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색채와 기승전고양

in #kr5 years ago

내가 사는 곳은 푸르고 서늘하다. 내 방(전 글 참고), 거실, 침실은 외부와 맞닿은 면에 거대한 창들을 두고 있고, 그 창들은 모두 동향이다. 이른 아침에 생활하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동향은 아침부터 푸름을 가져다주지만, 차가움도 동시에 가져다준다. 누구보다 이르게 푸른 하늘을 볼 수는 있지만, 따스함은 없다. 창이 모두 같은 곳을 바라보기에 일몰도 볼 수 없다. 일몰과 일출을 비교했더니 예전에 썼던 '황혼이 여명보다 아름다운 까닭은'이라는 글을 썼던 기억이 난다. 저 글은 소설이고, 나는 여명과 황혼을 모두 좋아하지만.

이 공간의 창들은 동향인 동시에 내가 돌보는 화단을 볼 수 있다. 내 방에서는 사철나무로 둘러 놓은 담장과 잔디가, 거실에서는 테이블을 둔 작은 빈 공간을, 침실에서는 한 변은 사철나무가 이어지고 다른 한 변은 장미가 뒤덮고 꼭지점에서는 라일락이 귀엽게 모여있는 공간을 볼 수 있다. 각 공간마다 화단의 다른 부분을 보게 되니, 상징하는 색채가 다를 법도 한데, 전경은 그저 푸르다. 창들이 모두 푸르스름해서 꽃이 만개한 순간의 침실조차 푸르기만 하다.

화단에는 심어놓은 식물들만 있는 게 아니라 화분도 놓여있다. 담장을 따라 난 작은 바구니에서는 꽃을 키웠었는데, 며칠 집을 비운 사이 모두 죽어버렸다. 거기에 다시 무엇을 심을 지를 정하지 못 해, 아직도 그 바구니들에는 흙만 담겨있다. 인상적인 나무도 하나 있다. 겨울에 얼어버렸는지 가지가 모두 죽어버린 것 같았지만, 간간히 흙이 너무 말라있으면 조금씩만 물을 주었다. 그러다 몇 달 전에 나무 밑동 근처에 작은 싹 하나가 보였다. 처음에는 잡초가 자라나 싶었는데, 죽은 가지들을 걷어내고 보니 나무가 얼어죽은 줄기들을 버리고 새 줄기를 뻗어내는 것이었다. 지금은 내 팔뚝만큼 뻗었고, 잎이 무성하다.


마구 주절대다 보니,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지도 잊었지만, 집 외부를 이야기 했으니 내부도 조금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내 방과 침실의 벽면은 각기 다른 파스텔톤의 색상이고, 원목 가구들이 있지만, 나머지는 모두 무채색 위주라 차가운 느낌을 준다. 운동기구부터 전자기기와 집 여기저기 놓인 깔개들까지도 희거나 검다. 커튼, 암막, 블라인드에도 포인트 색상이 들어가긴 했지만 그마저도 군청색이고, 다른 부분은 모조리 무채색이다. 원색에 가까운 색들을 좋아하는 편인데도 채도가 높은 인테리어를 구성하는 건 쉽지 않기에 자연스럽게 이렇게 흘러간 모양이다.

한겨울에도 하루에 2번은 얼음을 얼릴 정도로 차가운 액체를 좋아하지만 비가 오는 날만은 따뜻한 차를 마시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는 조금 아쉬운 환경이다. 비가 오는 날 따스한 차를 마시면 차갑고 푸른 외부와 대비되어 더욱 따뜻한 느낌이 난다. 하지만 지나치게 푸른 이 공간에서는 별 효과가 없는 것 같다. 경치도 푸르고, 집 안은 차갑고, 심지어 경치를 전달하는 창조차도 푸르기 때문이다. 물론 풍경만을 놓고 보니 조금 아쉽다는 이야기지, 집 자체가 아쉽다는 건 아니다. 아늑하고 쾌적하다. 오히려 푸른 색상이 아늑한 분위기와 대조되는 효과도 있다.

그리고 어제는 비가 내렸고, 거실은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고양이가 해먹에 누워서 밖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녀석은 어설프게나마 쌓아올린 발판들을 밟고 올라가는 해먹을 참 좋아한다. 마침 녀석의 색깔은 몸 전체는 희고, 얼굴과 꼬리에 포인트 색상은 회색, 눈은 파란색이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거실 커튼의 색과 같다. 하지만 색채는 그대로지만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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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없으니 더 섬세하게 그리게 되는 듯 합니다.

차분한 방 안에서 흰 고양이와 푸른 창을 내다보며
따스한 차한잔. ^^ 저도 그런 아침을 맞고 싶습니다. ^^

차분하다고 하니 훨씬 좋아보이네요. 감사합니다.

집사님이셨군요. 창 밖을 바라보는 고양이를 바라보면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그렇더라구요. 저에게는 평화보다는 자극이 필요하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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