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에서의 정체성. 작가라는 이름.

in #kr-writing6 years ago (edited)

스팀잇에 가입한 지도 이제 두 달. 사실 스스로는 아직도 뉴비라고 생각하지만, 비공식적인 척도에 의해서는 더이상 뉴비가 아닌 헌뉴비. 하지만 여전히 헤매는 중이며 갈피를 잡지 못하는 중입니다.

@zzoya 님의 그림&글 작가 콜라보 이벤트와 @sochul 님의 신규작가 프로젝트를 보니 마음은 일렁이는데, 이내 제 블로그로 들어와 그간의 포스팅을 보니 제목부터 콘텐츠까지 일관성이라고는 하나 없는 것이 너저분한 냉장고를 들여다 보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하필이면 [본격 스팀잇 홍보 포스팅] 부에노스 아이레스 맛집 2탄! 을 쓰고 있던 중이었지요. 사실 막상 아르헨티나 오실 분이 몇이나 되시겠냐만은 구글검색을 통해 스팀잇이 더 알려지길 바라는 나름의 원대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러다보니 점점 kr-pen 태그와는 멀어지는 기분이 듭니다. 언젠가 ‘작가’ 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 이 곳에 왔던 건데 말이죠. 본래의 목적이었던 글쓰기 훈련은 뒤로 하고 ‘스팀잇에 적응’ 하기에 바빴다는 생각이 듭니다. 순전히, 감사하게도 이웃 분들의 도움으로 순탄히 적응을 해 나가는 중이지만서도 가입 초창기부터 고민했던 정체성은 아직도 찾지 못한 것 같아요. 일관성 있는 컨텐츠로 꾸준히 자신만의 색깔과 세계를 구축하는 분들을 보면, 저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나 많은 건지, 한 우물을 파는 것에 취약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짧은 인생을 돌아보니 후자는 확실하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얻은 것들이 많습니다.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덕분에 일기에 그칠 뻔한 글에 의미가 더해지고, 잊혀진 추억에는 다시 생명이 깃드니까요. 벽에 부딪히던 혼잣말도 이제는 상대를 만나 조잘대고 있으니 외롭지 않겠지요. 아니, 그렇다고 제가 외로웠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들 틈에서나 외롭지, 혼자서는 침대에 누워 천장만 보고 있어도 외로울 틈이 없어요. 아니 그렇다고, 침대에 누워 천장만 보고 있는 것은 또 아닌데..

오직 글을 읽기 위해 방문하게 되는 분들이 계십니다. 철학적인 글, 문학적인 글, 재미난 글, 마음을 위로하는 글, 이유는 모르겠는데 어느새 다 읽어 버린 글을 쓰시는 분들이지요. 제가 웬만해선 남을 부러워 하지 않거든요. 어릴 때도 샘이 없다고 핀잔을 들었는데 크면서는 ‘저 사람도 저걸 얻기 위해 포기한 것이 있겠지’ 싶어서 아무도 부럽지가 않더랍니다. 그래서 가뭄에 콩 나듯이 누가 부럽다는 생각이 들면, 그것이 제가 가야할 ‘방향’ 이라는 확신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도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이야기입니다. 글 잘 쓰시는 분들이, ‘작가’ 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분들이 부러워졌기 때문이지요. 낯설지만 반가운 마음입니다. 갑자기 힘주어 쓰지는 못하겠고, 그랬다간 본전도 못찾을 테니 하던대로 하겠지만, 언젠가는 그 속에서 정말 맛있는 요리가 탄생할 지도 모르니 냉장고는 너저분해져도 계속 이것 저것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한국에 가면 꼭 독서를 해야겠다는 때늦은, 부끄러운 다짐도 해봅니다.

쓰고나니.. 왜 썼는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존댓말을 쓴 것을 보면 내심 읽어달라고 쓴 글인데 말이죠. 제가 비록 이 모양이나 마음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구차히 말씀드리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본격 스팀잇 홍보 포스팅] 부에노스 아이레스 맛집 2탄! 이나 쓸 걸 그랬다는 생각이 밀려 옵니다. 내일은 동네 한바퀴를 돌려고 했는데 여긴 벌써 새벽 6시예요. 지금 자고 일어나면 엄청 더울텐데. 괜히 자꾸 딴소리를 합니다.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 할까요.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IMG_7441.JPG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spring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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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 오늘도 글을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악ㅋㅋㅋㅋ 당했다! 저야말로 작가님 최신 작품 읽으러 가야겠네요 ㅎㅎㅎ :-)

어이쿠, 최신작품이 없어 당황하셨죠?ㅎㅎㅎ고치고 고치느라 이제사 올립니다.

