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유학생으로 산다는 것 - 두번째 이야기

in #kr-writing6 years ago (edited)

미국에서 유학생으로 산다는 것 - 두번째 이야기

미국 시애틀로 2006년 3월 28일에 떠나게 되었습니다. 혈혈단신 혼자 가는 길이라 두려운 마음도 없지않아 있었지만, 그래도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었습니다.

저는 시애틀에 있는 크리스챤 루터란 교회가 운영하는 작은 루터란(Lutheran) 학교에 진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교생이 150명정도 되는 작은 학교였는데, 미국에는 이렇게 교회가 운영하는 사립학교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제가 가기 한달 정도 전부터 교회에서 광고를 해주어서 가자마자 미국인 집에서 홈스테이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운좋게교회를 다니시는 신실한 할머니께서 저를 거두어 주셨는데, 훗날 이분은 제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시는 분이 되었습니다(다음 포스트에서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2006년정도만 되도 그렇게 유학생이 많은 시절은 아니었기에, 제가 다니는 학교에는 저만이 아시아인이었고 나머지 150명은 전부다 백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신기했는지 처음에 애들이 동물원에 있는 원숭이 쳐다보는냥 신기하게 쳐다볼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 미국에서 유학생으로 산다는게 어떤건데?

흔히들 유학생 하면 아마 다들 그렇게 생각 하실거에요. 돈 많고, 부유한 집안, 일명 금수저 집안에 태어나서, 그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는 환경에서 사는 신분. 유.학.생.

사실 엄밀히 따지고 보면 맞는 말입니다. 저는 돈이 있는 집안으로 유학온 케이스는 절대 아닌데, 고등학교 끝무렵이나 대학교에서 만난 한국 유학생 친구들 보면, 정말 입이 떡 벌어지게 부자인 친구들 많았습니다. 중소기업 사장은 기본이며 대기업 임원 아들, 강남에 있는 성형외과 의사 딸... 등등 고등학교때부터 포르쉐 몰고 다니던 친구들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유학 결심을 한 케이스여서, 처음 몇 년은 정말 행복? 했었습니다. 친구들이랑 밤늦게까지 돌아다녀도 뭐라고 하는 사람 없고, 컴퓨터 게임을 몇시간씩 해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으며, 술을 마셔도, 담배를 펴도 아무도 저한테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정말 자유 아닌 자유를 누리며 살았죠. 그런데 그것도 한순간 이더라고요.

제가 고등학교 3학년 무렵에 그 홈스테이 하던 미국인 할머니집에서 나와 아버지 친구 목사님 집으로 홈스테이를 하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아버지 친구 목사님께서 그래도 미국에 친구 아들이 왔는데 미국인 집에만 있게하는게 미안했는지 저보고 자기집에서 홈스테이를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물론 홈스테이 비용은 지불하고요. 저도 미국 음식만 진저리 나게 먹어서, 한국 음식과 문화가 너무 그리워서 옮기게 되었는데,

'눈칫밥' 이라고 들어보신적 있으신가요?

유학생들끼리 모이면 하는 얘기가 있는데, 자기 이모, 숙모, 고모, 삼촌등 친척가족집에서 홈스테이를 해도 항상 '눈칫밥'을 먹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 목사님집에서는 눈치 안주고 최선을 다해준다 하지만 느끼는 저는 항상 모자르고 눈치보며 밥먹게 되고, 저딴에는 누를 안끼치려고 최선을 다하지만 목사님 가정 입장에서는 항상 못마땅 했을...

제가 유학하면서 느낀게 이건데요, 정말 자기 직계가족이 아니고선 친척집에 살게되도, 제가 아무리 비싼 비용을 지불하며 살게된다 한들 눈칫밥을 먹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그 목사님 집에 홈스테이를 하는 학생이 저 말고 3명정도가 더 있었는데, 혈기왕성한 시절에 건장한 남자 고등학생 4명이 얼마나 잘 먹겠습니까? 더군다나 운동도 하고 하면 좀 먹어야지 말입니다...

어느 날, 아주머니께서 장을 봐오시는데, 코스트코에서 음료수와 온갖 종류에 과자들을 박스채로 사오셨는데, 그 모든 것들은 결국 그 목사님 아들과 딸 방으로 가더라고요. 지금이야 시애틀에도 한인마켓이 많이 생겼고, 거리가 활발해졌지만, 제가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만해도 한인마켓은 없었고 미국 마켓을 나가려해도 무조건 차를 타고 나가야만 했었습니다.

