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야기 #3. 모든 가치의 수장, 평등

in #kr-philosophy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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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가치의 수장, 평등

지난 글을 마칠 때 평등이 왜 소중한 가치인지 이야기 했었습니다.

형이상적 영혼이 존재한다면 영혼이 존재하는 개개인은 모두 소중하고, 영혼이 없다면 한번 뿐인 삶이기에 소중합니다. 자유의지가 있다면 개인의 자유의지로 인한 선택을 존중해야하고, 자유의지가 없다면 스스로가 선택하지 못한 삶을 사는 개인을 존중해야합니다. 제각각의 유전자를 지녔으며 제각각의 부모에게 제각각의 교육을 받는 모든 개개인에게는 우열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존엄성과 가치를 지닙니다.

라는 내용을 통해 평등을 끌어냈었죠. 이러한 평등은 현대사회에서 소중한 가치들의 수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개개인에 우열은 없으며 각각의 가치가 존재한다면 그러한 개개인의 삶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자유죠? 자유의 한계 또한 평등에 따릅니다. 평등한 개개인에게는 평등한 수준의 자유가 부여되고, 타인의 자유를 해치는 행위는 배척되지요. 민주주의를 포함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법과 제도는 모두 평등을 기반에 두고 있으며, 이는 헌법에서도 여러번 강조됩니다.

경험적 추측, 선입견

평등은 획일화를 지향하는 것이 아닌만큼 다름과 틀림을 구분하는 개념이지만, 현대사회에서는 다름을 구분하는 것도 경계합니다. 인간은 다름조차도 구분하는 순간 선입견으로 발전하기 쉬우며, 선입견은 타인의 자유를 해칩니다. 문제는 경험적 배경지식와 이로 인한 추측 또한 선입견을 형성하는데 이러한 선입견이 인간의 능률에 엄청난 기여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아주 짧은 시간 사이에 두 사람 사이에 얼마나 많은 배경지식에 기반한 추측이 일어났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저는 카페에 들어왔습니다. 살짝 목례를 하고 계산대 앞에 섰습니다. 계산대 맞은 편에 서계신 분은 "라지로 드릴까요?"라고 물었습니다. 저는 "예."하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지갑에서 돈을 꺼내 지불하고 화장실을 갔습니다. 화장실에서 다녀와보니 제가 평소에 자주 앉던 자리에 아메리카노 아이스가 놓여있었습니다.

우선 저는 카페가 커피를 파는 곳이라는걸 새롭게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커피라는 것이 무엇인지 새롭게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계산대가 어느 곳인지 새롭게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계산대 맞은 편에 계신 분이 제 돈을 받고 원하는 재화를 제공할 것을 당연히 여기고 이를 약속하는 계약을 맺지 않았습니다. 커피 가격이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저는 이를 확인하지 않고 점원분의 편의를 위해 알고 있던 가격을 동전까지 맞추어 지불했습니다. 계산대 맞은 편에 서계신 분이 평소에 뵙는 분이라고 생각해서 "라지로 드릴까요?"라는 질문의 의미가 "아메리카노 아이스, 라지로 드릴까요?"라는 의미임을 알았습니다. 화장실의 위치가 알던 위치 그대로임을 확신했습니다. 화장실에서 나와 계산대에 커피를 가지러가지 않고 평소 앉던 자리에 커피가 있을 것임을 확신하고 곧장 자리로 왔습니다.

이번엔 점원분의 추측입니다. 문으로 들어오는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지 않았지만 매일 보는 손님이라고 확신하였습니다. 손님이 커피를 마시러 온 것인지 다른 용무로 온 것인지에 대해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아메리카노 아이스를 주문할거라 확신했습니다. 사이즈는 주로 라지를 주문하기에 라지를 주문할 것인지 물어보았습니다. 주로 앉는 자리에 오늘도 앉을 것이라 확신하고 평소 앉는 자리에 커피를 가져다 놓았습니다.

사실 상기한 것 외에도 복합적인 많은 추측이 작용하였습니다. 아마도 이를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것입니다. 만약 경험적 추측을 모두 배제했다면 저는 아마 이 간단한 주문에도 굉장한 시간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선입견은 왜 옳지 않은가?

