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일기

in #kr-pen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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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잇이 내 생활의 일부가 되면서 재미와 함께 부담도 느끼고 있는 시기다. 1일 1포가 점점 버거워진다. 나 말고도 많은 스티미언들이 호소하는 증상? 이다. 대략 스팀잇 4개월차가 되면 모두가 느끼는 기분이 아닐까 싶다. 이제 새로운 스티미언을 찾기도 귀찮고 그것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일이어서 그냥 기존에 소통하는 사람들의 글을 자주 읽게 된다. 내 피드는 4개월동안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고르고 거르고 골랐던, 내 큐레이팅의 결과이기도 해서 이제 읽을만한 글이 많다. 하지만 '써야 할' 하루치의 한정된 자원이 매일 생성되는 보팅 시스템은 창작자를 들뜨게도 만들지만 분명히 그 반대로 불안과 부담도 떠안게 한다.


2
영화제에서 만나 인연이 되었던 한 감독을 만나 술을 마셨다. 자신이 별자리 보는 것을 공부했다며 내 별자리 운세를 봐줬다. 난 현재 '지옥의 방' 에 있다고 한다 ㅋㅋㅋㅋ 그리고 내후년쯤 지옥의 방을 탈출하고, 인내의 시간을 2~3년쯤 보내면, 5년 후에는 인생의 기회가 찾아온다고 한다. 아 듣고 있는데 자꾸 스팀의 차트가 떠올랐다. 아 그러니까 차트가 그렇게 된다 이거지?.. 이정도면 심한 중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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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잇을 보고 있으면 하락장이 올 때마다 사제가 등장하고 주목받는 것 같다. 사제는 항상 '빛을 볼거야!' 라고,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그런데 절박한 사람들은 항상 그 같은 말을 매일매일 실시간으로 듣고싶어한다. 나도 그 신도 중에 한 명이 된 것 같다. 내일도 제발 그 말을 듣게 해주세요..


4
나태한 하루를 보낼 때마다 마음만 조급해진다. 강제로 출퇴근하는 직장생활을 하지 않는, 나와 같은 창작자 혹은 프리랜서들은 하루를 어떻게 장악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독하게 스스로를 통제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망해버릴 삶의 방식이다. 그렇다고 망하면 또 어떤가 - , 그냥 느리게 걷고 가끔 하늘도 보자 - 와 같은 쿨한 마음도 없기에 매분 매초가 조급할 뿐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도 조급한 마음이 날 지배하고 있다. 오늘 하루를 더 잘 보내지 않았어야 했나 라는.. 시간을 효율로 따지는 성과주의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마음대로 잘 안 된다.


5
그래서 플래너를 샀다. 프랭클린 플래너. 비싸더라. 저번 주에 만난 친구가 11년째 이걸 쓰고 있다고 해서 당장 샀다. 그래서 5일째 쓰고 있다. 스케줄을 정리하고 체크하는 것은 핸드폰 앱에서 다 되는 기능 아닌가? 라고 생각을 잠깐 했었는데 이거 정말 다르다. 두꺼운 가죽으로 근사하게 포장된 플래너 표지를 아침마다 열어서 소중한 내 하루 계획을 직접 기입하는 행위 자체가 어떤 의미를 발생시킨다. 매체를 기능으로만 평가하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리고 빈 칸에는 짤막한 일기를 몇번 써 봤다. 그런데 이거 해방이다.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아도 될 유치찬란하고 오글거리는 짤막한 글쓰기가 이렇게 좋은 것일 줄이야. 여기가 대나무숲이네. 당분간, 아니 오래오래 플래너를 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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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쵸..프로랜서들은 자기 통제력을 잃는 순간 인생이 나락으로...

케이지콘님은 이 기분 잘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리듬 깨지면 회복하기 힘들죠 정말.. 누가 채찍질해줬으면 하는 마음..

저도 1일 1포 하다보니 너무 힘들더라구요. 원래하는 본업도 하고 개인 작업도 하는데다가 운동에 공부에 독서등등등 다하면서 하려니 주객이 전도되는것같아서 작전을 바꿀수밖에 없었죠. 2-3개 포스팅을 일주일에 올리는 식으로하니까 오랫동안 즐기면서 할수 있게 되더라구요. 부담갖지말고 본래 생활 지키면서 건강하게 꾸준히 하는게 최고인것 같아요... 럼프님 홧팅! >_<

저도 작전을 바꿔야겠습니다. 시간을 정해놓지 않으면 무한정 모니터 앞에 있거나 아니면 하루에 1분도 시간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네요. 스라벨을 정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

저는 1일1포같은건 포기한지 오래되었습니다ㅎㅎㅎ 2번이 특히 공감되는데요. 저도 저런말 들으면 스팀과 이오스를 떠올리곤 합니다ㅋㅋ 고마워 댄!

슬립프린스님 글을 보면 원기옥 모았다가 한방에 쏘는 느낌입니다 ㅎ 그리고 저도 스팀과 이오스입니다.. 뭐 짤짤이 같은 돈이지만 어쨌든 돈은 돈이니까요. 아침에 일어나서 차트를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삶을 살게 되리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정말로요 ..ㅎㅎ

플랭클린 플래너 학생들이 좋아하는 거던데
기구가 좋으면 글도 잘써지나봐요. ㅎㅎ

아 그런가요? 저는 플래너에 관심이 없어서 브랜드에 대한 지식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ㅎㅎ 그래도 초등학교때 육공 다이어리가 유행일때 몇번 써본 적은 있었는데.. 그 이후로 처음이네요 ㅎㅎㅎ

느리게 걷고 가끔 하늘도 보자

이런 상투적인 문장을 좋아하진 않지만, 느리게 걷고 가끔 하늘도 보면서 살다 보니, 참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행복해지네요.

가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은 나를 볼 때, 시시한 것들로 가득 차 있는 나의 하루를 돌아볼 때 자괴감에 빠지지만, 요즘은 저를 좀 믿어보고 있어요. 또 금방 잘 해내겠거니 하고 말이죠. ㅎㅎ

멀리서 지켜보는 오쟁님도 누구보다 바쁘고, 치열하게 사시는 것 같은데 가끔은 그냥 방안에 누워서 하늘만 보고 계시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봅니다.

네 그렇네요. 돌아보면 1년도 허투루 보낸 해가 없는데.. 왜그러는건지 ㅎㅎㅎ 아마 작업실과 생활공간이 분리되지 않아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어요. 어떻게든 퇴근 개념을 만들어보려고 노력중입니다.

스팀잇 오늘 처음 시작했는데 1일 1포라... 가능할까요? ㅎㅎ
맞팔 부탁드려욥 ㅎㅎ

반갑습니다!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플래너로 거의 10년 넘게 가계부 작성하고 있습니다.ㅎㅎ

와... 뭐든지 10년, 아니 1년이라도 꾸준히 한 사람은 무조건 존경스럽습니다..!!

제 일기인줄 알았네요.
아침에 눈을 떠 손으로 휘리릭 스티밋을 보다가 격하게 공감하고 있네요. ㅜ

사실 우리 마음은 다 거기서 거기인지도 모르겠어요..ㅎㅎ

안녕하세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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