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 클럽 공모] 끄적끄적 밀린 일기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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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날 때마다 적어 놓은 밀린 일기입니다.

1

드디어 땀구멍이 열린 것 같다. 땀이 송송송 나기 시작했다. 일주일 동안은 구멍을 틀어 막아 놓은 것처럼 땀이 전혀 나지 않고 어지럽기만 하더니 이젠 넘쳐나는 땀때문에 운동을 못 할 지경이다. 몸 안에 그동안 쌓아 놓은 맥주 아니 수분이 빠지면서 체중의 변화도 오기 시작했다. 이제 대단원의 막을 올린 것이다. 변화의 시작이다.

2

'블루 재스민'의 재스민은 나를 무척이나 닮았다. 과거에 얽매어 현실을 부정하는 여자, 허상으로 만든 자신의 모습을 믿는 여자, 그 모습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여자, 자멸의 길인지 알면서 충동적으로 행동한 여자. 정말 DNA에 따라 운명이 달라질수 있는 걸까. 혼자 중얼거리거나 혼잣말한다고 신경쇠약자 또는 정신병자 취급을 하다니, 세상의 시각이 그러하다는 것을 알았다. 언젠가 길을 걷다 혼잣말소리가 크게 튀어나와 당황한적이 있었는데 그렇담 나도? 영화는 재즈로 시작해 재즈로 끝난다. '블루문'은 3년전 아들이 처음 재즈피아노를 시작했을때 첫연습곡으로 그때 나는 매일 콧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었다. 영화를 보는 중에 부시시 일어나 춤을 추어본다. 춤을 추는 나의 모습에서 재스민이 묻어나온다. 그녀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3

복싱하는 나는 좀 멋지다. 아니, 아주 멋지다. 진짜 복서 같다. 슉슉! 이것은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닙니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입니다.

4

거울속의 나는 언제나 옳다. 세월의 흔적을 쏘옥 뺀 모습이 날 바라보고 웃고 있다. 보고 싶은 것만 골라보는 거겠지. 그래서 오래도록 보고 또 본다. 거울속의 나는 말한다. 잘 살았어. 수고했어. 그리고 덧붙인다. 네가 잊지 말아야 할건 앞으로 남은 생애동안 이 모습을 잃지 말고 살아가야 한다는 거야. 내가 대답한다. 그래 오래도록 그렇게 나를 지켜줘! 대신 세월의 흔적은 거울속에서라도 지워주길 부탁해. 카메라를 들이대고 사진을 찍어 본다. 거울속의 나는 온데간데 없고 사진속의 나는 늙고 처량하다. 사진속의 나는 오늘이고 현실이다.

5

"억지로 산다. 날아가는 마음을 억지로 당겨와 억지로 산다."
"불쌍하다. 니 마음. 나 같으면 한 번은 날려주겠네."

나와 내 친구의 마음을 정해영 작가가 읽은 것일까. 하늘을 날고 싶다는 친구가 있었다. 그래서 고심끝에 패러글라이딩을 선물해 주기로 했다. 나는 그곳에서 하늘을 나는 법을 배웠고 그 친구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6

어제와 같은 오늘이 지겹다면 오늘 다른 이름을 지어보는건 어떨까? 오늘 나의 이름은 무엇으로 할까?

7

그림을 그릴때마다 실패다. 몇번을 그려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다 그린뒤 하나로 모아 글을 써 보려고 했는데 자꾸 자꾸 미루어진다.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한가. 그림을 그리면서 새로 느낀게 하나 있다. 세심한 관찰을 통해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을 발견할수 있다는 것이다. 그건 마치 미지의 세계에 와 있는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내가 매일 보고 느끼던 나의 주변의 사물들과 사람들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애정의 관점일까. 아름다운 사람들과 조화로운 세상을 바라보고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하고 그려본다. 그림그리기 도전으로 인한 신기하고도 감미로운 변화이다.

8

남미에 가면 자신의 지방을 빼서 엉덩이에 주입시켜주는 시술이 있다고 한다. 몸짱의 완성은 뒤태이고 뒤태의 완성은 엉덩이다. 허리살을 빼서 엉덩이에 넣는다면 도랑치고 가재잡는 격이다.

9

아침부터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베란다에 있는 빨래를 집안으로 들여놓고 의자를 꺼내다가 텅빈 베란다에 앉아본다. 보이는 건 빌딩숲. 언제나 이 도시를 떠날 수 있을까. 회색빛이 유난히 차갑게 느껴진다. 달달하고 뜨거운 커피 한잔에 차가워진 마음의 온도를 올려본다. 이럴땐 음악이 빠질순 없지. 나나 무스꾸리가 어울리는 날. 조금더 따뜻해진다. 비가 아니라 눈이라면 더욱 좋겠다. 그럼 더 푸근해질텐데... 비는 그치지 않고 새들은 갈 곳을 잃어 울부짖는다.

10

일기란 무엇인가 일기 공모전을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어릴적 일기는 생활의 단순한 기록이었는데, 어른이 되어서의 일기는 생각의 기록으로 바뀐것 같다. 끄적끄적 쓸 수 있는 공간이 있어 감사하다. 세월이 더 많이 흘러 이 일기들을 보게 된다면 어떠할까. 그저 미소 짓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한다. 나는 아직도 성장해 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육체적인 아름다움을 저당잡히는 대신에 삶의 지혜를 얻어가는 것이 아닐까. 고개를 숙일줄 아는 어른이 되고 싶다. 몸짱 할매, 근육 할매가 되고 싶다 나이가 들어도 개그 욕심은 포기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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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 멋있습니다. 주위 사람이 복싱 배우러 갔다 30초만인가 포기하고 나왔단 얘기가 생각이 나네요...