또 당했다! 라고 속으로 생각했는데 말이죠 ㅋㅋㅋ

저보다 잘 나가시는 분의 투덜거림은 용서하지 않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용서하면 안되죠 그럼요 😂 넘나 웃긴것...

어? 내가 부러워하는 사람이다! 잘 나간다니 기준이 뭡니까 ㅋㅋㅋ 집 밖에도 잘 안나가는데...

기준을 말하면 더욱 비참해지지 않습니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모든 지표가...

저도요 ^^ ㅋㅋ

작가수준으로 글 잘쓰시누만요,,,글을 잘 쓰는 것은 독서와 함께, 그 내용을 요약해서 정리하는 습작의 훈련이 꾸준히 이루어져야만 늘어나는 것이지요.

양목님의 글에 비할 바 있겠습니까 :-) 스스로 습작의 훈련이 아주 부족하며, 아주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간 써온 글은 일기 뿐이라.. 써지는 글도 일기 뿐이라서요. 천천히 성장해 나가도록 할테니 천천히 지켜봐주셔요 :-)

놀면서 적응하면서 그러다 생각도 하고 느끼기도 하고.. 그러다 원래 스프링필드님이 글잘썼다는 사실을 스스로 새삼 깨닫게 되고.. 뭐 그런게 아닐까요?! ^^화이팅입니다!

팔색조 미인 밸류님 ㅎㅎㅎ :-) 밸류님 댓글 보니, 글을 못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놀다가 적응하다 생각도 하다 느끼기도 하다.. 그걸로도 충분한 것 같네요. 앗, 아냐, 그래도 잘쓰고 싶은데! 방심할 뻔... +ㅁ+

허헛 이리 엄살을 피우시니.. ㅋㅋㅋ 시험치고 하나틀리고도 망했다 할 분이십니까~~!! ㅋㅋㅋㅋ 완전화이팅입니다잉~! ^^//

화이팅! 쿠쿠..

쿠쿠쿠쿠!! 오키도키키키키~! ^^//

본인이 쓰고 싶은거 쓰면 좋은거지^^ 하는 저의 생각과~~
맛집 2탄을 기다려봅니다 ^^
저의 일관되지 않은 블로그도 와주시는 분들이 있기에~~
저는 그 누구의 블로그가 일관되서 좋고 일관되지 않아서 별루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답니다~~
화이팅^^

에드워드님 :-) 맞아요 본인이 만족하면 되는 것이지요.. 냉장고도 시행착오를 겪어 나가며 나름의 컨셉과 자리를 잡으리라 생각합니다. 에드워드님은 블로그 뿐만 아니라 댓글의 힘이 참 뛰어나신 분이랍니다. 항상 고마움을 느끼고 친근함을 느낍니다 :-)

저도 스프링님의 맛집 2탄을 기다려봅니다^^

맛집 2탄 올린지가 언젠데.. 봤어요, 안봤어요...

스프링필드님 명성도 어느덧 57이 되셨네요 축하드려요ㅎㅎ
전 이해가 안되네요. 글 잘 쓰시는데... 삶에 대한 다양하고 진지하고 재미있는 신선한 글들을 정말 잘 쓰시는 것 같아요. 스작가님 응원합니다.
이제 진짜 한국 올 날이 얼마 안남았네요. 정신 없으실텐데 맘 잘 챙겨 오세요^^

다니님! 명성도가 올라갈 수록 뉴비에서 멀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ㅁ; 다니님이 이렇게 어깨춤이 나는 칭찬과 응원을 늘 아낌없이 해주시니 제가 탈없이 잘 적응해 나가고, 뭐라도 끄적일 용기가 생긴답니다. 늘 지켜봐주는 든든한 키다니아저씨 :-) 오늘도 멋진 하루가 되세요.

원래 잘 하는 사람들이 고민이 더 많더라구요... ㅜㅜ

스프링필드님은 가능성이 많으신 분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잔인하게 말씀드리자면 스프링필드님의 '사연'은 어느 어떤 서점이나 독자에게도 먹힐 만한 소재입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설을 쓰셔도 '와 이 작가 소재 괜찮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대?' 할 정도겠지요. 독서와 글쓰기 책을 통해서, 여럿 현업 작가분들을 만나시며(스팀잇에도 많이 계시며 갈수록 늘겠죠^^) 제 2의 꿈을 끼워보시는 건 어떨까요.스팀잇에만 안주하지 마세요. 현실에서도 작가가 되어보시는 겁니다. 물론 제가 드릴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조언뿐이지만^^

