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가족과의 한 주
온 친척들이 모인 곳에서 지내다 혼자 온 녀석은 처음에는 계속해서 울었다. 무엇을 해주어야 할 지 몰랐지만 처음에는 다 그렇다는 말 밖에 들을 수 없었기에, 나는 밤을 새워 녀석이 울 때마다 안아주어야 했고,그 기간이 닷새가 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당시에 나는 조카를 돌볼 때와 같은 의문을 가졌었다.
"울 때 마다 안아주면 버릇이 너무 나빠질까?"
대부분의 시간을 거실에서 보내며 적응을 돕기로 했다. 며칠간 거실에서 밤을 새우고, 소파에서 쪽잠을 잤다. 나는 그 사이에 녀석이 보내는 신호를 몇 가지 익혔다. 내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울음 소리에 따라 바라는 것이 달랐는데, 작고 귀여운 소리를 내는 건 나를 반기는 소리, 크고 찢어지게 구슬픈 소리는 가족을 찾는 소리 내지는 불안을 표현하는 소리, 그보다는 작고 텀이 긴 소리는 나를 찾는 소리다. 첫 번째 소리는 굳이 막을 필요가 없고, 두 번째 소리는 최대한 안심시키려 노력했지만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었고, 세 번째 소리는 내가 다른 공간으로 이동할 때 녀석이 확실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보여주면서 이동하면 줄일 수 있었다.
그렇게 조금씩 서로에게 적응하다, 이틀 전부터 내가 거실에 있는 동안은 울지 않게 되었다. 가끔 옆집 개가 짖는 소리가 들리는 내 방(혼자 살기에 모두 내 방이지만 나는 운동기구와 컴퓨터가 있는 이 공간을 내 방이라 부른다)에서는 개가 짖을 때마다 반응을 하고, 침실에서는 원인을 알 수 없지만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가서 울거나 암막을 들추고 들어가서 마구 몸부림을 치기도 했지만, 따로 사고를 치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어제는 더 수준 높은 소통이 가능하게 되었다. 책상 옆에는 아주 작은 협탁이 있는데, 원래 이것저것을 올려놓던 그 곳을 깔끔하게 비우고 녀석의 횃대(적절한 단어를 모르겠다)로 쓰기로 했었다. 녀석은 그 횃대에 앉거나, 그 횃대에서 내 무릎 위 혹은 책상 위로 이동하곤 했는데, 어제는 무심코 거기에 물건을 얹어놨었다. 녀석은 기특하게도 무작정 뛰어서 물건들을 모조리 쓸어버리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대신, 나를 쳐다보며 아주 작게 야옹하며 소리를 냈다. 미안하다며 그 자리를 비워주니 바로 뛰어오르더니 이어서 내 무릎에 올라서 한참을 그르렁거렸다. 그 외에도 작은 신호들을 익혔다. 녀석은 내가 만져주길 바라면 머리를 들이밀고, 반대로 혼자서 쉬고 싶으면 살짝 물러난다.
반대로 녀석도 내 행동들을 조금씩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물건들을 그대로 두고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면 잠시 자리를 비우는 것이고, 내가 물건을 정리하고 이동하면 한동안 다른 공간에 머무른다는 걸 아는 듯 하다. 내가 소파에서 일어나기만 해도 안절부절 못 하며 따라다니던 녀석이었지만, 이제는 여유가 보인다. 내가 정리를 마치고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면 느긋하게 따라오거나, 안고 옮겨주길 바라며 나를 가볍게 부른다.
그렇게 녀석과 점점 소통이 가능함을 느끼다, 오늘이라는 생각이 들어 어제는 거실 대신 침실로 이동했다. 녀석은 전처럼 울지는 않았지만 안절부절 못하고 계속 침대 주위를 서성였다. 침대에도 올려보았지만, 금세 다시 내려가서는 서성이기를 반복했다. 어떻게 할 지 고민하는 사이에, 마침 떠오르는 게 있었다. 고양이는 어두운 곳을 편하게 느낀다고 들었는데 막상 녀석은 너무 어두우면 울부짖었다. 그래서 암막을 살짝 걷어 달빛이 비추게 했더니 그제서야 침대에 올라 내 옆에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닷새 만에 나는 침실에서 편안하게 잘 수 있었고, 지금 녀석은 모니터 옆에서 자고 있다.
참 특이한 인연이다. 고양이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고, 의사도 만류할 정도의 알러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알러지 항원 배출이 적은 종이라는 녀석과 지내며 오늘까지도 한 번도 증상을 겪지 않았다. 사소한 사고 하나도 치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만큼 나를 원하고, 필요할 때는 할 일을 하게 해준다.
그저 심장이 있는, 피가 따뜻한 무언가와 같이 지내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 동거가 생각보다 나를 더 행복하게 해준다. 녀석도 나와 있어 행복하기를.
저는 고양이가 싫은데, 이 글은 좋습니다.
저도 고양이가 싫었는데, 이제는 좋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고양이 소식이 궁금했는데. 미소가 지어지는 글이에요. :-)
평화로움이 전달됐다니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