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횡설수설/cjsdns

뉘 복 많기로 나만하랴 하면서 살아왔다.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건강한 몸 있고 가난했기에 게을러질 걱정 없이 부지런히 살았고 그러다 보면 부자도 되리라 생각했고 아이들 잘 자라니 고맙기 이를 데 없고 부모님 또한 연로하시나 그런대로 건강하시니 걱정 없이 복 많은 사내이거니 하고 살았다. 자식이라고는 아들 둘인데 그놈들도 다 알아서 커서 장가까지 갔으니 걱정이 무엇이 있겠냐 했다.

그런데 세상 일이란 것이 맘대로 되어도 걱정 맘대로 안 되어도 걱정인 것인데 정말 요즘은 맘대로 되는 것이 없으니 11월 초하룻날을 맞이하는 것이 예년과는 사뭇 다르다.

나도 그렇고 사돈도 그렇고 같이 술 한잔 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했으나 사돈의 건강이 문제가 되어 내일 내일 다음다음으로 미루다 기회를 영원히 잃었다. 많이 겪어 보지 못했으나 자식을 보면 부모를 안다고 며느리를 보면 그 부모가 어떤지를 익히 아는터 세상에 둘도 없을 그런 선비 같은 분이 그놈의 술 때문에 그 술로 인하여 그토록 하고 싶었던 사돈과의 술 한잔도 못하고 세상과 영원한 이별을 했다.

오늘이 사돈의 영결식이다.
어제는 그간 못한 것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갔다. 가시는 길에라도 한잔 올리고 받고 하려 마음먹고 갔으나 그마저 허락되지 않았다. 예식을 기독교식으로 하니 향불도 더군다나 술잔을 눈을 씻고 봐도 없다. 오로지 국화만이 놓여있었고 꽃송이에 묻혀서 바라보는 얼굴은 웃으면서도 왠지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는 것 같았다.

나도 아쉬움 많고 할 말 많으나 잠시에 망설임 속에서 허리를 굽혀서 절을 한다. 마지막 가는 길마저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돌아서야 했다. 기존의 전통 방식이면 털썩 주저앉아서 넋두리라도 했을 것 같은데 한잔 올리고 한잔 마시고 왔을 거 같은데 그 마음씨 좋고 더없이 고운분이 어정쩡하게 아주 멀리 떠나갔다.

이렇게 쉽게 가실 줄은 몰랐지요. 혹시라도 어려운 자리에서 실수라도 할까 말렸는데 결국은 이렇게 되었네요라며 눈물을 훔치는 안사돈은 나이가 아깝지 당신 마음대로 살았으니 원은 없을 거라 하시는데 오히려 그 말에는 이해를 하고도 남을 많은 것들이 들어있어 보였다.

술 좋아하는 것을 빼고는 나무랄 거 없던 훌륭한 사람이 술로 인해서 정말 한잔 하고 싶은 사람과는 그 한잔을 못하고 하늘나라로 갔다. 그 한잔을 못한 아쉬움 나 역시 크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잠들어 계신 곳으로 찾아가서 꼭 한잔을 나누어요 할거 같은 생각이 드는데 어제도 안 흘린 눈물인데 지금은 눈가에 이슬이 맺히며 흐르려 한다. 부디 편안한 마음으로 귀천하시고 늘 하늘나라에서 행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