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가난과 인프라 (feat. ECA) Part 2

in #business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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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트
1: [Business] 가난과 인프라 (feat. 토목) Part 1

Export Credit Agency

지난 포스트에서 알아본 바와 같이, 인프라 프로젝트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대부분 어마어마한 돈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도국 정부는 그걸 감당할 돈이 없거나 부족하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 Project Financing이다. 그리고 가장 큰 기여를 하는 금융기관이 바로 ECA이다.

  • ECA(Export Credit Agency, 수출신용기관): 개도국에서 인프라 프로젝트를 수행 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종류의 Risk를 대출(차관), 보증, 보험 등을 통해 Cover해주는 기관이며, 한국수출입은행이나 한국무역보험공사 등이 해당됨

이라고 지난 번에 간략하게 소개했었는데, 오늘은 ECA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자.

ECA는 본래 수출 활성화를 기치로 戰後 유럽에서 처음 정부기관(Government Agency)으로 설립되었으며, 수출자와 수입자, 각국 은행(Commercial Banks)과 정부의 중개자(Intermediary)로써 수출금융을 제공한다. Financing방법은 크게 아래와 같이 분류된다:

  • 대출/차관(Lending/Loan)
    a. 직접 대출
    b. 간접 대출(상업은행 경유)
    c. 금리 보전(상업은행이 저금리로 대출하고 금리의 차액만큼을 ECA에서 보전)
  • 보증(Guarantee)
  • 보험(Insurance)



실제 사례를 살펴보자.
6.25 전쟁 참전국이기도 한 에티오피아(Ethiopia).

africa.gif

절대 빈곤 인구가 전체의 30%을 상회하는 현 상황을 타개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아래와 같은 Tasks를 정했다:

  • 하와사 특별경제구역에서 생산되는 경공업 제품과 농산물 가공품을 수출/소비지로 신속히 이동시킬 것
  • 꽃, 와인, 금속 등의 수출품 역시 신속히 운반하여 수출 활성화
  • 시골에서 생산된 농산물 및 호수에서 잡히는 민물고기 등도 수출 활성화
  • 관광객들이 관광지를 편리하게 돌아볼 수 있도록 하여 관광산업 활성화

위와 같은 Tasks를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프라는 바로 ‘고속도로’였다. 그러나 에티오피아 정부는 고속도로를 지을 돈이 없었다. 현재 에티오피아의 유일한 고속도로(84.7 km) 역시 절반 이상의 자금을 중국 ECA인 China EXIM Bank 차관으로 건설했다.

이번에는 202 km 연장의 고속도로 건설이 필요했다.
국제기관들에 도움을 요청한 끝에, 202 km를 4개 공구(Lot)로 나누고 4개의 재원을 각각 유치할 수 있었다.

ethiopia.png

  • Lot 1: Africa Development Bank (아프리카개발은행)
  • Lot 2: Korea EXIM Bank (한국수출입은행)
  • Lot 3: World Bank (세계은행)
  • Lot 4: China EXIM Bank (중국수출입은행)



제 2공구 건설을 위해, 한국의 ECA인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 2013년 에티오피아 정부에 차관을 승인해주었고, 이는 위에서 살펴본 Financing 방법 중 대출/차관(Loan), 그 중에서도 직접 대출에 해당한다. 구체적인 차관 조건은 모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대출금리는 0.5%~2.5%, 상환기간은 10년 이상이며, 설계 및 시공, 감리를 한국업체가 맡는다.

현재 D건설이 에티오피아에서 시공을, K엔지니어링이 감리를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 관련하여 dirty episodes가 많지만 일단 넘어가자.

여튼, 위 에티오피아 고속도로 사례에서는, ECA가 직접 에티오피아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차관(대출)을 진행했으므로 간단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상업은행들도 포함되고 MDB 또는 ODA와의 혼합금융(Mixed Credit)이 진행되어 복잡해지는데, 이는 Risk의 분산효과 때문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ECA인 한국수출입은행은 기타공공기관에 속하며, 주로 차관과 보증 업무를 수행한다. 또 다른 ECA인 한국무역보험공사(K-Sure)는 공기업이며, 주로 보증과 보험 업무를 담당한다.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이런 식으로 개도국의 인프라가 구축된다.
속사정을 모를 때는 그런가 보다 했지만, 파면 팔수록 많은 loophole들이 보여 안타깝다. 그럴수록 더욱 차가운 머리로 현실을 직시하고자 노력한다.


재미없는 글인데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그래도 스티밋에 이런 이야기 하는 사람 한 명쯤 있는 것도 나쁘진 않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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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앞에 글부터 찬찬히 읽어봤습니다. 아직 모르는 용어가 좀 있어서 다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글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재밌어요.ㅎㅎ 모르는 분야에 대해 이렇게 설명해주시면 지식욕이 있는 사람들은 재밌어라 한답니다... ^^
저렇게 차관으로 지어지는 건 좋은데 그 차관이 다 언젠가는 갚아야하는 빚이라는 게 참 씁쓸하네요..ㅎㅎ
자립경제라는 말이 아프리카의 저런 영세국가에서 가능한가 싶기도 하구..

