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siness] 가난과 인프라 (feat. 토목) Part 1

in #business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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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ht against Poverty

약 2년 전 우연히 알게 된 한국인 선교사 H님.
미얀마의 시골에 거주하며, 현지 아이들에게 음악과 영어를 주로 가르친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극빈층 자녀들이라 말 그대로 헐벗고 굶주려있기 때문에,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주어야 수업이 진행될 수 있다.

10대인데도 영양실조가 극심하여 많은 아이들이 탈모증에 걸려있다. 비타민C라도 먹여보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 안타까운 마음에 헌옷가지 등 이것저것 전달했지만, 병아리 눈물 같은 도움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될까.

부모들은 주로 소규모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고, 과일을 따서 생계를 유지한다. 도시에 나가서 일하고 싶지만, 주거비용이 너무 비싸 이사는 엄두도 못 낸다. 교통수단도 변변치 않거니와, 무엇보다 도로가 제대로 없어서 이동성이 떨어진다.

상하수도 시설이 없어 우물물을 먹는 실정이니, 전기가 들어올 리 만무하다(마을에 발전기가 있지만, 연료비를 아끼기 위해 거의 틀지 않는다). 이들에게 교육은 사치다. 가난은 대물림 된다.

이렇게 어려운 이들을 위해 여러 아이디어들이 나왔다.
빗물을 이용해서 식수를 만드는 장치나, 태양광을 이용한 전등이라거나 등등.

그렇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제대로 된 인프라가 구축되는 것이다.
그리고 인프라의 기초는 ‘토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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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Civil Engineering

왜 ‘土木’이라고 할까? 흙(土)을 퍼내고 목재(木)를 세우니까.
영어로는 Civil Engineering이라고 한다.
Civil의 뜻은 ‘시민의’.
즉, 토목이란, 시민들을 위해 흙을 퍼내고 목재를 세워서 공사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도로를 닦고 교량을 놓고 상하수도를 설치하고 전기를 공급하고 마을/도시를 건설해서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

이는 개도국 중앙정부 또는 해당 지역의 지방정부의 역할이지만, 정부 역시 가난하여 인프라에 쓸 재정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 와중에 부패한 관료 및 정치인들이 자기 주머니를 챙기느라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대부분의 개도국에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MDB (Multilateral Development Bank, 다자개발은행)와 ECA (Export Credit Agency, 수출신용기관)이며, 이들로부터 나오는 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공적개발원조)이다.

  • MDB: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등과 같이 각국 정부들이 낸 돈으로 설립하여 운영하는 은행이며, 주로 개도국에 낮은 금리로 차관(Loan)/공여(Grant) 제공.
  • ECA: 개도국에 인프라 프로젝트를 수행 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종류의 Risk를 대출, 보증, 보험 등을 통해 Cover해주는 기관이며, 한국수출입은행이나 한국무역보험공사 등이 해당됨

ODA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OECD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150조원 정도이며, 이는 각 공여국 GNI(Gross National Income)의 0.32%인데, 이를 0.7%까지 늘리는 게 목표라고 한다.

이 자금의 27%는 아프리카에, 24%는 아시아에 투입되며, 가장 많이 투입되는 분야는 역시 ‘도로’이다. 도로가 생기고 나면 따라가는 것이 전기와 물이다. 사람들이 모여들게 되면 도시를 개발하게 된다. 이동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항만과 공항도 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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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이 모든 활동이 토목의 범주에 속한다.
문제는, 돈이 많이 든다는 점.
게다가 전세계 인구의 급속한 증가로 인해(매년 약 8300만명씩 증가), 인프라 수요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게 더 큰 난제다.

雪上加霜으로, MDB와 ECA는 고도로 관료화되고 도덕적 해이가 심각해서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비판도 팽배하다.

한때는 세계은행(WB)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근무하고 싶었다. 빈곤감소(Poverty Reduction)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얼마나 소녀적인 환상에 불과했는지를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총체적 난국이다.
그래도 다른 현실적인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어려운 현실이지만, 무언가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알아야 한다.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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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비영리단체에 몸담았던 기간이 있지만
이내 허상이라는 걸 깨달았었습니다.
기부는 좋은 일이긴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할 수도 없고
적어도 제가 일했던 곳은
기부를 따내는게 업적화되어있었죠.
코인과 스팀잇에서 실마리가 조금이나마
풀리기를..

비영리단체에 있으셨군요~ 기부의 업적화 실적화.. 맞아요, 근본적인 해결은 요원하다는 게 참..
좋은 뜻을 표방한다고 해서 모두 좋은 것만은 아니더라구요.

저도 블록체인 기술이 실마리가 되었으면 해요. 그래서 현 시스템과 블록체인 모두 좀 더 깊이 들어가보려구요.

인프라의 기초는 토목인데 그 토목조차 추진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네요. 블록체인이 활용될 수 있는 분야중에 하나가 정부 재정 거래의 투명성인데 이런 투명성을 통해서 빈곤국에서도 정부 사람들이 뒷돈을 챙기지 못하게 하는게 중요할 것 같아요.

