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수저든 밥만 먹으면 그만 아닌가?

in #kr6 years ago (edited)

ⓒkimthewriter





   무섭게 빠진다. 이런 차트와 시세 현황판을 보고도 냉정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패닉셀이라고 하나 보다. 글을 쓰면서 잠깐 봤을 뿐인데 아찔하다. 그러니 전 재산 올인하고 온종일 시세만 확인하는 분들이 겪을 멘붕은 이해하고도 남는다. 나도 한 때 그랬으니까.

   지금 내 코인 현황은 이렇다. 두 개는 안전한 수익권이고 두 개는 완전히 물려 버렸다. 더 빠지면 서운한 상황이다. 정확한 계산은 아니다. 원체 숫자를 좋아하지 않는 데다 정확히 계산하면 마음만 아플 것 같아서다. 그래, 이건 회피다. 이미 물렸는데 정확한 숫자를 안다고 뭐가 달라지겠나. 나같은 코린이는 이런 상황에 어설프게 움직였다가 코인 개수만 잃을 뿐이다.

   사다리를 걷어차였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옹졸해진 나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투기 광풍? 사회 안전보장망이 제대로 작동하고, 수저에 따른 계급 구조가 어느 정도 타파된 사회면 정부가 사정해서 투기를 하래도 안 한다. 유럽인들이 코인을 우리만큼 안 하는 이유가 돈이 없어서인가? 코인에 열광하고 스팀잇에 열광하는 나라가 대부분 심각하게 불평등한 사회 구조를 안고 있는 후진국이라는 건 무슨 의미인가.

   글을 쓰는 와중에도 떨어지는 시세를 보며 잠시 흥분했다. 원래 하려던 말은 이게 아니다. 내가 아무래도 인지도가 떨어지는 유저라 그런지 아무도 내 지갑에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아 먼저 고백한다. 사실 얼마 전에 100스달 정도를 인출했다. 스달 버는 족족 파워업 하기로 다짐했건만 나도 결국 그렇게 됐다. 한국 업체에서 받기로 한 대금이 오늘로 3주째 밀린 탓에 도저히 버틸 수 없었다. 그걸로 어제 방세를 냈다. (너무 비난만 하지 마시라. 그래도 이후 100 스달 이상 파워업했으니까)

   그 업체는 또 다른 업체들로부터 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내 생각에 그 업체들, 코인에 넣었다가 물린 상황이 아닐까 싶다. 정부나 코인 반대자들은 거 봐라, 이런 부작용이 있으니 코인은 금지하는 게 마땅하지 라고 할 테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중소기업들이 정상적으로 경쟁해서 살아남고 회사를 운용할 수 있는 사회면 그런 도박을 하겠나. 이미 사다리를 타고 루프탑에 올라 꿀 빨고 있는 자들이 알기나 할까. 매일 같이 워킹데드를 찍는 사다리 밑 생활을.

   나도 루프탑 위에서 꿀 빠는 작자 아니냐고? 외국에서 유학&거주한다고 하면 금수저나 은수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확률적으로 맞는 얘기다. 내가 여기서 만난 한국인들 중 은수저 이하는 없었다. 자기가 스뎅수저라고 말하는 애들은 부모가 최소 억대 연봉자고 지역 유지다. 체류비만 학비 포함 1년에 5천 이상은 거뜬히 낸다. 필요할 때마다 한국이나 미국을 옆집 가듯 오간다. 흙수저라고 말하는 애들도 방학 때마다 해외로 여행갈 경비는 따로 있다. 제일 좋은 건 알바조차 할 필요가 없다는 거다. 쟤네 기준이 이상한 건지 내 기준이 이상한 건지 모르겠다. 본가에 빚은 없으니 나는 최소 스뎅수저쯤 된다 믿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어쩌다 이곳에서 대부 역할을 할 때마다 저런 괴리 때문에 좀 난감하다. 아니 뭐 내가 금전적 지원을 하는 건 아니니까 엄밀히 말하면 곤란한 건 아니다. 내가 주로 하는 일은 이야기를 듣는 거다. 내가 또 들어주는 건 잘하는데 내 말을 하는 게 귀찮을 때가 많아서다. 그래서 술 한 잔 해도 자기 말을 술술 꺼내는 애들과 마시는 게 편하다.
   그러다 보면 필연적으로 하소연을 듣게 된다. 주로 막막한 진로와 연애 상담이다. 아 ㅆㅂ. 고민을 털어놓는 건 해답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감을 요구하는 거라고 어떤 놈이 그랬나?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즉 먹고 자고 입는 걸 해결하려고 죽기살기로 아둥바둥하는 것과 보장된 최소한의 존엄 위에 '자신의 존재 가치'를 더하려는 것이 같은 수준의 고통일까? 부자들이 하는 고민도 우리와 다름 없다고, 고민의 크기와 무게는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고 하는 인간들은 누구인가? 그럼 종합병원 가서 내 감기의 고통이 저 폐암 환자와 상대적으로 같으니(혹은 크니) 나부터 치료해 달라고 우겨 볼까? 어쨌든 밥은 먹을 수 있으니 수저 색깔이 무슨 상관이랴- 그렇게 말하는 자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해 주고 싶다. "그럼 지붕에서 한 번 내려와 봐."

