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딜런이 나에게 남긴 것
우리시대 현존하는 전설 중 한명. 문학가가 아닌 사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노래하는 시인. 지난 주, 그를 만나러 콘서트에 다녀왔다. 그가 노래하는 장르를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지만, 살아있는 동안 서울에서 언제 그를 만나겠냐는 생각에 조금은 신이 났었다.
공연기획사는 밥 딜런 측으로부터 스크린을 설치하는 것을 허락받지 못했다. 와인색 커튼이 드리워져있었고, 조명이 설치되어 있었을 뿐이었다. 공연장 규모에 비해 소박한 무대장치였다. 막이 시작하듯 조명이 번뜩. 하고 공연은 시작되었다. 몇 곡이 지난 후 간단한 인사가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딜런과 뮤지션들은 2시간 내내 연주를 할 뿐 말이 없었다. 사실상 VIP 석이 아니고서는, 자세가 좀 구부정했다는거 말고는 확인하기 힘들었다.
전성기 때의 목소리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으나, 편곡이 심해 어떤 노래인지 알아듣기 힘들었다. 겨우 알아들은 두 곡은 'Autumn leaves' 와 'Make me feel my love'. 결국 공연 도중 많은 사람들이 빠져나갔다. 당연했고, 지루했고, 금요일 밤이 아까웠다. 이 무례하고, 오만한 공연속에서도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knockin'on heavens door' 를 그의 음성으로 듣고자 2시간을 견뎠다.
Thank you 한 마디 없이 공연을 끝내고 커튼 뒤로 사라졌을 때도, 착하디 착한 사람들은 3~5분간 박수와 휘파람으로 앵콜을 청했다. 다시 나온 그들은 끝내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그의 노래, 노킹온헤븐스도어를 불러주지 않았다. 2~3곡의 앵콜곡 후에 말 없이 커튼 뒤로 사라졌을 뿐이었다. 공연이 끝난 후 몇일 뒤, 8년전의 오만했던 콘서트가 재연되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나는 지난 금요일 밤, 망가진 전설을 보았고, 평생 들을 밥 딜런의 노래를 다 들었고, 그를 지웠다. 과거의 명성에 기대어 영혼없이 울리는 멜로디 앞에서는 아름다운 가사들도 의미없이 무너져내렸다. 제발 그러지 않길 바랬건만, 다음 행선지는 일본의 유명 락 페스티발 이라고한다. 음악보다는 삶에 대한 태도를 배우고 온 콘서트였다.
knockin'on heavens door
지난 금요일에 못 들은 그 노래.
락을 좋아하진 않지만, Guns n roses 의 버젼을 좋아합니다.
저도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내한공연을 갔다가 아무런 멘트없이 오로지 공연만 하다가 끝나는 걸 보고는 좀 허탈하더라구요. 그게 꼭 지켜야할 공연자의 예의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런 방식으로는 공연에 찾아온 팬과 인간적인 유대감을 형성하기에는 ..확실히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맞는 말이네요ㅎ 공연자가 꼭 지켜야할 예의란 건 없는거 같아요. 누군가한테는 좋은 공연이었을 수도 있었겠어요. 그리고 망가진 목소리에도 공연을 했었어야 하는 사정이란게 있을 수도 있었겠네요. 몇일이 지나고 달린 댓글들을 읽으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생각들이 들기도 하네요ㅎㅎ 오쟁님 댓글 감사해요..!
자신을 오랜시간 기다려온 수많은 팬들이 있었을 텐데, 저렇게 밖에 할 수 없었나 싶네요.. 아쉽네요..
많이 아쉬웠던 공연이었습니다ㅎ 마음가짐을 조금만 바꾸면 더 좋은 공연이 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노래 부르는 그 자체의 태도는 어떤 공연이었나요?
모든 대중의 대표곡이라고 생각하는 곡 자체도
가수에게는 때로는 깊은 트라우마가 있을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팬들이 신청하며 앵콜하며 기다림에
끝까지 응답해주지 않았음은...
안타깝습니다...ㅠㅠ
먼 훗날 다시 만나게 될 상황이 만들어지면
왜 그런 태도를 보였을까?
직접 물어볼 수 있었으면...
물론 답을 안 할 수 있겠지만...
'스파'시바(Спасибо스빠씨-바)~!
블루엔젤님, 댓글 감사합니다ㅎ
목소리가 망가져서 음정을 파악하기 힘들었습니다ㅠ
말씀하신 것처럼, 대표곡이 그 가수가 가장 싫어하는 곡일 수도 있겠어요...
몇 십년 동안 수만번 불러야 했을테고, 더 좋은 노래를 만들어도 대표곡에 묻혀버렸다면 말이에요...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하게 하네요ㅎ 감사합니다.
많이 아쉬우셨겠어요.
Guns 'N Roses의 노킹 온 헤븐스 도어 저도 무척 좋아합니다. :)
네ㅎ 저 옛날 노래 좋아해요!ㅎ 주로 R&B, Jazz, POP 을 좋아합니다. 브리님의 플레이리스트도 궁금해지네요ㅎㅎ
에이브릴 라빈이 내한해서 Knockin' on Heaven's Door를 불렀었죠. 런즈 앤 로지스도 불렀었구요. 묘하네요.
그랬었군요. 에이브릴 라빈에게는 부담스럽지 않은 선곡일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다른 분이 댓글에서 말씀해주셨는데, 그 가수에게는 대표곡이 트라우마일 수도 있다는 말..정말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ㅎㅎ
그런가봐요. 올해 여러 다른 라이브들에서도 부르지 않았네요.
그러려면 뭐하러 왔을까요? 욕먹고 오래살려고?ㅎㅎ
기대가 많으셨을텐데 정말 실망하셨겠어요. 이렇게
망가진 전설하나가 지나가는군요.
망가진 전설 이라는 말 가슴아프지만 사실입니다ㅠ
일정 궤도에 오른 분들은 은퇴시점을 고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아... 안타깝습니다 정말. 2014년에 뉴질랜드 해밀턴에서 있었던 밥 딜런 콘서트의 리뷰를 보았는데, 'his voice was obviously in bad shape.' 라는 말이 있네요. 수년 전부터 이미 목소리가 망가진 채로 공연을 해왔나 봅니다. 작년 런던 투어 때도 엉망이었나봐요. 누구보다 자신의 상태를 본인이 잘 알테니-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억지로 투어를 돌고 있는 듯한 모습이네요. ㅠ 경아님의 실망감이 여기까지 전해집니다..ㅠㅠ
아 그랬었군요ㅠ 뭔가 사연이 있었으려나요. 생계를 위해 노래할만큼 이었을까요. 잘 모르겠지만..저라면 하지 않았을꺼 같아요. 근데 최고의 자리에 올라본 사람들만의 고민도 있겠죠?ㅎ
펜들이 그를 쉬지 못하게 한걸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그 날의 기억을 바탕으로 글을 적었는데, 밥 딜런의 입장은 알지 못하므로..사정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그래도 밥 딜런 정도면 스스로 은퇴를 고려해봤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분 좋게 두근거림 안고 가셨을텐데.. ㅠㅠ
글을 보는데 아쉬움이 전해져서 속상하네요.!
으아 밥딜런 ㅠㅠ 그런 일이 있었군요
안타깝네요; 경아님을 비롯한 관객 분들 상당히 실망이셨겠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