게 여러 사람이 달라 붙어 뜯고 붙이고 하는 건 본적이 없거든요.

초절정 미녀보다 적당히 매력있는 처자 주위에 남자가 많은 거랑 비슷..한 경우라고도 볼 수 있을라나요. 비유 나쁘지 않은 거 맞죠?ㅋ

대신 심포니는 메인 테마 뜯어다 막 쓰니깐요.현실감각 때문에 본격 들이대는건 자제해도 어디 가서 쟤랑 친하다고 엄청 말하고 댕기는 그런거인듯.ㅎㅎ

비유 찰지네요 ㅎㅎㅎㅎㅎㅎㅎ

실은 어제 밤에 베토벤 7번이 분위기 잡고 전화하는데 너무 느끼한 거 있지 ! 그래서 신디사이저 좀 바르라 그랬어. 너무 부담되더라고.

이런 건가요?ㅎㅎㅎ

침대에 잘려고 누워서 음악을 틀었더니 같이 누웠던 첫째 고양이가 도망가려해서 ㅜㅜ 음악은 내일 혼자 들어야겠어요.
저 이렇게 같은 선율을 시대별로 악기별로 장르별로 다르게 편곡(?)하는거 찾는거 정말 좋아하거든요!!!

냥이는 안 키워봐서 잘 모르겠는데 소리에 민감한가 보네요.
저도 여러 버전 찾아보는 거 좋아해요. 20대 초반에는 클래식을 일렉트로닉으로 바꾼 음악 찾아서 별 이상한 유럽 사이트들도 뒤지고 막 그랬답니다. 이제는 유튜브가 있어서 정말 음악 듣기 좋아졌어요.ㅎㅎ

날이 너무 덥습니다......덥다 ㅠ

더위 조심하세요..ㅠㅠ
한국이 동남아보다 덥다는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ㅠ

클래식 이야기는 언제든 좋아요~~ 거의 모르는 분야라서..ㅎ
관심은 있는데 참.. 배우기가 쉽지는 않은 거 같아요 ^^
음악 올려주신 거 조용한 밤에 천천히 들어보겠습니다~~
팔로우하고 가요 ^^

동물원님 안녕하세요. :))
밤에 조용히 듣기 딱 좋아요 !!
저도 많이 알지는 못하고 주워들은 몇몇곡들 종종 듣는답니다.
관심 있으시면 하나 둘 좋은 곡 찾아보세요. 음악은 도망가지 않는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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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agio 가 주는 안식과 위안 ...

안식과 위안 표현 좋네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