   지금 보니 시세가 조금 회복됐다. 데드캣일까? 그런 것 같다. 살아있는 고양이를 키우는 것도 돈이 든다. 흙수저는 죽은 고양이나 어루만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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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밥은 수저로 먹지만 밥은 돈으로 사야한다는.. 아니, 스.. 스달로?

스팀으로 찐 밥을 스달로 사먹는다는... 숟가락은 거들 뿐!

나무 수저로 시리얼을 먹다 피드를 통해 들어온 제목을 보고 본능적으로 클릭했네요.^^;; 떨어질 때가 있으면 오를 때도 있을 거라는 상투적인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 건 제 능력 부족...ㅠㅠ

그 말씀이 맞습니다. 올랐으니 떨어진 거고, 떨어졌으니 오르겠죠! 그나저나 나무 수저에 시리얼 말씀하시니 저도 무척 먹고 싶다는 생각만 드네요😂

11시가 넘어서 시리얼을 먹는다 하니 야식을 먹을 거라 오해하실 수도... 오늘 머리가 너무 아파서 퇴근하자마자 기절하여... 건너뛴 저녁을 시리얼로 때우는 중이라는... ㅠㅠ

아아...ㅠㅠ 식사는 제대로 하셔야 합니다, 선생님. 요즘 독감이 또 유행인 것 같은데 면역 떨어지면 큰일이죠.

괜한 말로 걱정을 끼쳐드렸네요. 오늘은 순전히 제 귀차니즘 때문입니다,;; 그리고 독감은 12월에 이미 호되게 앓아서 면역이 되어 있지 않을까 한다는.. ㅎㅎ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작가님이야말로 건강 잘 돌보세요~

감사합니다. 독감을 이미 앓으셨군요.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속담이 있듯이... 아, 이게 아닌가요. 아무튼 건강히 겨울 나시길 바랍니다! :)

ㅠㅠ가입할때만해도 아르바이트 그만하겠다 했는데!!!ㅠㅠ 파워업을 다짐합니다..

머잖아 그런 날이 올 겁니다. 스팀잇을 발판으로 전업 작가로 대성하실 날이요.

최근 한국에서는 '하얀거탑'을 오랜만에 다시 해주더군요. 조금이나마 머리가 자랐는지, 어렸을 때 본 느낌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최근 장준혁(김명민)이 최도영(이선균)에게 멱살을 잡으며 하는 대사가 떠오르는군요.

너처럼 형제들 모두 줄줄이 의사인 놈들은 몰라.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하얀거탑은 지금 봐도 명작일 것 같습니다. 음악도 워낙 좋아서 콘서트도 따로 했었죠 아마. 당시에도 장준혁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았지요. 그가 수많은 악행(?)을 저지르는 데도 응원하게 되는... 저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아마 지금 봐도 그럴 것 같네요.

고양이를 키우는 것도 돈이 든다.

어렸을 때 어머니에게 고양이 키우자고 했다가 고양이는 사료 먹여야 한다며 반대 했던 생각이 나네요.

필요하면 쓸 수 있는 스달이 있는 것도 어디에요? 라고 위로하면 위로가 안 되겠죠. ㅜㅜ;;

내 한 몸 유지하는 것도 돈이 드는 마당에...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가 그런 걱정 안 하고 사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네요. 사실 저는 위로 받지 않아도 됩니다. 마이너스로 돌아서기까진 아직 여유가 있어요 ^^; 감사합니다.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글입니다. 오늘 하루, 땅바닥에 넘어진 사다리를 보면서 난간 하나 간신히 잡고 이거 누가 사다리 놔주길 기다려야하나, 뛰어내려야 하나를 고민했습니다,, 받은 글보상을 스팀에 재투자해서 오르면 한방에 시원하게 파워업! 할 기회만 노렸는데,, 뜻대로 되는 일은 아닌가봅니다. ㅜ

지금 아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코인 하는 분들이 매일 할 후회 같습니다ㅠㅠ 스달 스팀 교환 비율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역전까지 돼 버렸네요. 버티다 보면 기회가 다시 오겠죠. 그렇게 믿는 것 외에 달리 할 게 없네요ㅠㅠ 스달 가즈앗!

조금 전에 살아있는 고양이가 쓸 모래를 주문(그렇습니다. 살아있는 고양이는 화장실 모래도 사서 써야 해요)하고 왔더니 마지막 문단이 더욱 가슴에 사무치네요ㅜㅜ 코인이 얼마 없는 저도 이렇게 마음이 오락가락하는데 많이 가지고 계신 분들 심정은 어떨지 슬픕니다.

