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일기 #11. 간만에 맞이하는 평화로운 주말

in #kr-pet6 years ago (edited)

스티밋에 글을 쓰지 않았던 요 며칠간 좋은 일이 참 많았습니다.

@sunnyshiny님과 둘 만의 첫 밋업도 가졌고,
@kimthewriter 님께서 주최하신 제1회 PEN클럽 공모전에 공동 3위로 당선되기도 했고,
@heeyaa35 님께 정말 감사한 후문도 받았어요 - 2주일간의 실패를 무한 반복한 애증의 그림

그런데 글을 쓸 마음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첫째의 변비가 한달 전에 비해 좀 더 심해졌거든요.

퇴원 후 초기엔 Lactulose 를 먹여서인지 제대로 볼일을 봤지만, 어느 순간 부터 Lactulose를 먹이면 구토를 해서 더 이상 먹일 수가 없었습니다. 이후 기호성이 좋은 Laxapet으로 바꿨지만, 처방전이 필요한 약이 아닌 만큼 Lactulose만큼 효과적이진 않았어요. 그래도 하루 반에 한 번 정도는 볼일을 봤는데, 지난 주말 부터 그 기간이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병원에서도 마사지를 통해 억지로 배변을 유도 해 봤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얘기로는 나이에 따른 다리와 꼬리 관절에 염증이 생겨 화장실 가는 자세를 취하기 싫어하는 것 같다며, 일단은 진통제를 주사했어요. 그리고 더 심해질 경우 결장 수술을 해야하지만 첫째의 나이가 많아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며 수술은 하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저흰 머릿속이 새하얘졌어요. 다행히도 그 날은 주입한 파라핀 오일 덕분에 밤에 배변에 성공했습니다. 또한 집에서도 필요 시 관장을 하라며 처방전을 써 줬어요. 글리세린만 함유 된 관장약으로, 고양이 관장약을 쉽게 구할 방법이 없으니 약국에서 신생아 용으로 사서 쓰라고 했습니다. 인 성분이 포함된 관장약은 고양이에게 문제가 되므로 약국에서 원료를 꼼꼼히 확인 후 구입했습니다.

고양이를 키운지 6년 반쯤 되었지만, 이런 일을 겪어 보니 저희가 얼마나 무지한 초보 집사인지 알 것 같아요. 관장에 실패해서 첫째도 힘들어하고, 저희도 힘들고.

다행히 @sunnyshiny님이 오시기 전날 밤 가까스로 관장에 성공했습니다. 사실 성공했다기 보다는 관장약을 제대로 넣지도 못했는데 운 좋게 첫째가 볼일을 봐줬어요. 그래도 가능하구나 희망을 가졌는데, 그 이후로 계속된 실패로 사실 어제밤엔 정말 우울했어요. 우울한 음악을 잔뜩 올리려고 했지만 지쳐 잠들어버린.

오늘 아침엔 다시 새 마음 새 뜻으로 관장을 시도했습니다. 이제까진 제가 잡고 있고, 남편이 약을 넣었는데, 아까 어쩌다 보니 저희 둘의 포지션이 바뀌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대로 성공. 게다가 왠지 어떻게 해야할 지에 대한 노하우도 생긴 것 같습니다.

병원 예약도 취소하고, 첫째도 그 이후에 신나게 밥을 먹고. 참 평화로운 주말 아침입니다.

바보같다고 생각했던 둘째. 첫째의 화장실 까지 따라가는 둘째를 보며 정말 눈치 없고 바보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보니 누나가 화장실 가느라 소리를 낼 때 마다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간 것 같아요. 오늘은 첫째에게 참치를 줬더니 첫째가 다 먹고 난 후에야 둘째가 먹기 시작했어요. 눈치 없고 바보 같은건 둘째가 아니라 저 였던 것 같습니다.

