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실현

in #kr7 years ago (edited)

image

어린 시절의 꿈은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첫사랑의 추억처럼 아련하기까지 하다. 그 시절에는 밥 먹듯 꿈이 바뀌곤 했으니까 그 많은 꿈을 기억해내는 것도 쉽지만은 않다. 그냥 어느 시점의 어딘가에 점 하나를 찍듯이 무수한 꿈들이 박혀있는 것 같다.

고 3때 한 저녁 식사 시간이 기억난다. 난 그자리에서 연극영화학과에 지원하겠노라고 말했었다.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때 가족들의 반응은 두고두고 생각이 날만큼 처참했다. 누구는 크게 웃음을 터트렸고, 누구는 뒤로 자빠졌고, 누구는 밥풀을 튀기며 일장연설을 했었다. 카메라 감독이 되고 싶다고 했다. 사각 프레임안에 세상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하자 가족들은 각자 밥그릇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결론은 "네가?"였다. 그렇게 내버려두었더니 그것도 하나의 보석같은 막연한 꿈으로 정착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가 꿈을 꾸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또한 내것의 경험 못지 않게 참 소중하다. 어느 교육학자의 말에 의하면 아이에게 커서 무엇이 될거냐는 질문만큼 아둔한 질문이 없다고 한다. 현재의 삶도 정확히 진단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미래의 모습을 묻는거는 어른의 욕심이라 했다. 그래도 궁금한 건 어쩔수 없다.

작은 아이의 꿈은 영화배우이다. 아주 어릴때부터 지금까지의 꿈이다. 영화를 좋아하니까 그러려니 했다가 요즘 들어 안 사실은, 공부를 안해도 되는 직업인것 같아서 선택했다는 것이다. 하긴 나의 꿈은 대부분 멋져보여서가 이유였으니 아이의 이유도 상당히 현실적이고 설득력이 있다. 무엇보다 큰 아이와 달리 천진스러움을 생존전략으로 갖고 있는 것이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영화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스포츠를 대략적으로 다 할줄 알면 좋고 악기는 두세가지 정도, 그리고 춤과 노래, 무술을 연마해보라고 충고해주었다. 충고만 듣고 흘려버려서 문제지만 나는 그것이 아주 적절한 충고였다고 생각한다.

아이는 영화 만드는걸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영상이라고 해야겠다. 시나리오를 써서 친구들에게 배역을 주고 영화를 만든다. 두편의 영화를 봤지만, 내 기준으로는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지 도통 이해할수 없었다. 어이없는 웃음을 웃다가 나를 보고 웃던 가족들이 생각나서 웃음을 애써 거두어봤지만 자꾸 쿡쿡 웃음이 나오는건 어쩔수 없었다. 아이는 그 뒤로도 이것저것 영상 만드는 작업을 시도하곤 한다. 주로 짜집기 영상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어제 고프로를 사러갔다 왔다. 아이에게 직접 영상을 찍어보게 하기 위함이다. 카메라를 갖고 싶어하는 아이와 오랜 시간 의논한 결과 현재로서는 고프로가 더 적절한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 전생에 물고기나 거북이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아이는 물을 엄청 좋아한다. 수영, 서핑, 스쿠버 다이빙등 물에서 노는걸 정말로 좋아한다. 작년에 주니어 다이버 라이센스도 땄다. 다음달에 학교의 다이버 몇몇이 모여서 하는 봉사활동으로 바다청소를 하러간다. 그때 고프로를 이용해 촬영을 해보라고 했다.

고프로도 고프로지만 악세사리 종류들의 정품가격이 너무 비싸서 할수 없이 온라인 쇼핑을 하기로 했다. 지금 나의 장바구니엔 고프로와 다이버 악세사리 세트가 들어있다. 아이가 언제 주문할거냐고 눈빛으로 물어오지만 조금 더 신중해보기로 했다. 가장 걱정이 되는것은 바다에 고프로를 선물로 주고 오는 경우이다. 어려서부터 카메라를 좋아한 아이는 카메라를 잃어버린 전력이 화려하다. 학교에서 매년 수학여행을 4박5일을 가는데, 첫날 카메라를 잃어버려서 울상이 되어 돌아온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으니까. 남편은 그 비싼걸 덥썩 사준다고 하는 내가 못마땅한 듯 하고 솔직히 나도 내가 잘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겨우 중 1인 아이한테 말이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어린 시절 엉뚱한 성격에 친구들이랑도 잘 못 어울리고 학교 생활에 적응도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때 아빠한테 선물받은 카메라 한대가 인생을 바꾸어 놨다고 한다. 그 카메라가 없었다고 한들 그가 지금과 같은 사람이 되지 말라는 법은 결코 없지만, 그래도 카메라로 인해서 그의 학창 시절은 아름다운 추억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아이의 꿈을 지원해주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것은 진심어린 격려의 말과 기다림이겠지만, 나는 아이의 어린시절이 조금 더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렇게 행복으로 꽉꽉 들이찬 시간들이 아이의 꿈에 다가가기 위한 과정이 되었으면 한다. 올 여름 방학에 아이의 다리에서 철심 제거 수술을 마치면 아이가 좋아하는 절권도(Jeet Kune Do) 학원도 보내줄 것이다. 아이는 이소룡이나 맷데이먼의 제이슨 본이 되고 싶어하니까. 아뷰~~~!

