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소한 곳으로의 여행] 페르시아 #2 -납치인가...

in #kr7 years ago (edited)

2005년 5월과 12월 두 차례 출장 차 가게 된 페르시아(이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다녀온지 오랜시간이 지났지만, 다른 나라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 있어 올려봅니다. 편의상 편하게 작성하오니 양해바랍니다.


이란 인구 약 8000만명,
원유 매장량 세계 4위,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위,
그리고 양질의 케비어를 러시아와 함께 세계공급의 90%이상을 차지.


허름한 호텔...짐도 풀지 않고, 신발도 벗지 안은 채, 침대 위에 웅크려 잠시 눈을 붙이고, 다시 공항으로갔다...

테헤란에서 이스파한으로..

테헤란의 아침도 여느 곳처럼 분주했다...자동차 매연으로 공기는 탁했지만,
저 멀리 보이는 알보르즈 산맥의 만년설은 시원하게 보인다.


<공항 경비대원 뒤로 보이는 알보르즈 산맥>

저 산맥을 넘으면, 카스피 해가 나온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통역관의 말에 따르면, 카스피 해쪽의 도시가 그렇게 아름답다고 한다. 카스피 해에서 나는 케비어가 엄청 유명하다.

도심에서 떨어진 이스파한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길에, 그 풍경을 보고서야,
중동의 어느 한 국가에 왔음을 실감했다.

강렬한 햇빛과, 모래, 황토색의 건물과 민둥산들

그런데 차가 선 곳은, 산 기슭아래, 인적도 드문 곳의 폐공장 처럼 보이는 곳...
(납치인가..? 그러고 보니, 도착 후 지금까지, 나 혼자..)
(현지 사장이나, 미리 와 있다던 한국인과 연락도 할 수 없었다)
(솔직히 연락할 방법도 없었고...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무거운 쇠문을 열어주는 기사...그리고 들어가라는 손짓...

이건 뭔가...? 인적도 없는 이곳에 조용히 파 묻히면...?

영어를 하지 못하는 기사에게, 담배를 꺼내어 권했고,
웃으며 "코리아?"라는 말과 함께 맛있게 태웠다...

긴 여정에 이미 지쳐있기도 했고,
저 곳이 뭐하는 곳인지도 모르겠고, 말은 안 통하고..

어떻게 할 건지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다.

개미 새끼 한 마리 안 보이는 짓다만 건물 앞에서,
말도 안 통하는 이란인과 담배라...

통상, 외국 출장을 가면, 숙소에 먼저가서, 짐을 풀고, 현지 담당자와 연락을 하고, 만날 시간을 정한 후, 미팅장소든 현장이든 가는게 일반적이다.

누가 봐도, 저 곳은 호텔도 아니며, 일을 해야 할 만 한 곳으로도 안 보였다.

뭔가 이상 하다, 라고 판단하고, 기사에게 손짓 발짓으로, 연기아닌 연기를 하고, 차에 탔다. 타고온 조수석에...

의아해 하는 기사는 페르시아어를 쏟아내더니, 알아듣지 못하자, 철문 안으로 달려들어갔다.

달려들어가는게, 더 무서웠다....아...뭔가 있구나...

난 잽싸게, 키가 꼿혀있는 운전석으로 옮겨타고, 시동을 걸고, 도망갈 준비를 하고는 철문 쪽을 바라봤다.

"그래, 모 아니면 도다...한국인이 나온다면, 이 곳이 맞고, 아니라면, 뭔가 잘못 된거다.
누가 나오나 보자..."

기사와 함께 나온 이란인...

"XX .. " 나도모르게 욕을 하곤, 악셀을 밝았다...

끼이익~~~~!!!! 굉음만 내는 자동차...."어...이거 왜이래...?"
싸이드 브레이크를 풀지 않았던 거다...긴장을 엄청 하고 있었나 보다.

차로 달려오는 두 사람...그리고 더 긴장하며, 악셀을 밟은 나...
여전히 싸이드 브레이크는 걸려있고, 차가 이상하다고만 생각 했고,
느린 속도지만, 조금씩 앞으로 힘겹게 나가는 차를 따라오며,
부리부리한 두 눈으로 조수석 창문 안으로 손을 휘 젖는 이란인....
.
.
.

"OO씨~!!! 어디가요? 차 세워요...차...!!!

(내가 잘못 들었나? 분명 한국말인데...)

내 이름을 부르는 이란인....

통역관이었다~!!!

기사님과 통역관...통역관님...눈에 힘주면 무섭...
.
.
.
아...이 뻘쭘한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까....
난 누구 여긴 어디....뭐 이런 입장이었다.
차에 짐이 있어, 철문 안으로 차를 가져가 주차를 하려 했다는 말도 안되는 변명을 늘어 놓으며, 기사분에게 담배 한 갑을 손에 쥐어주고, 태워줘서 감사하다고 꼭 좀 통역 해달라고 하곤, 90도 인사를 했다.

마침내, 한국의 다른 업체 분들과 인사를 하고, 일을 시작했다.
한국분들을 보니, 그제서야 안심이 되었다...몸은 천근 만근...