그렇죠. 화장실 가는 것까지 비용이 들죠. 특히 첫째가 감자 생산을 많이 할 것처럼 보이는데 말입니다ㅋㅋ 이런 걸로 제 손으로 뽑은 정부를 욕하면 안 되는데 오늘은 많이 원망스럽습니다 -.-

아니 어떻게 그런 걸 다 알고 계시죠? 첫째는 감자 생산도 많이 하고 맛동산 생산도 많이 하죠ㅎㅎㅎ 작가님께서도 고양이를 키워보셨나요. 고양이 전문가시군요!
저도 두번이나 표를 준 끝에 뽑은 정부인데 마음이 복잡합니다. 욕하시는 분들이 이해가 가고, 그렇다고 다음 선거에 다른 쪽에 표를 주긴 싫고 생각이 많아지네요ㅜㅜ

주위에 고양이 기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잠시 맡아보기도 했구요ㅋㅋ 코인이 정치에 변수로 작용할 줄은 전혀 예상 못했는데 이래서 인생이 재미있나 봅니다. 용서해줄 테니 가즈앗ㅠㅠ

저도 슬픈 마음으로 같이 외칩니다. 내 표를 평생 줄 테니 제발 좀 가즈앗!!! ㅜㅜ

글러브 하나 사보겠다고 여기 들어온 저는, 다른 걸 얻어가니 좋네요. 아니 글러브 살 돈을 출금을 못해서 아쉬워요. 내일이면 글러브를 쓸 텐데, 아끼던 글러브(누군가의 때를 타고 나의 때를 대신 탄)당분간은 잘 써야겠습니다.

엇.. 야구 하시나 봐요. 장이 회복해서 이터널라이트님의 손때만 온전히 탄 글러브 쓰시길 기원합니다.

제가 수비요정소리 좀 듣고 있습니다.(ss...내야 전천후...) 시작 한지는 이제 3년차지만요. ㅎㅎㅎ지금의 글러브도 사랑합니다, 온전히 저의 것으로 만들었으니까요.

헛~ 사회인 야구 14년차가 반가워서 댓글 남깁니다~ 수비 요정 부럽~

이렇게 선배님을 만나 뵙네요. 저는 타율이 망이라...이번년도 리그 삼진왕을 먹었습니다. ㅠㅠ

스팀잇의 올드비와 뉴비가 사회인 야구단의 뉴비와 올드비로 만나는군요 :)

지금, 잘 해도 돈을 벌기는 커녕 월회비나 꼬박꼬박 내야하는 데다 은퇴 시기까지 고민해야 하는 늙다리
야구 올드비랑, 잘하면 돈도 벌고 은퇴 고민조차 하지 않아도 되고 앞날도 창창한 스팀잇 올드비를 비교하시는 겁니꽈아아아아~ ㅋㅋㅋ

사회인 야구하는 분들은 타율에 많이들 집착하시는데 저는 야구는 수비!라고 생각해요. 특히 사회인 야구는 심리 싸움이라 한번 에러 하면 에러 쓰나미가 몰려오는 경우가 많아서... 제가 타격을 잘 못해서 하는 말은 아니...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안타를 잘 못쳐서가 아니라 잘 잡아내고, 잘 던지고, 또 잘 잡아주는 그런 재미가 더 야구를 재미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내일은 3번자리인데...내심 6번자리로 교체가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ㅎㅎㅎ근데 워낙 구력 좋은 형이 꾀차고 있어서 쉽지 않네요.

저는 선구안으로 버티는 스타일이라 오랫동안 2번만 하다가 나이 들면서 6번으로... 가끔 단장이라고 감독이 '형 미안해요~'하면서 8번 줄 때도 있어요. 타순 별 거 아닌데 은근히 신경 쓰이죠. 벌써 리그 시작인가요? 저는 10일부턴데... 그나저나 개막 앞두고 몸도 좀 만들어야하는데 방구석에 내내 죽치고 않아서 글이나 쓰고 있으니 걱정이네요...ㅠㅠ

현실에 만족하면 살자는 마인드라서 평상시에 이런글 보며
그냥 그러려니 넘어가는게 대부분인데 작가님 글 읽다 좀 울컥했네요.
노래를 부르는 사람의 감성이 노래에 담긴다고 하죠. 글에서 감성이 느껴지기에 글 읽으면서 울컥 했습니다. 상대적으로 느끼는 고통의 크기는 다르다고 하지만 폐암과 감기의 비유는 적절 했다고 봅니다.
아무리 국민을 위한 정부라고 하지만 실상 정치인은 서민이 아니지 말입니다. 화폐 규제 좋다 이겁니다. 하지만 소수의 피해자가 생겨나든 그게 1이든 3이든 피해자를 최소화시키며 규제 정책을 내면서 서서히 거품을 줄이는 것이 맞는데 너무 대책 없이 규제했던것 같습니다. 투자의 책임은 모두 본인에게 돌아간다고들 하지만 암호화폐에 기댈 수 밖에 없었던 서민들이 유일한 돌파구로써 코인을 투자하게 만들 상황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국가적 책임이 있다는거에 동감합니다.
뭔가 생각이 많아지네요...

우리가 바란 건 거래소의 장난질을 막고 안전장치를 마련해 달란 거였는데 우리를 같이 때려잡았어요. 우리더러 공범이라고ㅋㅋ 그저 웃지요. 이런 얘기도 진짜 웃으며 할 수 있는 날이 곧 오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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