시엔님~~~ 맞아요, 블록체인의 활용/적용이 기대되는 분야에요. 실행까진 아직 먼 이야기이겠지만요. 예를 들어, ODA 자금을 개도국에 전달할 때, 코인으로 준다던지.....라고 하면 아직까진 미친 소리라는 얘기를 듣겠지만요.

현재 MDB와 ECA를 통해 많은 토목 프로젝트들이 진행은 되고 있으나, 도처에 깔린 부패와 불투명성 때문에 많은 돈이 줄줄 새고 있어요. 프로젝트들 역시 정치적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보니, 진정 시민들을 위한 프로젝트 수행은 후순위가 될 때가 많다는 게 문제인 거죠..

인프라와 시스템, 참 많이 쓰이는 단어인데 만들어 가기 참 어렵죠. 글에서
따뜻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이런 마음이 쌓이다 보면 세상이 변하겠죠 :)

북습관님 감사합니다! 말씀대로 인프라와 시스템은 만들어가기 너무 힘들지만, 한번 만들어진 것을 고치기도 너무 힘들지요... 조금이나마 세상이 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생각이 멋져요
이쁘고 착하고 똑똑하고
수지님은 엄청 좋은 사람이에요 b

과찬이세요^^;;
댓글 감사합니다!

흠... 정말 어려운 문제입니다. 단순히 기부만으로 난민들이나 최빈국들을 개발도산국의 반열에 오르게 할 수는 없죠. 기술혁명의 장점은 첨단 기술들의 가격이 저렴해진다는 것이죠. 그런데 참 안타깝게도 기술혁명이 일어날 때마다 국가간의 빈부격차는 커지니 큰일입니다. 이 갭을 줄이면 자연스래 최빈국들 기술의 수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사회쪽은 일자무식이라... 20000...그래서 적정기술이 꽤나 윤리적으로 좋은 기술로 평가를 받지만 사회인프라 시설을 구축하기 위한 적정기술을 들어본 적이 업어서 말입니당 ㅜ.,ㅜ

네, 맞아요. 기부는 주로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우선순위를 차지하다보니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은 후순위로 밀리기 마련이죠. 지적하신 대로 기술 발전 역시 점점 부익부 빈익빈의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고요. 결국은 그들의 인프라를 구축해주는 한편, 그들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이게 입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지라.. 어려움이 많은 거죠.
댓글 감사드려요:)

부도덕한 소수로 인해, 다수의 평범한 이들이 고통을 열악한 삶을 살 수 밖에 없다는게 마음이 아프네요. 결국 변화라는 것은, 사람의 마음으로부터 시작되나 봅니다.

사회지도층의 청렴함과 진정으로 나라와 국민들을 위하는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새삼 깨닫게 되더라고요, 부패에 찌들어 발전이 더뎌지는 개도국들을 보면서요.
정말 사리사욕이 없고 진정으로 나라를 사랑하는 지도자들이 개도국들에 세워지길 바래봅니다.

인프라... 중요하지요. 예전에 말레이시아가 정부 차원에서 인프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추진해서 가장 희망적인 나라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맞물려 있어서 단기간에 되기는 힘들므로, 장기적인 교육 전략 하의 의식 전환이 병행되면 좋을것 같네요. 아름다운 고민 응원합니다 ^^

@ajlight님, 방문 및 댓글 감사드려요~
말레이시아도 그렇겠지요. 말씀대로 장기적인 관점에선 교육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해요. 단기적으로는 사실 '돈'문제도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고민이 깊어지네요. 응원 감사합니다^^

개발도상국에서의 발전은 참 어려운 문제인것 같습니다.
해외에서 지원은 많이 해주는데 그 돈의 대부분이 누군가의 주머니로 들어간다는 점이 아주 큰 문제이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댓글에서 개발도상국 안에서 쓰이는 돈의 흐름은 블록체인을 통하여서 해결하면 된다고 하시는데 기본적으로 블록체인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인프라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는 모순이 생기죠. 전기도 없는 곳에서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차라리 돈을 지원해주는 국제 기관에서 다른 기술력 좋은 해외 업체에 돈을 지원해주고 그 지원 받은 업체에서 개발도상국에 사람을 고용하여 인프라를 구축하게 하는 방법이 가장 현명할 수도 있다고 개인 적으로 생각이 듭니다.
이런 글에는 보팅을 해야하지만 파워가 약해져서 충전이 되면 다시 하러 오겠습니다.

진지한 고민과 댓글 감사합니다. 그리고 동의해요. 전기도 안들어오는데 블록체인이 왠말이겠어요..
그래서 어쨌거나 현재의 시스템에서라도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에 주안점을 두는 게 현실적이지 않을까 해요.
말씀해주신 대로 현재 토목 건설 등 여러 분야의 업체들이 투입되어 일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부정부패와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는 게 또 문제이고, 은행 등 기관들 역시 돈줄을 쥐고 있다보니 특권을 포기하지 않지요..

블록체인은 그래도 기관에서 수원국 정부를 대상으로 사용한다면 공무원들이 쉽게 손대긴 힘들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채택되지 않겠지만요ㅎ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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