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일기 #19. 가족이 생기다

in #kr-pet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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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가족이 또 생겼다고 깜짝 놀라실 분들을 위해 미리 말씀드리자면, 이 글은 마나마인에 포스팅하기 위해 기존 글인 반려동물. 유기동물 보호소에 관해서 일부를 재작성한 글입니다.




첫째 이야기

고양이에 대해서 1도 모르던 내가 고양이에게 관심이 생긴 건 지인의 고양이가 낳은 귀여운 새끼고양이 때문이었다. 가까운 지인도 아니었지만 매일 페이스북을 통해 자라나는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어느새 랜선 집사가 되어있었다. 남편에게 몇 번 고양이를 키우면 안 되냐고 물어봤지만, 남편은 달가워하지 않았고, 나는 친구에게 아쉬움을 토로했었다.

어느 날 그 친구로부터 "고양이 키우지 않을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나의 첫마디는 "예뻐?”였는데, 그 친구는 정말 예쁜 아이라며 사진과 함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며칠 전 산책을 하다가 삐쩍 마른 고양이가 예쁘게 앉아있어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동물 병원에 데리고 갔는데, 그 아이가 유기 동물로 등록되고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안락사를 당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보호소 대부분은 10일~1달 정도의 유예기간을 두고 있다.

사실 사진만 봐서는 전혀 예쁘지 않은 2살 추정의 어른 고양이였다. 하지만, 누군가의 생명을 예쁨을 척도로 결정하는 것은 잔인하다는 생각에 남편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밥, 물, 목욕, 화장실, 산책을 모두 내가 맡는다는 조건으로 집에 고양이를 들이는 것을 허락했고, 나는 그렇게 친구와 함께 그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왔다. 사실 고양이는 산책이 필요 없는데, 그 당시 우리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날은 친구들과 모임이 있던 날이라 고양이만 데려다 놓은 후, 집에는 자정이 넘어서야 돌아왔다. 밤늦게 돌아와서 본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광경이었다. 남편이 거실에서 고양이만 쳐다보고 있었다. 집에 고양이를 데려다 뒀다는 이야기를 들은 남편이 퇴근 후 발견한 것은 고양이가 아니라 여러 무더기의 고양이 똥이었다고 한다. 황당해하는 와중에 갑자기 고양이가 나와서 자신의 다리에 비비적대고 지나간 순간 남편은 무한한 감격과 함께 고양이 집사가 되었다. 결국 밥, 물, 목욕, 화장실은 첫날부터 공동의 몫이 되었다.

처음 며칠은 “이봐! 고양이”라고 불렀는데, 너무 길기도 하고 이름도 아니라서 결국 우리는 이 아이의 이름을 ‘페니’라고 지었다. 당시에 한참 열심히 봤던 빅뱅 이론의 여자주인공 이름을 따서 말이다.


둘째 이야기

고양이는 강아지에 비해 외로움을 덜 탄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사실 전혀 그렇지 않았다. 우리는 매일 아침에 출근했다가 밤에 퇴근하곤 했기에 페니는 매일 15시간가량 혼자 집에 있어야 했다. 우리가 서로에게 정이 들 때쯤부터 페니는 출근할 때마다 현관에서 울기 시작했고, 퇴근 시에도 문 앞에서 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에 둘째를 들이기로 했다.

유기동물보호소의 공고를 한참 보던 중, 너무나 바보처럼 생겨 눈에 밟히는 1.5개월의 아이를 발견했다. 아무도 데려갈 것 같지 않은 그 얼굴에 우리가 데려올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동물병원에 가서 둘째를 만나면서 처음 든 생각은, 혹여나 이 아이에게 전염병이 있어 예쁜 우리 첫째가 아프게 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의사, 간호사 선생님께 건강한지 여쭤봤는데, “아주 잘 먹고 잘 싸요.”라고 하셨다. 단순히 먹성이 좋다는 얘기인 줄 알았는데, 그게 어떤 의미인지는 6년이 지난 지금에야 알았다. 고양이는 건강해야 잘 먹고 잘 싼다.

둘째의 이름은 ‘문파이’다. 빅뱅 이론 쉘든의 어릴 적 별명인데, 빅뱅 이론에 나오는 유일한 어린 이름이라 택했다. 사실 바나나 맛 문파이와 색깔도 비슷하다.