주방에 두면 저희가 흔적도 없이 먹어치우니까.... 그러셨겠지만... 그때 18, 19살 어린나이에 ... 차가 없고 밖에 나갈수도 없어서 나가서 사먹지도 못하는데....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나이에 그 모습을 보니 정말 화도 많이 났지만.. 많이 서럽더라고요.

'나도 한국에가면 나만 생각해주는 부모님이 계신데.....'
'나도 배터지게 먹고 싶은 음식이 있고, 한국에 가면 그 음식을 못해줘서 안달난 어머니가 계신데...'

사람이 먹는걸로 그러니 정말 너무너무 서럽더라고요...

대학교를 다니게 되면 이제 보호자가 필요없는 나이가 되기 때문에 대부분 방을 구하거나 기숙사에서 혼자 살게 됩니다.
흔히들 유학생들에게 한달에 한번 정도 뭐랄까 사람이 그리워지고
특히 가족이 그리워지는 날이 와요...

학교다녀오면 환하게 켜진 집안에 어머니가 지어주신 밥, 그날 있었던 일을 얘기하며 나눌 수 있는 가족...

그 자리는, 세상에서 제일 친한 친구나 여자친구, 학교 선후배나, 저의 멘토가 채워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더라고요.

한국에 있을때는 정말 같이 있기도 싫던 아버지가 얼마나 보고싶던지...
아직도 정말 제가 원하던 대학교에 합격메일이 날아왔을때 같이 기뻐해줄 사람이 옆에 없어서 서럽게 울었던 적이 있던게 생각나네요...

그래서 저는 돈 한보따리를 싸들고 유학을 했든, 한국에서 실패할 것 같아서 도피유학을 시작했든, 유학생들을 보면 뭔가 아련하고 측은하고 불쌍하더라고요.... 분명 혼자서 유학생활을 했으면 제가 겪었던 시간들을 똑같이 겪었을거란걸 알기에....

쓰다보니 너무 우울한 얘기만 쓴거 같아서... 죄송합니다...

그런데 한번 이렇게 작성하고 싶었어요, 정말 가족의 그늘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무튼 다음 화 부터는 정말 재밌는 에피소드들로 작성하겠습니다. 인종차별, 학교에 기관총 든 강도가 습격한 사건, 한국 아주머니 가방 훔친 흑인들 뒤쫓다가 죽을뻔한 사건.... 등등
총을 막 제가 맞을 뻔한 적은 아니지만 정말 가까이서 경험한 적이 많아서... 좀 재밌게 풀어쓰면 재밌지 않을까 싶네요~

밑에 링크는 미국에서 유학생으로 산다는 것 첫번째 이야기 입니다.
https://steemit.com/kr-writing/@moont0/6rac7q

그럼 다음시간에 또 만나요~ 댓글에 궁금하신점이나 다음화에서 듣고 싶은 내용을 써주시면 제가 바로바로 피드백해서 알려드릴께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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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맛 보팅 이벤트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

미국은 아니지만 저도 유학을 경험해본 입장으로 공감이 정말 많이 되네요 다음 글도 기대하겠습니다 : ) 팔로우도 하고 가요! ㅎㅎ

공감하셨다니 감사합니다! 유학해보셨다니 좀 더 공감하셨을 거 같네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뤠잇 포스팅을 소개합니다 이벤트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0회 입학생이시군요 축하드려요^^ 유학생의 삶에 대해서도 뭔가 찡한 부분이 있어서 더 응원 하고 싶네요~
팔로우와 보팅으로 응원하고 갑니다.

[수동나눔]무조건-수동보팅 10회차 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두번째 이야기도 잘 봤습니다^^
눈칫밥..스트레스 많이 받았겠네요 베푼다고 홈스테이 권하신것같은데..

철이 덜 들었을때라... 베푸시는 거에도 항상 부족하다고 느꼈었었죠.... 어려기도 했고.... 제가 잘못한 일이 더 많았는데.... 항상 감사합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잘 보고 갑니다. 보팅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자기 이모, 숙모, 고모, 삼촌등 친척가족집에서 홈스테이를 해도 항상 '눈칫밥'을 먹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 목사님집에서는 눈치 안주고 최선을 다해준다 하지만 느끼는 저는 항상 모자르고 눈치보며 밥먹게 되고, 저딴에는 누를 안끼치려고 최선을 다하지만 목사님 가정 입장에서는 항상 못마땅 했을...