Sort:  

(╹◡╹)아이들 교육은 어렵네요~ ㅎ 저희 어머님 보시면 저를 잘 아시는거 같더라고요... 제가 할지 안할지를 나름 판단해서 사주시는것 같았어요... 주로 안사주시는 경향이셨지만요... ㅎ 영화관련 뮤지엄 이런곳을 데려가보시는것도 좋을것 가타요.. ㅎ

저도 뭐 잘 안 사주는데요... 이번엔 크게 맘 먹었어요. 애가 너무 좋아하네요. 난 계획이 있어. 아트를 할거야! 무슨 아트가 나올지 기대중입니다 ㅋㅋㅋ

(╹◡╹)네~ ㅎㅎ 저도 사실 고프로를 갖고싶어서 몇번이나 고민했었습니다... 아이가 부럽네요. ㅎ 나중에 명 감독님이 탄생할지 모르겠네요.

방가방가반가워요

저도 방가워요 ㅎ

아이가 너무 좋아할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옆에서 생각해주시는 사람이 있으니 ㅎㅎ

좋아하죠. 아무 생각없이 그저 좋아라합니다 ㅋㅋㅋ

진지하게 뭐라 말하면 가족들이 웃고...그런 경험이 저는 없지만 동생에겐 있었던 것 같아서 미안해지네요. ㅋㅋㅋ

동생이 저처럼 좀 엉뚱했나보군요! 제이미님이야 열외였구요! ㅋㅋ

아이의 꿈을 지원해주는 에빵님의 모습이 멋지네요.
잠깐 스쳐가는 꿈이라 하더라도 부모님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아이 입장에서는 정말 행복할 거 같아요.
그리고 그게 스필버그처럼 스쳐가는 꿈이 아닌 게 될지도 모르구요.
아이들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잖아요.^^

그럼요. 무궁무진하기때문에 아이인거지요. 아무것도 결정된게 없으니까요 ㅎ

제시카님 결제버튼을 빨리 누르게 해야겠네...
여기 어제 찍은 고프로 영상과 사진 있어요.

그리고 바다에 선물로 안주는 방법은...
부력스트랩 하나 채워주시면 걱정없습니다. ㅎㅎ

부력봉? 부력스트랩? 사야 할것이 점점 늘어나는것 같아요 ㅋㅋㅋㅋ 다 살까요? ㅜㅜ

부력봉 대신 부력 스트랩이 좋을듯합니다.
전 고프로 삼각대에 부력스트랩 연결해서 쓰거든요 ㅋㅋ

결제버튼 눌렀습니다. ㅋㅋㅋ 삼각대 따로 스트랩 달린 부력봉, 40미터 수심에 맞는 방수캡, 가방 목줄 정도로 마무리했어요. 휴~ 족장님 아니었음 지금까지도 고민하고 있었을겁니다. 고맙습니다 ㅎㅎ

조만간에 스필버그 뛰어넘는 감독이 나오겠군요 ㅎㅎㅎ
록키 영화도 나오겠네요 ㅋ
주연: 감독엄마... 제시카 ㅋㅋㅋㅋ
자막에 올라오겠어요 ㅋ

망하는 영화가 될게 뻔하겠군요... ㅠㅠ

절권도 학원이라니... 부럽습니다.

무..무술하시게요? ㅎㅎ

아이에게 진모영 감독의 '올드마린보이' 추천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쟁님 추천영화라면 무조건 봐야지요! ㅎㅎㅎ

따뜻한 엄마시네요 ㅎㅎ

따뜻한 잔소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ㅎㅎ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전 energizer000님 조조 관련 댓글 다셨을 때 저는 막연히 저보다 어린 남자일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엿한 자녀를 키우신 어머니셨군요 ^^; 혹 댓글이 불쾌했었다면 죄송합니다

기억을 지워주십시오 ㅠㅠ 그날 이불킥 얼마나 했는지 놀라요. 기억을 하고 계시다니 놀랍군요. 저...저는 모른척 하고 있었는데요 ㅋㅋㅋㅋ 그날은 작은 아이 베프 엄마의 장례식에 갔다가 지방의 한 작은 호텔에 있었답니다. 그날 뭔 정신으로 스팀잇을 하겠다고 그랬는지... 풍류판관님의 기억을 리셋해드리고 싶네요 ㅋㅋㅋ 다음부터는 좀더 편안 마음으로 소통할수 있을듯해요. 먼저 이야기 꺼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ㅎㅎㅎ 아 그게 뭔가 프로필 사진도 그렇고 삼국지 이야기하면 막연히 삼국지 게임을 즐기던 내 세대 남자려니 하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일은 절대(?) 까먹지 않을 것 같습니다 ㅎㅎㅎㅎ 조조를 닮으신 energizer000님 ㅎㅎ
그나저나 작은 아이 베프 엄마의 장례식이라니;;; 어떻게 보면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사람은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심난하셨겠네요

언젠가 꿈이 실현되어 현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바다에 선물 주는 일이 없기를...!!!

감사합니다. 언젠가는 빛이 나겠죠! ㅎㅎㅎ 스트랩 샀습니다 ㅋㅋ

Coin Marketplace

STEEM 0.20
TRX 0.19
JST 0.033
BTC 88885.90
ETH 3279.02
USDT 1.00
SBD 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