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로맨틱한 영감탱이

in #kr6 years ago (edited)


이런 로맨틱한 영감탱이



모든 도시를 가본 것은 아니지만, 가본 곳 중에 좋아하는 곳을 꼽으라면 암스테르담. 작지만 촘촘하게 들어찬 도시. 촘촘히 떠 놓은 거미줄처럼 만들어진 운하들 사이로 배가 떠다니고, 트램이 도시를 가로지르고, 자전거들이 당당히 도로를 차지하고 있는 곳. 잘 관리된 전통가옥을 배경으로 다양한 탈 것들이 리듬을 이루어 돌아가는 도시.

그런 암스테르담을 두 번째로 방문했던 때의 어느 저녁이었다. 어스름해질 무렵 사람들은 각자의 탈 것을 타고 퇴근을 서두르고 있었고, 나는 빌린 자전거로 그 흐름에 섞여 페달을 밟으며 그들과 도시의 풍경을 구경하고 있었다. 멋진 젊은이를 따라 코너를 돌던 중, 이름 모를 암스테르담의 어느 골목에서 아름다운 장면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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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본 아주머니를 데리러 온 걸까, 알 수 없었다. 둘은 달리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눈을 마주친 후 아주머니가 뒷자리에 올라탔고, 아저씨는 잘 탔는지 슥 보았을 뿐. 그리고 적당한 속도로 자전거는 굴러갔다. 자전거의 속도는 아주머니가 적당히 풍경을 구경할 정도의 속도였던 것 같다. 머리가 기분 좋게 흩날릴 정도, 딱 그 정도. 나는 관심 없는 사람인척했지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두 분을 염탐했다...그저 이 순간이 너무 낭만적이어서.

그 날 깨달았다. 이상형을 꼽으라면, 로맨틱한 영감탱이가 될만한 남자라고. 삶에 낭만이 베어 나오는 사람. 그런 사람을 발견하고 서로 사랑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다. 생을 함께 살아갈 수 있으면 더없이 좋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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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명이 거하게 고기랑 술을 먹으러 갔던 어느 날, 고깃집 벽에 무심히 붙어있던 A4용지 한 장에 마음이 갔다. 꾹꾹 눌러쓴 글자에 시선이 머물렀다. 계절메뉴가 아닌 '계절의 미각'이라고 쓸 만큼의 낭만. 나는 고깃집 사장님께 “사장님 참 멋진 분이시네요.”라고 건넸다. 그 후에 몇 번 갔다가 단골손님과의 대화에서 사장님이 시를 좋아하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도시의 빠른 리듬속에 빠르게 살다가도 가끔 멈춰 설 것이다. 암스테르담에서처럼, 고깃집에서처럼, 빛바래지 않을 낭만 한 웅큼 품고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팔기 위해 만든 음악들 사이로 벨로쥬의 음악이 들려온다면. 손글씨로 쓴 엽서를 건네는 사람이 있다면. 가끔 멈춰 설 것이다. 혹시 당신이 그 사람일까 하고. 그런 사람을 발견하면 참지 못하고 또 말하고 말 것이다. “당신, 참 멋진 사람이네요.”라고.


@garden.park 님의 한여름 밤의 도라지 위스키 공모전에 응모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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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아님 글 덕분에 저의 암스테르담의 추억도 떠올라... 잠시 회상에 빠지는 기분 좋은 시간이였습니다..^^ 저도 유럽의 많은 도시중 암스테르담이 참 좋았던 기억이 나네요.. 오랜만에 저의 추억 사진도 한장 소환해 봅니다 ㅎㅎ


DSC01987.JPG

**이상형을 꼽으라면, 로맨틱한 영감탱이가 될만한 남자 **
앞으로 늙으면 로맨틱한 영감탱이가 되어야겠습니다.ㅎㅎㅎ

왠지 암스테르담을 갔다고하면 여행을 엄청 다녀야 갈수있는곳 이라는 느낌이 있어요 ㅎㅎ
계절의 미각 ~ 보통분은 아닌거 같아요

낭만이 느껴지는 글이네요
경아님도 멋진 분이세요 ㅎㅎ

저도 저 사진처럼 자전거 태워주시는 모습에서 로맨틱한 영감탱이와 할망구(?)가 진짜 좋아보이더라고요ㅋㅋㅋㅋㅋㅋ

추가로 항상 손 잡고 걸으시는 노부부 보면 그렇게 좋아보이더라고요ㅋㅋㅋㅋ그럴때마다 마음속으로 풀보팅 날리고 있어요ㅋㅋㅋㅋㅋㅋ

저런 낭만 적인 도시를 두번씩이나 가보셨다니.. 부러울 따름이에요😌

길가다가 아주 가끔 애뜻함이 묻어 나오는 노부부를 볼때가 있어요. 그럴때면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몰라요. 거친 세월의 흔적들을 그 둘이 함께 의지하며 버텨왔다는 생각을 하니 말이죠. 그 때마다 그 모습들이 너무 아름다워 저도 그럴게 되리라 마음먹곤해요🤠

제목 자체가 낭만이네요^^

이런 할망구같은 로망하고는^^

경아님은 참 속이 깊어요.
어쩌면 인생을 웬만큼 다 산 사람 같아서...

글 읽다보면
내가 다 개운해지니 말입니다.

근데 관찰자 낭만보다
온몸 낭만도 즐겨보시길^^

로맨틱한 영감탱이를 이상형으로 말하고, 계절의 미각을 낭만으로 바라보는, 경아님 역시 참 멋진 사람이네요.🙏

글 읽는 내내 미소가 지어지네요~!!
당신은 참 멋진 사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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