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담수첩] 밀양. 감나무에 빛은 누가 내려주는가, Me too운동에 부쳐.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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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름과 낯짝을 처음 본 것은 국정감사장에서였다. 국민을 대표해 질문하는 국회의원을 대하는 태도를 보며, 또 그가 코너링을 잘 타는 자식의 아비 라인을 탄 작자라는 것을 알고 나니 그 나물에 그 밥이구나 했었다.

그리고 다시 그의 이름이 뉴스를 오르내렸다. 나는 이미 그에게 다른 의미로 기대감을 가지고 있던 터라 무르익어 언젠가는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참으로 간사하여 까치들을 불러 모아 자신의 죄를 쪼아 먹여 없애주기를 바랐었다, 간증이라는 이름으로. 그러나 먹히다 남은 그의 죄는 떨어지기 전에 드러났다. 감이 떨어지고 봄이 오기를 기다렸을 그들 인생의 계절에 혹독한 겨울만이 남기를 바란다.

이창동, 전도연, 송강호.

세 명의 이름으로 나는 그 어떤 영화의 정보도 접하지 않은 채 재생 버튼을 눌렀었다. 그들의 이름이 주는 기대감과 무게감이 있기 때문이었다. 요즘 다른 이름의 감을 주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것은 실망감이다. 앞서 말한 그들의 나무에는 실망감이 열리지조차 않았으리라 믿고 싶다, 그래야 떨어지지도 않을 테니까.


비밀의 햇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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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저세상으로 보내고 아들과 함께 그의 고향으로 향하는 그녀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도시에서는 옆에 누가 살아도, 데면데면하여도 살아가는데 큰 지장이 없었으리라. 그러나 그녀의 밀양 입성은 지역사회에서 크게 눈에 띌 만하다, 그곳은 입에 발이 달린 듯 없던 것도 생겨나며 빠르게 퍼져나갔다.


책속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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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불행한 것일까. 오히려 그녀 자신은 불행보다 불안을 은연중에 안고 살아가는 것인지 모른다. 불안이 자신에 의해 좌우된다면 불행은 타인에 의해 좌우되는 것 같다. 나는 그렇지 않다는데 그렇게만 보고 마는 사람들이 있다. 신애가 차린 피아노 가게 앞, 약국을 운영하는 부부의 눈에는 신애가 그렇게 보였나 보다. 보이지 않는 책 속의 세상을 설파하며 보이지 않는 하늘의 그의 말을 들어보기를 권한다.


기름종이에 물 붇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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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도시에서 어떻게 살아갔는지 모르겠지만, 지역사회인 밀양에서 살아가려면 그곳에 스며들 수밖에 없다. 그녀는 물과 같고, 밀양은 기름과 같았다. 밀양으로 내려오는 길에 우연히 만난 종찬은 그녀가 사회에 스며들 수 있게 하는 비눗물과 같은 존재였으리라.


전부 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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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애는 절반 같던 남편을 잃고 내려온 밀양에서 나머지 절반인 아들을 잃었다. 절반을 잃은 그녀에게 아들은 절반의 나머지의 절반이 아닌 전부였다. 그 전부를 앗아간 건 조금씩 그녀의 마음이 지역사회에 스며들며 만난 이였다.


온통 그였다

전부를 잃은 신애의 허한 마음을 차지한 건 보이지 않는 믿음이었다, 보이지 않는 아들의 빈자리를 대신하는 것처럼. 처음엔 눈에 잡히는 실체가 없는 그것을 붙잡는 것에 망설임을 보였지만, 그 허상이 그녀의 마음속에 자리 잡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무언가 스며들 틈을 전부 잃어버린 그녀의 마음속을 파고드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전부를 송두리째 잃었기에 전부를 가득 채우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그녀의 마음속엔 온통 절대적인 그가 가득 찼다.


용서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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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하늘의 그는 한입으로 두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귀는 수십에 수천을 넘어 수만, 수억을 가지게 되었다. 수억의 머릿속, 가슴속을 한 바퀴 돌아 그들의 입 밖으로 나온 그의 말씀은 이미 그의 말이 아니다, 그것을 믿는 자들이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하다. 과연 한 바퀴만 돌았을까. 책 속 하늘의 그의 말은 그것을 믿는 자들의 입맛에 맞게 편집되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김추자>

용서는 하늘에서 내려주는 것일까.


불행과 불안

그들은 불안한 마음에 자신의 뒤의 시간을 살아갈 어엿븐 사람들이 불행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말씀을 남기었을 것이다. 그들을 성인<聖人>이라 말한다. 불완전했을 그들은 알았을까. 어엿븐 사름들의 말을 들어줄 그들의 귀는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의 말을 절대적으로 믿는 자들에 의해 자신을 불안하게 만들고, 타인을 불행하게 보이게 만든다. 전도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그러모으고, 간증이란 이름으로 저희들끼리 용서를 구한다.


감이 떨어진다

한 여검사의 용기 있는 고백으로 우수수 감이 떨어지고 있다. 그 여검사는 파렴치한 선배가 간증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죄를 덮어두려는 수작에 용기를 얻었다 했다.

기대감과 무게감을 가졌던 수많은 예술인들이 떨어지고 있다. 손에 닿지 않는 저 높이 달린 감들은 겉으로는 맛있게 익어갔을 것이다. 속으로는 썩어 문드러진 감은 가까이 있는 까치들조차 건들지 않는다.

사람들조차 알지 못해 아니, 미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까치밥으로 남겨놨을 그 감들.
겨우내 자연스레 떨어져 다시 봄이 오면 새 열매를 맺어 지난날을 덮으려 했던 그 감들.