제가 유학하면서 느낀게 이건데요, 정말 자기 직계가족이 아니고선 친척집에 살게되도, 제가 아무리 비싼 비용을 지불하며 살게된다 한들 눈칫밥을 먹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경험자는 알지요. 눈칫밥이라는 것을... 오늘은 다소 감정이입해서 읽게 되었네요. 편안한 월요일 밤 되세요~ ^^

flightsimulator님 매번 들러주셔서 읽어주시고 댓글 감사드립니다! 감정이입되서 공감하셨다니 저도 기분이 좋네요~ 저는 사실 하도 눈칫밥을 먹어서.. 살이 많이 찌지 않았나 하네요 ㅎㅎ 오늘 하루도 화이팅!

전... 이런 경험도 있습니다. 엄연히 밥솥에 충분한 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못 먹게 하더라고요. 자기 딸(중학생) 하교하면 먹어야 한다고요. 저는 그 당시... 9살? 10살? 네. 그렇게 저는 굶었습니다. ^^;

개인적으로 유학을 희망하고있는 사람으로써 정말 재밌는 글들이었습니다^^
저는 부유한 가정에 속한게 아니라 직접 돈을 모으고 있는데 빨리 모아서 가고싶네요^^

오 유학 준비중 이신가요? 정말 관심많으시고 계획중이시라면 언제든지 궁금한점 물어봐주시면 아는데에서 최선을 다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앞으로도 기대해주세요~

저는 캐나다 유학을 생각중이예요 ㅎㅎ 빨리 글을 보고싶네요 ㅎㅎ

오호...제가 직장생활 시작 할때쯤 유학..나이..악...노노...-__-
영어권 어학연수를 못간게 한이 되었던 저는 다니던 회사 관두고 퇴직금으로 4개월 동안 영국에서 비싼 어학원에서 잘 놀다 왔다는...그런 얘기가...
무튼 말씀하신대로 늘 부러워하던 대상이네요.
그런데, 눈칫밥이라는 것도 이해가 가네요.
그래서 저는 대학도 고모네가 있는 지역이 아닌 곳으로 갔더랬죠.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부모님댁에서 다시 직장다닐 땐 행복했더랬죠. 그리고 트러블 생기기 전에 잘 독립...
아 제 얘기만했나요? 무튼...
무튼....부잣집 아이들하며 눈칫밥까지 공감되는 얘기가 참 많네요.
저도 이렇게 알게 되어서 반갑네요.

카일의 보팅이벤트 3차수 1일차 보팅 남기고 갑니다, 좋은 밤 되세요~^^

저는 항상 영어공부하면서 영국식 발음이 너무 멋져서 배워보고 싶었는데... 미국식 영어는 그냥 너무 밋밋해서.... 눈칫밥이며 혼자 떨어져 있는 시간동안 힘든점도 많았지만, 말씀하신대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 한 순간이 있어서, 배운점도 많았답니다. 그렇게 혼자 살다가 한국에 와서 부모님이랑 같이 사니까... 음.... 네 트러블 생기기전에 독립.... 공감합니다!!! 아무튼 오늘도 좋은하루 되세요!

전 1.5세여서 집에서 편안하게 살았던 기억밖에 없지만, 유학생 친구들은 어떻게 살았는지 좀 더 알게됩니다. 기대되는 시리즈네요 @홍보해

아 크립터님 홍보까지 너무 감사드립니다. 1.5세대 셨군요.... 저 또한 1.5세대 친구들이 많아서 그 친구들의 고충또한 알고있습니다. 유학생과는 또 다른 힘들고 어려운점이 많았었을거 알아요... 앞으로도 기대해 주세요! 오늘도 화이팅!

@moont0님 안녕하세요. 써니 입니다. @koreancrypter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본 글중에 제일 저한테 와닿는 글이네요.
항상 가족이 보고싶습니다. 특히 아버지의 그리움이 점점 커져가네요.
이번 여름방학때 잠시 한국으로 가는데~ 빨리 시간이 흘렀으면 좋겠습니다.~
5월을 기다리면서 하루하루 참고있습니다.~

와 닿았다니 제가 감사하네요... 어디서 공부중이신가봐요? 블로그 놀러가겠습니다! 어서 여름이되서 가족분들과 행복한 시간 보냈으면 좋겠어요! 5월달이 빨리오길!! 좋은하루 되세요~

저는 현재 미국 매릴랜드에 있습니다.
팔로우 하고 갈께요!!~

매릴랜드 꼭 가보고 싶었는데... 전 서부 촌놈이라... 시애틀을 벗어나서 제일 멀리가본곳이 LA였답니다... 언제 기회되면 동부 꼭 가보고 싶어요! 맞팔완료!

아 저는 동부보단 서부가 훨씬 좋아보였어요. ㅎ
유학하셨을때 일기 자주 써주세요. 시간 날때마다 구경하러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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