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 사이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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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을 나눠드립니다]


내게는, 내게는 잊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지나친 사랑은 때론 독이 된다. 정말로 사랑하는 사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과연 그럴까.

서른살이 되는 해 첫눈 오는 날 나는 그를 어린이대공원 정문 앞에서 만나기로 했었다. 스물 다섯살쯤에 했던 약속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만약 그날 내가 그곳에 나갔다면 "환영같은 시간의 장난"이 이루어졌을까.

그를 처음 만난건 어린이대공원이었다. 친구의 생일파티였던 걸로 기억한다. 벚꽃이 한창인 계절이었다. 야간의 벚꽃은 낮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반사된 벚꽃의 조명등이 사람들의 눈동자에 보석을 달아주었다. 그중 가장 빛나는 보석을 발견했다. 그는 부끄러운 듯한 이쁜 미소를 가지고 있었다. 우린 그렇게 친구가 되었고 아픈 청춘을 함께 보냈다.

스물아홉, 나는 한국을 떠났다.

한국이 싫었고 사람들이 환멸스러웠다. 그는 힘든건 다 버리고 금방 돌아오라며 여비를 챙겨주었다. 가슴 가득 애증을 안고 비행기에 몸을 싣던 날 다시는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결국 난 서른이 되던 해 벚꽃이 피기 전에 다른 사람과 결혼을 했다. 그리고 그해 첫눈 오는 날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어땠을까. 그는 어린이대공원 정문에 나갔을까.


미소가 예뻤던 그는 항상 감사한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그리고 어둡고 방황하는 내 청춘의 영혼에 감사의 씨앗을 뿌려주었다. 그 덕분에 나는 오늘을 행복하게 살수 있다. 씨앗은 내 안에서 싹을 틔우고 무럭무럭 자라났다. 내 키보다 더 성장하여 긍정의 열매도 열렸다. 그를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아직까지도 어둠의 터널에 머물러 있을지도 모른다. 스무살의 나로부터 지금까지 나는 그로 인해 밝고 긍정적인 사람으로 살수 있었다.

운명이란 그런걸까.

얼마전 우연치 않게 한 신문에서 그의 인터뷰 기사를 보았다. 사진속의 그는 아직도 부끄러운 듯한 이쁜 미소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사람들에게 감사의 씨앗을 나누어 주며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잊을 수 없는 시간만을 소중히 간직한 채 살아가는 것이 서글픈 일이라고만은 생각치 않는다. 난 과거를 뒤돌아 볼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해 기대만 할 것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갈 것이다.

그는 나에게 서툴지만 기적이라는걸 남겨 주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감사의 씨앗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될수 있다는 기적.

그래서 나는 오늘 서툴게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

씨앗 분양 받으실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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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그 분에 대해 말해봅시다. 어느 신문이죠? 몇월몇일자,,ㅋㅋ
죄송합니다. 고귀한 메시지를 던지셨는데..^^
제게는 마음의 1cm 깊이로 씨앗을 심어주세요. 빨리 싹이 뚫고 올라오게요.

하하하..완전 웃겨요^^

소울메이트님식 유머랍니다. ㅋㅋㅋㅋ

이미 진지하고 멋진 글에 걸맞는 댓글을 달고 왔지만...
실은 저도 쏠메이트님과 같은 질문을 하고 싶었다는요 ㅋㅋㅋㅋㅋㅋ

소울메이트님! 깊이 알면 다치는거 아시죠? ㅋㅋㅋ 1cm 깊이로 꼭꼭 심어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영등포 역 11시! 1981년! 흐드러지게 시간이 플어져 버린 날이었지요!!!

ㅍㅎㅎㅎㅎㅎ 아고! 넘 오래전 아닙니까? 빛바랜 흑백사진이 생각나는군요. 20세기의 추억이라니 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궁금해욧!

지금까지 당시의 모습만 간직하고 산답니다.

