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세이션 이야기

in #kr3 years ago (edited)

세기말의 호들갑 이후 맞이한 밀레니엄의 시기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는 꽤나 큰 이벤트 하나가 시작됩니다. 일단 아래의 트레일러를 보시죠. 3분 밖에 안됩니다. 보시고 나서 흥미 없으시면 밑의 포스팅은 보실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a

ID&T 라는 네덜란드 회사에서 기획한 센세이션 이벤트는 처음에는 그저 규모가 큰 일렉트로닉 뮤직 이벤트였습니다. 그냥 큰 파티였던 거죠. 하지만 90년대부터 시작된 EDM 트렌드가 이어져 유명한 DJ 들이 대거 라인업에 포진하면서 상당히 빠르게 이름을 알렸습니다. 당시에 유명했던 파티로는 Trance Energy, 독일의 Love Parade 등이 있었습니다. 트랜스 에너지나 러브 퍼레이드는 그 수명이 짧았습니다만, 센세이션은 작년까지도 열렸고, 올해도 열릴 예정입니다. 간접으로나마 한번 체험해보시죠.

2000 - 2002

이 시기에 센세이션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DJ 들이 워낙 유명했습니다. 그래서 이름처럼 센세이션을 일으켰죠. 하지만 그게 한계였습니다.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찾아보셔도 그냥 신나게 노는 여느 이벤트와 다를 바 없습니다.

하지만 2001년에 감을 잡고 이벤트의 방향을 찾았습니다. Color 였죠.
센세이션은 White Edition 과 Black Edition 둘로 나뉘어 진행이 됐습니다.

화이트 에디션은 축구장인 암스테르담 아레나 전체를 흰색으로 꾸미고 디제이와 스탭뿐만이 아니라 관객들의 드레스 코드도 화이트로 정해서 진행이 됩니다. 온천지가 새하얀 가운데 각양각색의 조명 & 레이저가 사방을 비추기 시작하면 굉장히 광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지죠. 음악도 사람들의 기분을 한껏 끌어올리는 uplifting tune 들을 주로 틉니다.

블랙 에디션은 반대로 드레스 코드가 블랙이고 약간 hard 한 음악들로 구성하여 보다 매니악한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센세이션은 이미 훌륭한 디제이들로 인해 컨텐츠는 완벽한 가운데 특유의 identity 를 갖추면서 대성공의 징조를 보입니다.

2003

센세이션은 탑 레벨의 컨텐츠에 더해 드디어 확실한 컨셉을 찾았고, 해당 연도를 대표하는 anthem 을 정해 발표하기 시작하면서 스토리까지 갖추게 됩니다. 2003년 앤썸은 (Sensation white anthem 2003) 모짜르트의 레퀴엠을 Trance 로 편곡하면서 장엄하게 릴리즈 됩니다. 사실상 진정한 의미의 센세이션은 2003년부터 시작되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워낙 오래 전이라 동영상 화질이 좋지 않지만, 살펴보시면 백색으로 통일된 속에 surrealism 의 스테이지와 스탭 분장 그리고 당대 최고 DJ 들의 라인업 위에 클래식의 권위까지 입혀 명실상부 world leading dance event 를 표방합니다. 이때부터 저는 센세이션 한번 가보고 싶다는 소망이 생깁니다. 버킷 리스트에 등록.


2004

2004년에는 Karloff 의 Carmina Burana 중 O Fortuna 를 Trance 로 편곡하여 Sensation white anthem 2004 를 내놓았습니다. 카르미나 부라나는 아부지 때문에 어릴 적부터 좋아하던 곡이었는데, 어떻게 클래식을 이렇게 만들어낼 수 있나 감동했더랬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살짝 영상 편집이 더 세련되어진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압도적인 스케일은 여전합니다. 그리고 이때부터는 센세이션이 제 버킷 리스트 최상단에 위치합니다.


2005

2005년 앤썸은 Armin Van Buuren 이 담당합니다. 최전성기 리즈 시절 로 향해 가던 아민이 클래식에서 바톤을 이어받아 서사적인 음악을 썼지요. 2003년, 2004년에 이어 역시 이벤트는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음악적으로는 그 성공의 정점을 찍습니다.

이 때 센세이션은 네덜란드뿐만이 아니라 벨기에와 독일에서도 열렸죠. 그런데 말입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입니다만, 이러면 안 됐습니다. 이때부터 기획 의도가 점점 상업적으로 변합니다. 물론, 돈 벌자고 기획한 이벤트이지만 매니악한 팬들 입장에서는 이게 또 상징적인 이벤트였거든요. 그 상징적 지위를 스스로 포기합니다.


2006

역시 대단한 성공을 거뒀습니다. 센세이션은 매년 이벤트의 전반적인 컨셉을 업그레이드했는데, 2006년 부터 신규 컨셉은 네덜란드에서, 1년 전의 컨셉으로는 Sensation international 이라는 이름 아래 해외를 돌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해당 연도의 앤썸이 두 곡으로 늘어나게 되지요.