아니.. 왜? 30초에? 무슨 일이 있었던거죠? ㅠㅠ

그냥 복싱은 아니고 점핑인가 댄싱인가 그런 것이 앞에 붙은 복싱이었던 것 같기도 하네요.

@woolgom님일 겁니다… ㅋ

요즘 의 에빵님일기는 운동일기같기도해요. 저는 무산소야 그렇다쳐도 유산소할때 잡생각이 들면서 글이 쓰고싶어지는데..에빵님도 그러신가요? :0
블루 재스민의 재스민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행복해졌으면 해요. 도파민뿜뿜!

저는 유산소는 킥복싱 댄스를 하는 통에 딴생각할 틈이 없어요. 순서 막 헷갈라니까 ㅋㅋㅋ 근력운동은 아직 본격 시작도 못했고요! ㅠㅠ

개그 욕심을 포기하는 삶은 산송장같은 삶일 것입니다 ㅎㅎ 살아생전에는, 눈이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계속 시도해야죠. 글도 그렇고요. 그림도 그렇고요!

오늘 일기 읽었는데 오쟁이님 개그감이 장난 아니대요. 그동안 어떻게 참으셨어요? ㅎㅎㅎㅎㅎ 넘 센스넘치는!

일단 3번은 조심해야겠다.. 공기를 가르는 그녀의 주먹을 맞으면 원펀치 쓰리 강냉이다.

이단 4번에 나온 그녀의 사진을 받아서 절세 미녀로 바꾸어주고싶다.
거울 대신 매일 매일 사진을 보게 만들어주고 싶다.
클레오파트라가 매일매일 거울을 보며 주문을 외웠듯이.

삼단 댓글을 쓰고 일단 멀리 도망가야한다. 어디선가 그녀의 바람 가르는 소리가 들린다. 개발에 땀나게 튀어야 한다.

ㅌ ㅕ~!!!

원펀치 스리 강냉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못살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텨졌습니닷

족장님좀 말려주세욧! 배꼽 빠지겠어요 ㅋㅋㅋ

순간순간 기억나는 것들이 생기면 적어놓으셨다가 올리시는 건가요~이렇게 기록해놓으면 하루하루가 더 의미있어질 것 같아요. 제가 게으르긴 하지만 언젠간 한 번 따라서 기록해보고 싶네요^^

기록하는 하루가 확실히 의미있고 또 기록하기 위해 생각을 한번더 정리하고... 스팀잇으로 얻은것이네요. 해보세요! 즐거워지실거여요 ㅎㅎ

블루 자스민, 볼 영화에 넣고 있습니다.

취향이 맞으실까요? ㅎㅎ

맞을 거 같아요~~^^

ㅎㅎㅎㅎ 역시!

에빵님은 여자다 ㆍㆍ멋진
함부로까불면 안된다
만능
스포츠맨이다
게다가 그림까지 ㅎㅎ

라님은 남자다 · · 멋진
만능 예술가이다
그림도 잘그리시고
글은 왜 또 그리 잘쓰시는지...
불공평하다!
ㅋㅋㅋ

지나다 보니 보팅이 안 되어있어 다시 방문ㅎㅎㅎㅎ

자상하시기도 하셔라~ ㅎㅎㅎ

기껏 지방흡입시술을 받고 그 지방을 다시 엉덩이에 넣는다니... 뭔가 모순적이네요. ㅎㅎㅎ 전 식단 조절로 한달에 1kg 식 꾸준히 빼고 있어요~! +_+ 올 여름 몸짱 몸매 가즈아~!!

남미는 옹동이가 미의 기준이거든요! 한달에 1킬로 딱 제 목표인데요 ㅎㅎㅎ 화이팅!

개그 욕심은 저도 만만치 않은데~ 에빵님의 글속에서 감동과 재미가 골고루 ~ 저보다 역시 한 수 위이십니다^^
요롱이인 저또한 허릿살을 엉덩이나.. 슴가쪽으로 보내고 싶으네요 ^^

요롱이가 뭘까 상상해봤어요 ㅋㅋㅋ 저는 슴가는 쓸만해서 ㅍㅋㅋㅋㅋ 옹동이로 집중해야해요 ㅋㅋㅋㅋ 아이구 ㅋㅋㅋㅋㅋ

요롱이는 허리가 길다는.. ^^ 슴가는 쓸만하다니.. 진짜 짱!! 젊을땐 몰랐는데, 나이드니 슴가가 자존심이 되었음..^^

이리 하실거면서 그리 빼셨습니꽈?
좋구만요.. 에잇 내맘대로 당첨!!
운동하셨으면 중량은 밝히셔야죠..ㅎㅎ

빼셨습니꽈해서 살을 얼마나 뺐냐고 하는줄 알고 ㅋㅋㅋ 운동중량을 밝히라 하는데 체중을 밝히라는 줄 알고 ㅋㅋㅋㅋ 에잇! 내맘대로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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