리안님, 그림 정말 감사합니다. 제대로 된 가족 사진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가족 사진 보다 훨씬 훌륭한 그림을 선물받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저도 도움이 되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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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이이잉.....끝에 둘째 이야기 너무 찡해요ㅠㅠ 첫째야 아프지마.. 기도할게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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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첫째야

언제나 감사합니다. 족장님.

도데체 제가 멀했다고... 맨날 감사를 ㅠㅠ;

둘째가 기특하네요. 그 녀석에게도 참치를...ㅎㅎㅎ
때로는 말 못하는 짐승들에게도 배울 점이 있는 것 같아요.

네. 배울점도 있고, 사실 아픈거 말고는 크게 속 썩일 일도 없고, 예쁘고 웃긴 행동으로 언제나 웃음을 줘서 정말 고마운 존재예요.

아.. 이런..
저도 어제오늘 정신이 좀 없어서 이제야 이 글을 봤어요.
써니님 댓글에 혹시나 해서 와 봤더니 역시 이런 일이 있으셨군요.

그래도 비교적 성공(?)적인 후기인거 같아 너무 다행이에요. 그리고 여태까지 첫째를 걱정하고 있던 둘째가 기특하고 이쁘기만 합니다.
첫째가 어서 건강을 되찾아 써니님댁에 웃음이 가득하게 되길 기원해 봅니다. (리안님의 후문 너무 예뻐요 ^^ 축하드려요!)

그나마 성공적이었기에 후기를 쓸 수 있었어요. 애들한테 다른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건강하게 잘 먹고, 잘 자고, 잘 쌌으면 좋겠어요.

귀여운데다 아파서 가여운 아이들에게 무엇을 바라겠어요! 당연히 그저 건강 또 건강이지요 뭐.
(이쁜 첫째야~~~ 엄마 걱정 많이하시니까 어여어여 싹 나으렴 ^^)

꾸욱 들렸다가요

감사합니다.

반려동물을 키우지는 않지만 반려동물이 자식같다는 말들을 많이 하시는데 몸도 마음도 고생하셨을것 같네요~
리안님이 선물하신 그림을 리안님 포스팅에서 봤는데 이렇게 제자리를 찾아간 그림을 보니 또 색다르네요^^

예전에 고양이 키우기 전에 직장 상사분께서 아들 사진 보여주신다며 매번 강아지 사진을 보여주셨어요. 그땐 그정도일까 싶었는데 이젠 이해가 돼요.
그나저나 얘네도 사람처럼 시간이 지나면 어디가 아픈지 말도 좀 했으면 좋겠어요.

그러게요 아이들 키울때도 말 못할때는 아플때 의사소통이 안되서 힘든데 똑같은 마음일거 같습니다~

나이에 따른 다리와 꼬리 관절에 염증으로 ㅠㅠ
와.. 저도 나이먹어가는데 참 슬픈 대목이네요 ㅠㅠ
첫째야 너의 응가를 응원해 ㅠㅠ

나이도 나이지만, 실제 정확한 나이를 모른다는 점과 저희 집에 오기 전 영양 실조를 겪어서 더 약하게 자란 것 같아요.

몇 번에 걸친 실패 끝에 찍었다던 그 사진이네요..
그림안에 마른 아이가 첫째인가요...
얼른 건강해졌으면 좋겠네요..

네 그 때 그 몇 번의 실패 끝에 얻은 사진 맞아요.
전 그냥 어디든 넷이 있는 모습만 얻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heeyaa35님께서 이렇게 정성이 담긴 선물을 주실 줄은 ㅠㅠ

리얼써니님과 써니샤이니님의 밋업 ! 재미있으셨나요오오오? ㅎㅎ 부럽습니다 ㅠㅠ 그리고 리안님의 그림을 통해 살짝 엿본 써니님의 가족사진 !!!!!! 화목하고 아름다운가족입니다 :D

마음씨 이쁜 둘째는 잘 있지요? ㅎㅎ

써니샤이니님과의 밋업은 재밌고 신기했어요.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이야 :) 그리고 역시 예상대로 넘나 좋은 분이셨습니다.

둘째는 오늘도 바보 같아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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