2007

상업적 성공에 무게 중심이 쏠린 센세이션은 2007년부터는 앤썸을 내놓지 못한 채 트레일러로 홍보를 대체하게 됩니다. 단어 뜻 그대로 명곡을 내놓으면서 씬을 뒤흔들던 존재감은 사라졌습니다. 대신 압도적인 스케일과 볼거리 그리고 여전히 훌륭한 DJ 라인업을 가지고 세계 여러 곳의 프로모터들과 접촉하는데 집중했습니다. 게다가 2008년부터는 컨셉을 아예 명시해서 뛰어난 비쥬얼을 보여주는데 공을 많이 들입니다.


2008-The Show
2009-Wicked Wonderland

2010-Celebrate Life with House

2010년에는 아예 컨셉을 하우스로 잡으면서 트랜스 위주였던 기존의 컨셉을 완전히 뒤집습니다. 무게 잡는데 지쳤는지 보다 즐겁게 가기로 했던 모양이에요.


2011-Innerspace

2011년 센세이션도 비쥬얼이 엄청났고요,


2012-Source of Light

그리고 포스팅 처음에 보여드렸던 2012년 Source of Light 입니다.

이 영상을 편집한 사람은 분명 천재일 겁니다. 처음 봤을 때 입을 다물지를 못했습니다. 이쯤 되어서는 한번 가보고 싶다가 아니라 미친듯이 가고 싶다 되뇌일 정도에 이르렀습니다. 때마침 2012년에 일산 킨텍스에서도 센세이션이 열리기로 되어 있어서 더했죠.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센세이션의 컨셉은 The Ocean of White 였습니다. 일찌감치 티케팅 해서 드디어 가봤고, 압도적인 스케일과 화려함에 환호는 했는데 뭔가 좀 찜찜했습니다. 감동은 없었어요. 그렇게 버킷리스트 하나에 줄을 그어봤습니다.


2013-Into the Wild

2014-Welcome to the pleasuredome

2013년부터는 차라리 쇼나, 서커스에 더 가까워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재미와 즐거움, 볼거리는 비약적으로 늘었는데, 중요한 감동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2015-The Legacy


2016-Angels and Demons

참신했습니다. 이 컨셉은 굉장히 맘에 들었네요.


2017-The Final

그리고 2017년 암스테르담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의 새로운 컨셉은 없을 거라고 합니다.


센세이션이 막을 내리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소수 trance 뮤지션들이 너무 해먹었습니다. 일부 성공한 뮤지션이 본인들의 레이블을 설립하면서 작곡은 레이블에서 고용한 전문 프로듀서에게 맡기고, show up 에 치중했습니다. 그리고 본인들의 방송, 팟 캐스트, 차트를 만들어 씬을 좌지우지했죠. 엄청난 상업적 이득은 취했지만 결과적으로 창작 pool 이 말라버렸습니다. 작곡마저 산업화 시켜 월급을 줬으니, 그에 소속된 프로듀서들이 일생일대의 명곡 탄생이라는 일종의 사명감 내지는 큰 목표를 가지고 음악을 만들었을까요?

게다가 여럿이서 한 명에게 곡을 몰아주다보니 새로운 곡을 발표하는 주기가 말도 안되게 짧아졌고, 급기야 이런 행태를 비판하며 프로듀싱을 중단하는 뮤지션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죠.

더욱이 새롭게 등장하는 trance DJ 들은 소수 성공한 뮤지션들의 방송이나 차트, 레이블을 통하지 않고서는 커나갈 수 없다는 현실에 굴복하고, 소수 탑 뮤지션들의 스타일을 카피하거나 아예 팝 음악만 편곡해 밥벌이를 했습니다.

이렇게 인재풀이 마르면서 센세이션 기획자들은 리스트업에 올릴 뮤지션이 그 나물에 그 밥인 상황을 마주합니다. 핵심 컨텐츠로 승부를 보지 못하니, 아예 컨텐츠를 바꾸고 볼거리에 치중하다 한계를 느낀 채 두꺼운 막을 잡아 내린 거죠.

돈은 벌었으나,
판이 망가지니,
견디질 못했습니다.

센세이션의 자리는 이제 UMF 나 Tomorrow Land 같은 다른 이벤트들이 차지할 겁니다.

Sort:  

안녕하세요 플로리다님.
홍보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machellin님 안녕하세요. 개과장 입니다. @floridasnail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과장님도 수고 많으십니다.
감사합니다.^^

와~😲이렇게나 엄청난 규모의 파티가 있다는거
처음 알았어용~ 규모와 화려함과 그열기에 아직도
입이 다물어 지지 않네요... 이익을 위해 상업화 시킨 부분은 너무나도 아쉽네용ㅜㅜ

처음 봤을 때 정말 환상적으로 보였어요.ㅎㅎ
관심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야 이런행사가 있는줄은 또 몰랐네요
정성어린 정보및 글 감사합니다~!

저도 처음 알았을 때는 신세계를 보는 거 같았어요.ㅎㅎㅎ
관심가지고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울프님^^

어머.. 엔젤엔 데몬 보고 소오오오름......

오래망갑에...소름 돋으셨나봐요. :))

Carmina Burana 들으면 마이클 잭슨 생각이.. 그립네요..
센세이션.. 한국에서도 했던 것 같은데..

네 한국에서도 했었어요.
당분간은 기존 컨셉으로 파티를 하는데, 새 컨셉은 없을거래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