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가난과 인프라 (feat. Dirty Episodes) Part 3

in #kr-writing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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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트
1: [Business] 가난과 인프라 (feat. 토목) Part 1
2: [Business] 가난과 인프라 (feat. ECA) Part 2


Dirty Episodes #1

지난 포스트에서 알아본 바와 같이, 한국수출입은행은 개도국 정부에게 차관을 제공할 때, 조건을 내건다. 프로젝트 수행을 한국업체가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자금과 조달(Purchases)이 묶여있는(Tied) 차관/공여를 'Tied Aid Credits'라고 하며 'Tied Loan'이라고도 한다.

정부나 학계의 주장은, 이런 Tied Loan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 건설업체들이 해외실적을 쌓을 수 있으므로 "해외시장개척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인데, 과연 그럴까?

가장 큰 문제는, 한국업체들끼리 과당경쟁을, 아니 출혈경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한국업체들 간의 기술력은 거의 평준화 되어있다. 그러다 보니 입찰 방식에서 기술뿐만 아니라 가격도 평가하는 방식으로 전환되는 추세이고, 따라서 입찰에서 이기려고 무리하게 낮은 입찰가격을 써내는 현상이 이미 만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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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ODA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를 예로 들어보자.

A라는 인프라 프로젝트를 발주할 때, KOICA에서는 10억원이면 적정하다고 판단하여 프로젝트 예산을 10억원으로 편성하고 입찰공고를 낸다. 그러나 업계의 관행에 따르면, 적정 프로젝트 예산의 60%의 가격, 곧 6억원의 입찰가격을 써내지 않으면 탈락이다. 적정가의 60%에 프로젝트를 수주했기 때문에, 업체는 다른 곳에서 쥐어짤 수밖에 없는데, 그래도 적자를 면하기 힘들다.

한국수출입은행의 차관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업체 간의 출혈경쟁으로 인해 처음부터 적자를 예상하고 수행하는 프로젝트가 적지 않다. 업체의 수익성은 극도로 악화되고 이는 경쟁력의 악화로 이어진다. 미래를 위한 투자를 늘리기보다 당장의 수익에만 급급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지사.

적자가 나는 프로젝트면 안 하면 되지 않냐고 하겠지만, 국내 건설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이므로,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또 출혈경쟁. 악순환이다.

결국 민간기업의 수익성/경쟁력을 희생하여 개도국에 퍼주는 모양새로 귀결된다.
한편, 준정부기관인 KOICA의 상급 공무원 연봉은 억대가 훌쩍 넘어간다.

Dirty Episodes #2

과당경쟁을 하다 보니 반칙, 곧 부정부패가 발생한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이미 파악하고 있는 개도국 정부기관들은 이를 악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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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이런 개도국 정부기관은 아직 ‘순수한 편’에 속한다.

Kenya의 모 정부기관장은, 업체와의 첫 만남에서 대놓고 몇 퍼센트 줄 거냐고 물었다. ‘안 주면 입찰도 끝이구나’라고 생각하여 몇 퍼센트를 원하냐고 했더니 선금으로 2.5%, 프로젝트 낙찰 후 나머지 2.5%를 달라고 했다. 고민 끝에 선금을 지불했으나, 입찰에서 떨어졌다. 업체에서는 그 정부기관장에게 환불이라도 받을 요량으로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두절. 알고 보니 그 업체뿐만 아니라 여러 업체에게 그렇게 선금을 받았던 것이다.

그나마 아프리카는 아직 ‘순수한 편’에 속한다.
아시아의 개도국 정부기관들은 10%엔 콧방귀도 끼지 않는다. 최소 15%를 제시해야 이야기를 들어준다. 보통 20%+@인 경우가 많다.

결국 입찰가격은 입찰가격대로 후려치고, 뒷돈은 뒷돈대로 챙겨주고.
우리나라는 차관/공여를 주면서도 기업들이 개도국 정부기관에 이리저리 휘둘린다. 국제 호구.

한국수출입은행이나 KOICA나 모두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며 차관/공여를 제공하는데, 그 취지는 개도국 국민들의 복리향상이지만, 실상 가장 이득을 보고 있는 건 개도국 정부기관 공무원들이라는 게 함정.

월급이 30만원에 불과한 서른 초반의 개도국 정부기관 공무원이 2억원이 넘는 Range Rover를 끌고 다니는 건 예사이니, 이를 어찌하면 좋을까.


지난 번 Dirty Episodes에 대해 잠깐 언급했는데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셔서 포스팅했습니다. 더 깊은 이야기들도 있지만 이 정도에서 마무리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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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수주에 돈만 달라고 하면 다행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어휴........