감나무 전체가 썩기전에 도려내야 한다. 떨어진 그 감들은 거름조차 될 수 없다. 오히려 전체를 물들게 할 것이다.


두려움과 용기

두려움은 누가 심어주는 것이며, 용기는 누가 쥐여주는 것인가. 하늘에 계신 절대자인가. 이 땅 위의 수많은 절대적 존재들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그들의 권위에 짓눌려 두려움을 숨기고 살았을 그들이 서로에게 용기를 얻으며 고백하고 있다. 그들에게 두려움을 주었던 것이 단지 절대권력을 지닌 그들뿐이었을까. 이제는 두려움 대신 용기를 주어야 할 때이다.

감나무에 봄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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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았던게 너무 오래전이라 그때의 느낌은 너무 아팠고... 저에게는 조금 충격이었어요. 아마도 그 당시 제가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많은 감정들이 영화를 통해 전달이 되었기 때문인거 같아요.
지금 다시 보면 느낌이 또 다른 영화임에는 분명해요.

그런 것 같아요, 저도 짧지만 시간 차이를 두고 다시 보니 느낌이 다르게 오더라구요. 영화를 보고나서야 이창동감독님이 기독교인이라는 것을 접했는데, 거기서 또 한번 충격...
벌써 십년이 넘었네요, 이 영화도. 아프지 않으려면 조금 더 묻어두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에게도 조금 충격이었던 영화였던 것 같습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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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ist isn't in any particular order and it isn't exhaus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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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you are a sport enthusiast or otherwise, don't miss out on participating in these sporting event related conte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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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Art Challenge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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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don't need to be an artist to join. Just interpret an artwork that is posted in your own words.
Tag - artchallenge

비행기에서 어머니가 우셨는데, 보니 이 영화 인것을 기억합니다!

어떤 마음이셨을지 공감이 갑니다. 기회되시면 한 번 보셔도 좋으실 것 같아요!

https://steemit.com/kr-event/@omanaa/3-1
여러분!! 3•1절 대박 특집 이벤트!! 하시모토 토오루 전 오사카 시장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아이디어 있으신 분들 댓글참여 부탁드려요!^^

이루려하시는 바 이루기를 기원합니다!

아마도 감나무에는 봄이 올 겁니다. 아니 감나무에는 당연히 봄이 다시 오게끔 되 있는 겁니다.

그러길 바랍니다. 열매에 더이상 썩은감은 맺지 않기를!

아..이 영화 보고 정말 가슴 먹먹 했어요..
특히 하나님은 우리를 이미 용서하셨습니다 라는 얘기들었을때 그 분노는.....하아...
그나저나 이터널라이트님 리뷰 너무 좋아요! +,.+b

손수건 날리던 그 영화가 아니라서 아쉽네요. ㅎㅎㅎ쪼야님과의 첫 만남이 이창동감독님의 추억이었는데.
손수건은 나중에 날려볼게요. ㅎㅎㅎ

영화보다... 이터널님 리뷰를 더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리뷰 보면서... 아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라고 영화를 회상하게 되네요...
본 지 몇 년 지났지만 이 감성을 가지고 다시 한 번 봐야겠습니다.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이번 미투운동에 비쳐서 다른시각에서 보니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 있는 것 같았아요.

아.. 저도 본 영화인데 전 무슨 생각을 하고 봤는지 기억도 안나네요.
성희롱 참 많이 당한 사람으로서 이번 미투 운동 물타기 하는 놈들 좀 짜증납니다.
거름조차 될 수 없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두번 보면 재미있는 영화들이 있는 것 같아요. 자꾸보면 더 재미있는...ㅎㅎㅎ
맞아요 꼭 물타기는 주변에서 하거나 그들에게 아직 믿음이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 같아요. 팔이 밖으로도 굽어야 정신을 차릴런지...썩은 똥은 찾아서 태워버려야죠.

스팀챗 보냈으요 ㅋㅋ

새글 언제 씁니까. ㅋㅋㅋㅋ

오늘 볼까 하는데...일단 편의점 만원의행복 목록을 보고 GS로 갈지, CU로 갈지 정해야겠습니다. ㅎㅎㅎ

오늘 영화를 본다고?

네, 이미 볼 영화 여섯개는 한달도 더 오래전에 정해놨어요.
오늘 볼 영화는 바꾸려고 해봤지만, 그대로 가려구요.
글은 언제 올릴지 모르겠습니다. ㅎㅎㅎ

오올 준비성!!

간만에 오셔서 또 이렇게 큰 감동을 주시네요! 아 좋아라!
근데 전 왜 이 영화를 안 봤을까요? ㅠㅠ

세 사람이 주는 무게감에 실망하지 않으실 것 같습니다.
두번째 보는데도 너무 재미있게 봤어요!

아....밀양.
유일하게 극장가서 본 몇 안되는 국내 작품 중 하나인데. 극장에서 보면서 너무 사실적으로 불편해서 2시간 내내 불편해하다가 끝난 기억이 나네요.
감독이 그걸 의도했다면 커다란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실제로도 목사 같은 역할과 밀양 주변인들은 밀양의 일반 주민을 캐스팅했다고 하죠?^^
김도연의 연기는 대박이었습니다.:)

실제로 이창동감독님도 기독교인이라 들었습니다. 저는 단순히 종교를 비판하는 것이 아닌 그 이면에 드리운 어두움을 비판한 것이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캐스팅비화는 처음 들었는데 일반인인줄 몰랐어요, 정말 그렇다면 그분들 배우해도 되겠는데요?ㅎㅎㅎ
전도연, 송강호는 말이 필요없는 최고의 배우들이죠, 극에서는 그들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으니까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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