이름이 있지만, 이런저런 별명을 붙여주다 보니 페니는 4개, 문파이는 7개의 이름으로 불린다. 처음 몇 년간은 나나 남편을 ‘엄마’, ‘아빠’라 지칭하는 게 쑥스러웠는데, 요즘, 특히 첫째가 아픈 후부터는 정말 자연스럽게 엄마라는 호칭을 쓰고 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웹툰과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주인집 아주머니가 남자 주인공에게 주는 월급 명세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동구 월급’->’우리 동구 월급’->’우리둘째아들’->’아들장가밑천’으로 바뀌는 것이었다. 처음에 애들을 데려올 때만 해도, 매일 매일 밥이랑 물 주고 화장실만 치워주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함께 지내다 보니, 사랑스럽고, 더 잘해주고 싶은 예쁜 딸, 귀여운 아들 같은 존재가 되었다. 우리는 이렇게 가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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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 따뜻한 이름 ^^

:) 네 같이 있어서 행복하고 따뜻해요

Hello realsu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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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가족이 되었네요.ㅎㅎ
이 글을 보니 걍 입양했다고 가족이라고 생각하는게 더 이상한 일 인거 같아요 ^^
문파이 사진이 너무 귀여워요.ㅎㅎ
첫째 둘째 다 건강하길~~~ 그보다 써니님이 먼저 건강하시길 ^^

감사합니다. 요새 첫째 컨디션이 좋아져서 덩달아 저도 좀 편해졌어요. :)

둘째 모습이 너무 귀여워요. 긴장하고 있는 얼굴이 웃음을 주네요.
진심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입양을 안했을것 같아요.
둘째가 복이 많은 아이였네요 .리얼 써니 님을 만나 행복 하게 살고
있으니까요.
문파이 이름도 특이해서 좋아요 .
아이들 이름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이뻐 한신다는 말씀이네요.
저도 그래요 ^^

둘째가 원래 엄마랑 형제들이랑 행복하게 지내고 있었는데 누가 신고해서 포획된거였어요. 그래서 경계심이 많았고, 지금도 저희한텐 완전 애교쟁이인데 처음보는 사람은 얼굴 한번 구경 못할만큼 숨어다녀요.

ㅎㅎ 둘째 가 신고한 사람 덕분에 복 받았어요.
안 그랬으면 길냥이로 살아을 텐데요.
포획 당했을때 기억이 남아 있나봐요.
사람들을 피 하는것 보면요
둘째 가 듬직 하고 귀여워요^^

그렇게 한 가족이 되셨네요.. 둘째는 최강 귀요민데요..ㅎㅎ

그런거였나요? 저희는 웃기게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ㅋㅋㅋ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깐 입체감있는 고양이 얼굴이 되었어요.

고양이 너무 귀엽네요! 저도 집사가 되고 싶은 욕심은 있는데 ㅜㅜㅜㅜ 부럽네요ㅠㅠ

고양이 키우면 사랑스럽고 위안도 많이 받아서 좋은데 아프면 걱정도 많이되고 ㅠㅠ 무엇보다 애들 삶이 사람보다 많이 짧아서 저흰 그 다음에도 키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깍! 문파이... 너무 귀엽네요. 저도 원래 강아지파였다가 세계 여행을 나오면서 각국의 고양이들을 만나다보니 저도 모르게 고양이파로 바뀌었습니다. 한국에 돌아가면 저희 집에 들어오는 고양이님들을 살뜰하게 모실려구요 ㅋㅋ by 키만

왠지 모르겠지만 길강아지(?)보다는 길고양이가 더 눈에 잘 띄더라고요. (인도는 제외입니다.) 문파이는 처음부터 둥글 둥글 하다가 중간에 잠시 날씬해졌다가 완전 뚱냥이가 되었어요. 으아아아아 그래도 넘나 귀여워요.

뚱냥이라니....문파이가 더 귀여워졌겠네요. 뚱버전 문파이도 궁금합니다 다음에 사진 올려주세요 ㅎㅎ 맞아요 인도엔 강아지들이 더 많죠. 인도에서 길강아지들한테 밥 주는 봉사활동을 제안받았었는데... 제가 인도에서 길강아지한테 한 번 물려서(살짝) 그때부터 인도 강아지들이 너무 무서워서 거절했던 기억이 납니다 ㅠㅠ by 키만

ㅜㅜ 물리고 나면 정말 그럴듯요. 저도 원래는 강아지도 괜찮은데, 길강아지가 몰려다니니까 흠칫하게되더라고요.

빅뱅이론에서 이름들을 따오셨군요. 저도 문파이 캐릭터 좋아해요 ㅎㅎ 고양이에게 친구이자 동료를 만들어주시다니 저도 심히 고민중이랍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름을 문파이라고 지으면 개념은 없어도 똑똑하게는 클 줄 알았는데 개념만 없어요.

고양이는 잘 모르지만 ^^ 마지막 아이 귀엽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첫째도 예쁜데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찍은 사진은 좀 안예쁘게 나오더라고요.. ㅠㅠ 예쁘게 나와야 좀 더 데려갈 확률이 높아질텐데 아쉬워요.

오 앞으로도 자주 볼게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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