편견은 분명 시각에 한계를 가져옵니다. 가령 '전과자는 모두 위험해!'라는 편견은 낙인이 됩니다. 그러한 낙인이 전과자들이 사회에 복귀하는 것을 굉장히 어렵게 하고 결국 어떠한 노력에도 사회에 다시 편입되지 못 하고 갈 곳을 잃은 전과자들이 재범을 저지르게 합니다. 초범이 된 순간부터 스스로의 잘못으로 초래한 일일까요? 그렇다면 우리는 왜 범죄자들을 석방합니까? 사회에서 제대로 수용할 마음이 없다면 사형제도의 폐지, 재사회화 등은 그저 위선입니다. 분명 전과자들을 보는 시각은 편견이 섞여있습니다. 특히나 지난 시간에 살펴보았듯 본성이 선한 인물도 극단적인 행동을 할 수 있음을 생각하면(복종 실험, 스탠포드 죄수 실험) 더욱 부당한 대접을 받는 전과자들이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결정론이 참이라면 우리는 태생에 따라 인간을 차별하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구요.

하지만 편견은 직관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스스로의 생존을 위하여 짧은 시간에 판단하기 위해 직관을 키워왔습니다. 이번엔 한번 인사과정 중 면접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면접관은 밝은 인상에 자신감을 가지고 또렷하게 말하는 지원자 A를 선호합니다. 반대로 어두운 인상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자신감 없이 말하는 B는 조직에서 소통이 어려울 것이라 판단합니다. B는 사실 굉장히 유능하고, 사회적인 인물일지도 모릅니다. 평소 굉장히 유쾌한 사람이며 주변 모든 사람의 능률을 향상시키는 사람이지만 마침 면접 전날 입사 이후엔 다시는 없을 정도의 안 좋은 일을 당해서 기분이 안 좋았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면접관이 지원자의 인상에 점수를 매겼다면 이는 차별일까요? 물론 B의 사례는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이를 차별이라 여기면 인간의 능률은 굉장히 저하될 수 밖에 없습니다.

매력

개인의 매력, 그 중 외모로 결정되는 매력 또한 분명히 평등을 해치는 차별적 시각입니다. 하지만 이는 생물적 배경의 작용이기도 합니다. 가령,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란다면 자연스레 좌우대칭에 가깝게 자란다고 합니다. 하지만 균형 잡힌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지 못 하고 정신적으로 바르게 자랄 수 있는 양육을 받지 못하면 좌우대칭이 깨진답니다. 이 외에도 특정 인물에게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본능적인 것이 많은데 우리는 이를 배제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동등하게 대하려 노력해도, 매력적인 이성의 "안녕하세요."와 볼품 없는 동성의 "안녕하세요."를 동등하게 받아들이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우리의 한계는 볼품 없는 이의 인사도 무가치하다 생각하지 않고 동등한 인간으로 대하는 것이 고작이겠죠.


평등은 워낙 소중한 가치이며, 현대사회의 각 요소요소와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는만큼 오랫동안 다루게 될 것 같습니다.다음 글에서는 경쟁과 평등의 관계에 대해서 다루고, 그 다음엔 공정함에 대해 이야기 할 생각이에요.

지난 글을 너무 길게 써버리면서 원고 비축분이 부족해져서 이번 연재글은 좀 늦었네요. 만약 기다리셨던 분이 계시다면 늦게 찾아뵙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마지막으로,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첫글, #1. 영혼]
[이전 글, #2. 인간의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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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하고 갑니다. 계속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이 글도 시간 날때 읽어봐야겠어요 :)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노력하겠습니다.

제 스스로도 선입견에 빠질 때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평등 문제와 연관이 있다는 것은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이전에 빌게이츠가 대놓고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고 확언을 해서 멘붕되었던 일이 생각나는데. 이렇게 깊이 생각을 해보면 평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이 고려되어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역시 좋은 글 감사히 보고갑니다.

같은 부품으로 같은 공정을 거쳐 같은 곳에서 완성되는 기계에도 우열이 있는데 (불량 등), 인간이라고 어찌 다르겠습니까. 어찌보면 현대사회의 모순이지요. 분명 인간 간에도 우열이 있음에도 그것을 입밖으로 내뱉는 순간, 진정 우열을 확정짓는듯 여겨져 함부로 말하기 두려워하는게 현대사회죠.

이토록 불완전한 것이 평등이라는 개념이지만 불완전한 평등을 가지고도 과거에 비해 얼마나 위대한 사회를 이룩하였나도 생각해보면, 마냥 비관에 빠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본문에서도 이야기했듯, 현대 모든가치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것이 평등이니까요.

철학 전문 블로그도 생기고 좋습니다. 팔로우 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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