저 건물은 공장 확장으로 건축중이었고, 뒷편으로 오래된 기존 공장 건물이있었다.
새 설비를 새 건물에 넣은거다....
안에 들어가니, 한국 분 몇 분들과 그 회사 대표, 그 회사 여직원 두 분.
(사진 속, 까만 부분이 여직원 두 분이 각각 차도르를 입고 있는 모습임)
(저는 뭔가 보드판에 적어가며 설명..통역관..그리고 대표분과 여직원 둘, 한국분 한분..)

그렇게 첫날 업무는 대충 마치고, 한국 분들을 위해 대표분이 빌린 아파트로 가는 중, 차에서 연신 사진을 찍어 대니, 차를 세워주시는 대표님...덕분에 민둥산을 배경으로 찰칵

길고 긴 여정 끝에, 드디어 샤워를 하고, 잠을 잘 수 있는 숙소에 도착을 했다. 무섭고, 지저분한 호텔과, 납치극을 혼자 상상하며, 진을 다 뺀 출장의 첫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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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Thank you. ^^

네 누구라도 같은 기분을 느꼈을 것 같네요^^
무사하셔서 이글을 올리셨으니 다행입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 다행히 혼자만의 오해로 마무리되면서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

저도 팔로우 합니다.

감사합니다. ^^

스펙타클 하네요.ㅋㅋㅋㅋㅋㅋ
잘못했음 차량 절도범 되실 뻔 했네요.ㅋㅋㅋㅋ

이슬람문화....절도엔 손목아지라고 들었는데, 진짜 통역관 아니었음...으...상상하기도 싫네요...ㅎㅎㅎ

헐... 스팀잇 못하실 뻔 했네요.ㅇㅅㅇ;;;;;;;;;

오우~ 상상만해도 소오~~름... O..O ;;;;;

세상에 ㅋㅋㅋ근데 저 상황이였으면 저라도 무서워서 도망갈 준비 했을 것 같아요 ㅎㅎ긴박했던 출장 에피소드!

지나고 나서는 웃지만, 저 순간엔 정말 무서웠습니다.....ㅎㅎㅎ
알고보니, 무척이나 순박하고, 좋으셨던 분들인데 말이죠...^^

ㅎㅎ 지금이야 웃으면서 말하지만, 저도 그런 상황이었으면 겁이 덜컥 났을것 같네요.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하셨네요. ㅎ

인생 이불킥으로 남은 사건입니다.ㅎㅎ
그곳에 대한 무서운 뉴스에 지레 겁을 먹은듯 하네요..ㅋ ^^;

건물진짜 ㅎㅎㅎ
영화에서 조직들이 모여서 한바탕 할 거 같은 비주얼이네요. :) 저라도 진짜 걱정 많이 됐을 거 같아요. 한국에서도 그런데 타지면 더 그렇겠죠. ^-^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0^

정말 지금이야 웃으면서 말 할 수 있지만, 딱 저 상황에선, 진짜 목숨걸고 도망 가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달리는데 총 쏘면 어쩌나 그 생각까지 들더군요...ㅎㅎㅎ

신발도 벗지 않은채....에서 짠하다가 갑자기 차량탈취로 빅웃음ㅋㅋㅋㅋㅋㅋ
근데 저같아도 너무 무서웠을거 같아요~
기사님은 왜 또 달려들어가셔서 ㅋㅋㅋㅋ

사람이 뭐가 씌인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상상력이 만들어낸 공포...엄청나네요.
반대로, 그걸 바라보던 기사님과 통역관은..."저거...뭔 시츄애시숀?" 하고 벙 쪘을듯 합니다..ㅎㅎㅎ
(아...이불킥...)

엄청 긴박하게 읽었어요
정말 긴장하고 무서우셨을 것 같아요
말도 안통하고 ㅎㅎㅎ 그럴만도 하셨네요 ㅎㅎㅎㅎ
그래도 다행이네요 ㅎㅎ
근데 계속 웃음이 나는건.. 어쩌지요? ㅎㅎㅎ

지금 생각해도 이발킥입니다...ㅎㅎㅎ 그때 혼자 난리친거...평생 못잊을 듯 합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하니님!!! 완전 대박!!!!
아.... 뻘쭘해 ㅋㅋㅋ 어쩌면 좋아요 ㅋㅋㅋㅋ 이란으로 여행을 간 분이 계신데...기회가 없어서 여행이 어땠는지 못 들었거든요 ㅋㅋ 너무 궁금했는데 하니님이 이란 출장 경험을 올려 주시니 너무 좋네요. ^^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

시트콤에나 나올듯한 상황이었습니다.ㅎㅎㅎㅎ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이렇게 됩니다..ㅎㅎㅎㅎ

ㅋㅋㅋㅋㅋ

그저 웃지요 ㅎ

이란 하면 맨날 우리나라랑 월드컵 축구 예선이나 아시안컵에서 만나는 나라로 밖에 생각이 안났는데, 생각보다 많은 것을 가진 나라였군요. 음식 좋아하는 저에겐 캐비어 생산량이 가장 인상적이네요ㅎㅎ

케비어 파는 곳은 많았는데, 싼것 부터 꽤 비싼것 까지 종류가 많았습니다.
싼거 사서 먹었습니다만...짰습니다. 그냥....짰습니다. T T
케비어를 그때 처음 먹어봤습니다만...T T
먹을 줄 모르니, 어떻게, 무엇이랑 같이 먹어야 하는지도 모르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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