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싸게 짝꿍

in #kr6 years ago (edited)

1970년대에 국민학교를 다녔던
나에게는 지금까지 잊지못할
첫 짝꿍 남자 아이가 있다
2학년 되고나서 어디론가 전학을
가버렸지만 이름도 기억하고 있다
권 대영

무슨 이유였는지 모르지만 입학식 첫날
부모님은 나를 학교에 데려가지 않으셨고 이튼날 부터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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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멋진 가방을 메고 등교를 하는것이 아니라 보자기에 책을 싸서 여자 아이들은 허리춤에 두르고 남자 아이들은 등짝에 둘러메고 다시던 시절이였다 워낙 시골이다 보니 그랬을까?

보통 여자아이와 남자 아이들이 짝꿍이 되었는데 그 당시 남자 아이들은 여자 아이들에게 참으로 짖궂게 굴었던 기억이 난다

대영이는 그닥 말수도 없는 조용한 아이였고 짖궂지도 않았다
오리려 내가 책상에 금을 긎고 각자의 영역을 지키게 했고 금을 넘어오게 되면
화를 내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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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당시엔 아이들이 노란색 벤또에 점심을 싸가는 것이 점심을 해결하는 방법이였는데
대영이와 나는 1학기초에 한동안은
도시락을 들고 다니지 못했다

점심시간이 되면 둘이서 고픈배를
쥐어안고 뒤로 홀짝 돌아 앉아서
뒷줄에 앉아 있는 동무들이 도시락을
까먹는 모습을 바라보고 눈만 껌벅 거리고 있었다

얼마나 배고팠던지 지금도 기억이 선하다

엄마가 어느날은 시장에 가시면서 벤또를 꼭 사오마 약속을 하시고 가셨다
드디어 나도 낼부터 도시락을 싸갈수 있다는 생각에 좋아하며 장에서 돌아오실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장에서 돌아오신 엄마와
작은 고모, 다섯살때부터 엄마가 키우신 고모도 그날 장엘 따라서 갔다왔던 기억이 또렷하다

그런데 엄마의 장보따리에선 벤또가
나오지 않았다
이유인즉 도시락을 버스에 놓고 내리셨단다

아 ... 그때의 실망감이란
작은 고모까지 원망스러웠다

대영이에게 자랑하면서 도시락을
까먹을 생각에 젖어 있던 나
어떻게 벤또를 버스에 놓고 내릴수
있단 말인가..? !!

그 다음날도 대영이와 나는 뒤돌아 앉아
뒷줄에 앉아 도시락을 까먹는 친구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다 봐줘야 했다

그때 그 아이들은 대영이와 나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하다
한숟가락도 안주고 .... 맛있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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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 5일장에 다시 나가신 엄마손에는 벤또가 들려져 있었고
다음날은 벤또를 들고 신나게 학교를
향했다

대영이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줄
생각을 하면서...

그런데

그날 점심시간에 대영이도 노란벤또에
점심을 싸왔다
뭐야... 둘은 말도없이 벤또를 맛있게 먹었다 그날을 지금도 잊을수가 없다

대영이는 늘 매일같이 수업시간에 오줌을 싸기로 유명했다
수업을 하다보면 다리를 막 떨어댄다
신호다

그렇게 선생님에게 화장실 가고싶다는
말도 못하고 다리를 떨다가 바지에 오줌을 싸고 만다

늘 오줌은 바지를 적시고
바닥으로 흘러 내렸다
"선생님 대영이 오줌쌌어요"
나는 그렇게 소리쳐야 했고 선생님께서
대영이를 데리고 나가셨던 기억이 흐릿하게 남아 있다

왜 쉬는 시간에 화장실을 안가고
바지에 지릴때까지 참고 앉아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대영이는 2학년이 되면서 어디론가 전학을 가버렸다
말수도 없고 늘 오줌만 싸던 짝꿍이라
사이좋게 지내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잊을수 없는 내생애 첫 짝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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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입학할 당시 53명의
반아이들이 콩나물 시루처럼
바글 거렸던 기억이 난다
매년 시골을 떠나 어디론가 떠나는
아이들이 늘어났고
졸업할 당시에는 38명이 졸업을 하게 되었다

지금은 도시에서 시골로 내려온 사람들이 골짜기마다 집을짓고 사는데 옛날엔 시골을 떠나 도시로 가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지금 나의 모교는 전교생이 12명이란다 그것도 많은 수의 아이들이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라고 하니
왠지 모를 쓸쓸함이 밀려온다

대영아 너도 기억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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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한주의 시작 월욜입니다
화이팅~~~!!

사진마을-한겨레에서 가져온 이미지 사진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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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짓게되는 글이네요.

저도 70년대에 국민학교를 다녔는데 미국에 살아서 그런지 주변에서 70년대에 국민학교를 다닌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뵈니 정말 반갑고 제가 이미 팔로 하고 있는 분이라 더 반갑네요.