이렇게 가셔서 아직도 외국에 살고 계시는군요.
아련한 이별 이야기입니다.
벚꽃이 피는 요즘 더 아련하게 느껴지시겠어요.

ㅜㅜ 그렇게 되었어여. 후회는 없어요. 사실 벚꽃보다는 첫눈오는 날엔 가슴이 아련해진답니다.

저는 가끔 그리운 누군가가
조금은 알려진 사람이길 바란적이 있었어요

얼마전 우연치 않게 한 신문에서 그의 인터뷰 기사를 보았다. 그는 아직도 부끄러운 듯한 이쁜 미소를 가지고 있었다. 여전히 사람들에게 감사의 씨앗을 나누어 주며 살고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런 상황을 원했거든요
직접 연락할 수는 없는데 잘 지내는지 궁금할 때
혼자 슬쩍 보고 싶단 생각..

그죠그죠. 저 완전 기분 좋았어요. 그날 ㅎㅎㅎㅎ 잘 지내는것 같아서 더 기분이 좋았어요!

이번에는 밤꽃이 아니라 벚꽃이네요. ㅎㅎㅎ
씨앗은 나중에 한국오시면 어린이대공원 앞에 묻어주세요. 그러면 십년 뒤에 구경갈게요. 아, 근데 아직 어린이대공원 있나요?ㅎㅎㅎ

ㅋㅋㅋㅋ 계절마다 피는 꽃들이 다양해서 한국은 참 좋아요. 씨앗은 벌써 이터나라이트님 가슴에도 심어졌답니다. 몰래 심었지롱 ㅋㅋㅋㅋ 근데 어린이대공원 없어졌어요? ㅜㅜ

이 사람이 그 복학생은 아니겠죠... ㅎㅎ 과거는 켜켜이 쌓여 있으니 이제 퍼먹을 일만 남았죠..ㅎㅎ

노노! 맨날 파먹으면서 퍼먹으면서 삽니다. 그래서 살이 안 빠져요 ㅋㅋㅋ 나눠 드시죠!

저요! 씨앗 분양해주세요~~~ 에빵님의 그분도 지금의 에빵님도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시니 그 추억으로 지금의 삶이 조금은 더 풍성해지실듯^^

넵. 분양해드릴께요. 감사합니다. 추억도 추억이지만 그때 그 친구덕에 사고관이 많이 달라졌어요. 그전엔 완전 비관론자였거든요 ㅋㅋㅋ

아흑 ㅠ 여러 추억이 지나갑니다.....

언제 기회되면 함께 공유해주셔도 좋아요. 시마님! ㅎㅎㅎ

중학교 친구랑 31살이 되는 해에 삼일절에 13시에 중학교 정문 앞에 만나기로 세명이 약속을 했었지요.
두해가 지났는데 다 까먹었더라구요.
한놈은 그때 자기 정기적금 만료라고 했는데... 몇년을 부은건지. ㅋㅋㅋㅋㅋ
그 중 한놈만 연락이 되네요.

여비를 챙겨줬는데.. 먹튀에빵님 ㅋㅋ

ㅍㅎㅎㅎㅎㅎ 역시 예리한 유난님!!!!! 먹튀한거 두고두고 미안하긴 해요.
친구들하고 가끔 그런 약속 했던것 같은데 사실 저도 잘 기억이 안나긴 해요. 이친구하고 약속한거는 기억이 특별히 나는 이유가 따로 있긴 한데, 그건 비밀인걸로 ㅎㅎㅎㅎㅎ

현재를 살아갈 것이다.

저도 과거에 얹매어있다가.. 꿈같은 미래만 바라본적도 있었는데, 현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네요.

그러니깐 씨얏 분양좀!! 해주세요

씨앗 여기있습니다!!! 아시나요님의 가슴깊이 감사와 긍정의 씨앗을 심었습니다. 곧 싹이 트고 자라나 아시나요님 가슴도 벅찬 희열들로 가득차시길 바랄께요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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