케콘님 >ㅁ< 사실 세상에 사연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없다 한들 '아직' 없는 것 뿐이지.. 남이 걸린 암보다 내가 걸린 감기가 더 아프다고.. 제 사연이 저에게나 특별하지, 남들에게는 그냥 "아, 그래~" 하고 말 일인지도 몰라요. 공개를 한들 제 표현, 능력의 한계로 더 아무것도 아닌 일들이 되어 버릴까봐 두려운 것도 있어요.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콘님의 무한한 응원에 힘입어 자꾸 "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상상을 슬금슬금 해보게 돼요. 케콘님의 감이 좋기만을 바랄 뿐 ㅎㅎㅎ 우선은 스팀잇에서나 잘해야겠죠. 다들 너무나 좋은 말씀들만 해주시니 그것도 걱정이지만요 :-)

칭찬만 해주는 환경이야말로 가장 꿈을 꾸기 좋은 환경인걸요^^

글을 참 안좋아했고, 책읽기를 두려워했으며, 문장보다 코드에 친숙했지만 요즘 문학도 읽고, 에쎄이를 즐기며 살아갑니다. 스팀잇에서 생각보다 참 많은것을 얻어서 행복하긴 한데, 뭔가 갑자기 다 그만두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갑자기 다 그만두고 싶어지는 마음에 저도 갑자기 사라지곤 하지요..

줄리안님 :-) 저도 그런데 줄리안님은 오죽하실까요. 심지어 이 곳에 오프라인의 지인이 있다고 하면 마음을 내보이는 것에도 활동하는 것에도 불편한 제약이 따를테고요. 저 또한 혼자 일기만 쓸 줄 알았지, 이렇게 많은 분들이 제 글을 읽어주시는 건 처음이라 아직도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예요. 감사하지만 무섭기도 하고.. 날아갈 것 같다가도 한없이 무거워지기도 하고요.

우리 몸 속에는 '균형' 을 맞추려고 하는 본능이 있대요. 그래서 너무 웃기면 눈물도 나는 거고, 너무 당황하면 웃음도 나는 거라고 하더라구요. 감정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지지 않게요. 우리가 이따금 군중 속에서 찬란하게 빛나길 원하면서도 내 깊은 동굴에 홀로 들어가 숨고 싶은 마음도, 발란스를 맞추려는 본능 때문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애초에 엄마의 자궁 안에서 홀로 고요히 웅크리고 지냈으니 더 그런 것이 아닐까요..? 그러니 내가 지금 그렇구나.. 당연한거구나.. 하고 받아들이고 이해해주셔요. 그리고 줄리안님이 "더" 원하는 것을 따르시면 되지요 :-)

스프링필드님은 이미 작가로써 충분한 재능이 있어요! 여기 많은 분들이 증명하고 있구요~! (제 마음 속엔 누구보다 최고의 작가구요!) 그리고 제 냉장고도 엉망이에요 ㅋㅋㅋㅋㅋ

쪼야님!! 전 쪼야님 냉장고 매니아~~~~ㅋㅋㅋㅋ 쪼야님 냉장고 열어서 이것저것 주워 먹는게 저의 낙이랍니다 ㅎㅎㅎ 하나하나 다 다른데 다 꿀맛이지요 +ㅁ+ 뭔가 작가라는 단어는 한없이 먼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쪼야님이 항상 진심을 다해 응원해주시니깐 귀가 팔랑거린답니다 ㅎㅎㅎ고마워요 쪼야님 :-)

정말 잘 하고 계신거 같은데요.... 앞으로 더 잘하시고 승승장구 하실거에요. :)
저는 전혀 아는 것이 없어서 위로가 안되겠지만 ... 그래도 감히 제 생각을 말씀드리면 스프링필드님 글 정말 잘 쓰시는 걸로 생각해요.

저도 스프링님 정말 잘 쓰신다고 이미 다른 분들께도 칭찬을 많이 했답니다.. 원래 잘 하는 사람들이 더 잘 하기 위해서 고민이 많더라구요.. ㅜㅜ

와락!! ㅜㅜ 마이해피써클님 감사해요. 글을 꼭 잘 써야하는 건 아니지만.. 그냥 여기서 워낙 필력있는 분들을 보다 보니까 제 부족한 부분이 보이는 것 같아요. 글 잘 쓴다는 칭찬이 사실 잘 믿기지는 않지만.. 해피써클님의 진심이 느껴져서 제가 큰 힘을 받았어요. 늘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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