미술관님ㅋ
이전 포스트부터 읽어보셨다니ㅠㅠ 감동입니다. 사실 요즘 스티밋에 재밌는 글이 무척 많은데, 그에 비해 제 글은 너무 재미가 없는 것 같아서 조금 위축되었던 건 사실이에요... 너무 지식/공부/딱딱한 건 아닌가 했거든요. 미술관님처럼 근데 재밌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니 참 고맙고 힘이 나네요.

차관은 원칙적으로는 갚아야 하지만, 세상 일이라는 게 다 그렇지 않잖아요... 나중에 한번 다룰 지는 모르겠지만, 엄청 많은 빚을 탕감해주었고, 또 탕감해주고 있고, 앞으로도 탕감해줄 예정입니다. 이게 좋은 건지 아닌 지는 뒤로 하고 말이죠.

우리나라에서 에티오피아의 고속도로를 담당하고 있었군요.
한국이 돈을 빌려주고 대신 한국 업체에게 일감을 맡기는 방식이니.. 사실 에티오피아 입장에서는 씁쓸하겠어요..ㅠ 스티밋에도 이런 글이 필요합니다!ㅋㅋㅋ 공부하는 기분도 들고 좋아요~

@ywha12님, 댓글 감사해요~ 에티오피아에 고속도로 외에 일반도로 프로젝트를 위한 차관 역시 협정이 맺어진 상태에요. 근데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참 속터지는 일도 많아요. 에티오피아 도로국도 부패가 심각하고요. 딱딱하고 노잼인데도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아닙니다ㅎㅎ
수지님이 말씀하신것 처럼, 스티밋에 이런 글도 있어야죠!
계속해서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

글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개발도상국 인프라 구축 사업에 대해서 정말 궁금했었는데 좋은 글 감사합니다. 방식도 세세하게 알려주시고 사업할 때 참고해야겠네요:) 좋은 공부 되었습니다 수지님

읽어주신 것만도 감사해요 @worldinmyheart님. 근데 무슨 사업을 염두에 두고 계시길래 이런 ECA의 project financing을 참고하시려는 건지.. 무척 큰 사업을 생각하시나봐여^^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저도 무척 즐겁네요^^

재미있는 글이었습니당^^상식이 늘어나는 느낌

제이제이님, 재미있게 봐주셨다니 너무 감사하네요ㅠㅠ

개도국의 설움을 우리나라도 겪어봐서 남일 같지 않아요.. 그렇지만 저런 설움을 겪고도 지금의 우리나라와 같은 위치로 올라온 나라가 거의 없다는 사실에 한편으로는 뿌듯함과 자부심을 느끼기도 합니다 :)

맞아요, 우리나라도 불과 몇십 년 전에는 저런 상황이었잖아요... 그렇게 가난했던 이 나라를 이렇게 잘사는 나라로 만들어주기 위해 그토록 고생하신 우리 부모님 세대에 진심으로 감사해요 :)

재미없지는 않지만 어렵네요 ㅜ

이 프로젝트 관련하여 dirty episodes가 많지만 일단 넘어가자.

이 글이 확 끌리는 대목인건 제가 가십을 좋아하는
가벼운 사람인 탓인가봅니다ㅠ

ㅋㅋㅋㅋ @showroo님이 가십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그런건 아니구여, 대부분 사람들이 다 궁금해 한답니다^^
특히 본인이 모르는 분야는 더더욱 궁금하죠~

중국의 손길이 어디에든 뻗혀있군요...중국은 과연 어느정도까지 발전하게 될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중국이 참 무섭습니다. 나라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기업이 나라를 대신하는 게 되는 날에도 중국이라는 나라 하나만은 건재하겠지요.

케콘님 예리하시네요~
중국은 자본을 앞세워 동남아와 아프리카 인프라 시장을 무차별 폭격해온지 벌써 십수 년째입니다. 말레이시아 고속철도 입찰에서 일본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어 협상까지 끝내고 계약서 서명만 앞둔 상황에서 중국이 '돈'을 앞세워 그 프로젝트를 빼앗아간 사례는 유명하지요.

그러나 중국의 이기적이고 탐욕 가득한 행보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필귀정'이니까요.

에디오피아의 고속도로 인프라 구축에 한국수출입은행이 연관되었다니 신기합니다. 기반 시설이 있어야 발전을 하고, 돈을 버는데 그 기반 시설 자체를 만드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드니... 이런 시스템이 없다면 개도국은 끊임없이 빈곤의 수레바퀴를 돌 수 밖에 없겠죠.. 물론 수지님이 살짝 언급하신 dirty episodes나 시스템의 헛점들이 있겠지만... 개선되어 나가기를 바래봅니다.

한국수출입은행, 곧 Korea EXIM Bank는 많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답니다.
말씀하신 대로 인프라의 부재로 인해 빈곤의 수레바퀴를 벗어나기가 힘들죠. 그래서 많은 국제기관들이 빈곤퇴치를 목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만, 워낙 loopholes도 많고 그래요..;;;;
재미없을 수 있는 글인데도 읽어주시고 댓글까지 남겨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쏭블리님!

아니에요- 수지님 글은 언제나 읽은 뒤에 뿌듯하고 뇌가 섹시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ㅋㅋㅋㅋ 심지어 글이 잘 읽히는 글솜씨를 갖고 계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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