고참님도 뭔가 경험이 풍부하신듯...ㅋㅋㅋ 어떻게 말도 다 하겠어요...진짜 문젭니다 문제;;;

차라리 돈은 깔끔한편 이죠. ㅠㅠ

저도 공무원이지만 부패한 공무원들은 진짜 대대적인 조사한번해서 싹을 잘라야합니다.
팔로우 할게용^^

네,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청렴함'이 아닐까 해요. 댓글 감사합니다^^

이런식으로 경쟁하는건 서로에게 안 좋을텐데..
그걸 정부기관에서 조성하고 있다는게 좀 안타깝네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ㅎ

더 큰 문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이미 업계에서 수 년전부터 수 차례 정부기관에 이야기하고 대책과 개선을 건의했으나 바뀌지 않는 다는 거죠. 안타까워요.
댓글 감사합니다, @chameonggue님^^

참...어딜가나.
씁쓸한 현실이군요 그쪽 동네나 이쪽 동네나....

네, 정말 씁쓸해요... 탐욕이 근본원인이겠죠.. 정말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지 않을까 해요..

허허허허... 개도국 공무원들은 자국민의 안위는 상관도없이
자기 뱃속채우기에 바쁘고.. 우리나라도 함께 놀아나네요
정말... 이런 유착은 어디서부터 끊어야할지 막막합니다

네, 맞아요... 그래서 제가 설령 EXIM Bank에 들어가거나 정부기관에 들어간다고 해도 이런 유착을 끊어낼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고 접었죠. 정말 안타까워요.

수지님 이번 500팔로워 축하 이벤트에서
2등을 하셨어요. 해당 글에는 이미 보팅을 했기에
댓글로 풀보팅드리고 갑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잘 읽겠습니다 : )

우앗!! 감사합니다^^ 제가 2등을 하다니 게다가 시안님 이벤트에!! 저 항상 모든 이벤트는 꽝인데 ㅋㅋ 요 며칠 두번이나 당첨 되었어요 ㅋㅋ 신나네요^^
감사해요 시안님^^

와.. 이런 꿀블로그를 지금껏 몰랐다니! 이전글들 다 정독해봐야겠네요~ 풀보팅하고 갑니다 :) 자주뵐게요~

환영합니다^^ 자주 놀러 오세요~ 저의 글을 꿀 블로그로 인정해 주시다니 너무 감동이에용 ㅠㅠ 친하게 지내용

커미션 뜯어가는 건 어디나 똑같은 상황이군요.
예전에 작은 회사에서 정부과제를 따려고 입찰을 넣으니
붙여주겠다는 사람이 10%를 달라고 하더군요.
뭐 결국 그쪽 사장님이 들어 주셔서 일을 따긴 했는데
뭔가 씁쓸 하면서도 결국 그정도 가격을 빼고서 일을 납품해 줬다는;;

그런 일을 겪으셨군요, 안타깝네요...
실력으로만 선의의 경쟁을 바라는 건 너무 naive한,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는 것 같아서... 이런 현실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아서 더 암담하네요;;;

한국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보고 실제 겪어본 입장이라 사례 자체는 그렇게 놀랍지 않은데 해외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그런 일을 겪고 있는 호구라니... 그것이 또 적절치 못한 입찰 공고와 업계의 관행의 60% 입찰가라니... 어처구니가 없네요. 개도국은 공무원이 최고긴 하죠.

딴 이야기이긴 하지만... 여행다닐 때 특히 필리핀이나 타국 세관에서 삥 뜯기는 여행객 많지요. (면세 범위를 넘어선 구매자들은 논외로 하고요). 이미그레이션에서 삥 뜯기는 여행객들도 있고요. 그 외에... 직업적인 것으로 삥 뜯긴 것도 있는데... 그것은 말할 수는 없지만 개도국 공무원들에게 얼토당토않게 뜯기는 것이 좀 있긴 해요. ㅠㅠ

이런 잘못된 관행이 속히 개선되어야 할텐데, 요원해보인다는 게 문제에요. 개도국 공무원들은 이런 상황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보니까 한국 기업들 머리 꼭대기에 앉아서 농락하고 있고ㅠㅠ 기업들도 문제지만,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개선할 생각이 없는 국내 기관들이 사실 더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해요.

외국 세관이나 immigration에서 억울하게 당하는 거야 사례가 너무나 많죠. 저도 개인적인 경험이 있고요. 당해도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 그냥 넘어가는 거죠, 뭐. 이런 관광객들 사정을 아니까 호구 취급을 하고 더 노리기도 하고...ㅠㅠ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개선할 생각이 없는 국내 기관들이 사실 더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해요.

전 적으로 동감합니다. 기관장과 실무자가 개선할 의지를 가지고 추진한다면 분명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지가 없는 것이죠. 기관장과 실무자가 개선할 의지를 가지고 추진해서 개선된 사례는 이미 우리가 몇몇 사례를 통해 익히 알고 있고요. 자국민, 자국의 기업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부의 이익을 위해서 벌어지는 일들은 진짜 꼭 개선이 되어야 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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