그 콩나물처럼 바글바글하던 교실 그리고 겨울이면 온갖 연기를 맡으며 쓰던 조개탄 등 정말 추억이 많네요. ^^

그럼 비슷한 년배쯤 되겠습니다
저는 시골이라 장작을 태우곤 했답니다
저도 지금 팔로우 했습니다 ㅎㅎ

저도 도청소재지이긴 하지만 시골이라고 불리우는 곳에서 살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추억이 참 많습니다. 그 시절 친구들과 제가 미국에 떨어져 살면서도 아직도 연락하고 지내고 한국에 가면 그 친구들이 어마어마하게 환영을 해주는게 삶의 낙이네요.

아.. 그 붙어있는 책상..
짝꿍이 지우개질을 하면 나까지 덜컹거려서
글씨 삐뚤삐뚤해진다고 막 화내고^^;;
선 넘어오면 다 가진다고 으름장도 놓고...
추억이네요^^

다들 비슷한 추억이 있나 봅니다
참 그땐 왜그랬는지 ㅎㅎ

70년대 국민학교를 다니셨으면... 누나시군요^^ ㅎㅎ
국민학교 기억은 잘 안나지만... 항상 여자 아이들이 책상에 줄긋고 못넘어 오게 했었는데....ㅋ 아~ 아련한 추억에 빠져봅니다!

노아님은 언니시고 @jsj1215님은 누나시라니 어떻게 된 건가요! ㅎㅎㅎ 스팀잇에서 독거노인님 처음 보았을 때, 닉네임보고 정말 노인이신 줄 알았는데.. (실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실망이라뇨? 그냥 닉네임이 독거노인이지... 실제는 아닙니다!
실망을 드려 죄송합니다! ㅎㅎ

ㅋㅋㅋㅋㅋ

아...다크뉴욕님
이제야 진실이 밝혀지는 거군요
전 어르신인줄 ㅋ
다큐뉴욕이라면 저보다 20년 어리신 느낌입니다~~~^^ ㅎㅎ

ㅋㅋㅋㅋ 진실까지야! 뭐 서로 확인할 방법이 없었던것 뿐이죠^^
저보다 확실히 누님~ ㅎㅎ

아... 왠지 진거 가터요ㅠㅠ
누님.... ㅋ

다크뉴욕도 잘 어울리시는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

그쵸 ㅎㅎ

저보다 많은 시간 이전에 학교 생활을 하셨었네요...^^
사진이나 벤또라는 도시락이 낯설기만 하지만...
그래도 사회생활을 하며 지내다 보면, 아련히 학창시절이 그리울 때가
종종 있는 것 같아요 ^^
덕분에 어린시절의 추억을 떠올려보고 갑니다.
좋을 글 잘 보고 가요 !! 즐거운 한 주 되세요 ^^

ㅎㅎ 제가 확실히 쉰세대이긴 한가 봅니다
까마득히 옛일 같기도 하고 어제일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jsj1215 님의 추억 속에 역사가 있네요. 아직 젊기는 해도.. 나이가 들면서는 이런 이야기들이 참 정감있고 소중하고.. 그립더라구요. 친구들 도시락 먹을 때 배고픔을 함께 해준 짝꿍이라 고맙게 느껴지네요. 권대영님의 프라이버시는 이렇게 지켜지지 못하고 블록체인에...ㅎㅎㅎ

ㅋㅋㅋ
오줌싸게 대영이도 이해해 줄거예요
대영이가 보고싶네요

헉...
지금 모교가 전체 12명?.
페교 되겠내요?....얼릉 그리 이사 가요...^^*

ㅎㅎ이사가도 울 막내가 졸업반이라
소용이 없어요

어머 언뜻 초등학교때 추억이 생각나네요 :)
책상 가운데에 줄 긋고 넘어오지말라고 으름장 대던건 다들 하나씩 가지고 있는 추억인가봐요 ^^
청소시간 책상 밀고 마룻바닥으로 된 복도를 왁스로 닦아대던 기억이 나네요 ^^

그러게요
그때만이 가질수 있는 추억이지요^^

국민학교 참 아득한 이름이지요.
그래도 아름답고 정겨운 추억이 깃든 곳
지금도 가고 싶은 곳

네 전 국민학교라고 불렀던 세대라
지금도 그케 부르는게 편하네요^^

전 초등을 7,80년대에 걸쳐서 다녔는데 저보다 연식이 조금....더.... 그 당시 53명이면 적은편이네요... 저는 70여명이었고 그것도 오전, 오후반이 따로 있었죠... 생각난당....예뻤던 내 짝꿍은 잘 사나......

ㅎㅎ70 명은 너무 심했네요
친구들 이름 기억하기도 힘들었을것 같아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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