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여행] 두 시대의 예술

in #kr-art6 years ago (edited)











로마에서 베를린까지

두  시  대  의  예  술







mug_obj_139520688291172135.jpeg


하루는 로마인들이 만든 최초의 도로, 아피아가도를 3시간동안 걸었다. 괜시리 나의 미래에 관한 계획 혹은 자아성찰같은 것을 해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시도를 해보았으나 결국 아무생각도 나지 않았다.






mug_obj_139520621528824631.jpeg


mug_obj_13952062155992130.jpeg


태엽장치 인형처럼 그냥 걸었고 뚫린 눈으로 앞을 보았을 뿐 아무 감정도 생각도 상념도 사건도 없었고 설령 그런게 있었다 한들 기억나질 않는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으며 평범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았다. 또 그런 것을 스스로 판단하려 하지도 않았다. 이 경험은 아마도 곧 이미지로서만 내 무의식 속에 들어가 영원히 회상되는 일 없이 맴돌지도 모른다. 나는 텅 비어 있었다. 좋지 아니한가~






mug_obj_139555520305960552.jpeg


어제와 오늘은 고대와 현대가 갑작스레 섞이는 듯한 참 이상하고도 묘한 기분이 든다. 로마에서는 반팔 반바지 슬리퍼를 신고 콜로세움을 보았는데 비행기를 타고 몇시간만에 독일에 도착하니 패딩점퍼에 목도리, 털 모자를 쓴 사람들이 보인다. 춥다. 여름이었다가 겨울이고, 고대에 시간이 정지된 듯한 로마에 있다가 갑자기 차갑고 바쁜 현대적인 도시 베를린에 와 있다.






mug_obj_201403231508395334.jpeg


mug_obj_201403231508399032.jpeg


mug_obj_139555537962927635.jpeg

베를린 페르가몬 미술관





mug_obj_201403231508392189.jpeg


mug_obj_201403231508395371.jpeg


mug_obj_139555564898124763.jpeg

베를린 아트페어



베를린 안에서도 타임머신을 타듯 시공간을 초월하는 여행을 했다. 오전에는 페르가몬 미술관에 들러 헬레니즘 시대의 신전과 조각들을 감상하고 갑자기 2천년 이상을 훌쩍 뛰어넘어 오후에는 동시대미술, 베를린 아트페어를 관람한다.

오전에 집단이 만들어낸 한 시대의 역동적인 모습을 보았다면 오후에는 모래 알갱이처럼 파편화된, 방황하는 개인들의 우울한 내면세계를 본다. 전자의 예술은 에너지로 가득차 있어서 어디든 정복해버릴만한 집단의 외향적인 힘이 뿜어져 나온다면, 후자의 예술은 허무주의적 감성의 끝에서 발악하거나 체념하는 개인들에 의해 세기말의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mug_obj_139555865003120389.jpeg



베를린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렇게 집 앞에 혹은 뜬금없이 길바닥에 금속 패가 길에 박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알고 보니 2차대전 때 독일이 유태인들에게 벌였던 학살을 스스로 속죄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 한다.

학살당한 유태인들이 생전에 살았던 곳에 이렇게 표식을 해놓거나, 집이 아예 없어진 경우에도 그 장소에 이렇게 설치했다고 한다. 과거를 절대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태도와 너무 비교되었다. 음.. 베트남 전쟁에 파견되어 수많은 민간인을 희생시켰던 우리나라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순 없겠지.






mug_obj_139555667363810567.jpeg


mug_obj_139555667394959284.jpeg


mug_obj_139555665577395319.jpeg


베를린 장벽의 그래피티를 감상하러 갔다. 정식 명칭은 East Side Gallery 인데,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난 뒤 세계적인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이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통일이 되면 그 기념으로 판문점 벽에 @aruka님 같은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평화의 그래피티를 남겼으면 좋겠다.






mug_obj_139555782084076752.jpeg


mug_obj_139555845711829379.jpeg


베를린 장벽을 걷다보니 한쪽 귀퉁이에 Wall on Wall 이라는 특별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여전히 세계 각국에 존재하고 있는 분단의 상징, 격리의 상징인 '벽'이 주제였다. 벽이란 경계를 나누는 일이며 비극적인 역사를 대변한다. 당연히 전시 작품 중에는 우리나라의 판문점도 있었다.






mug_obj_139555782154161265.jpeg


mug_obj_139555789252999011.jpeg


이미 무너진 베를린 장벽에서 여전히 세계 각지에 굳건하게 존재하는 '벽'들을 주제로 전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었다. 분단된 한반도의 상황을 생각하니 갑자기 베를린 시민들이 부러워졌다. 이 포스팅을 하면서 남측 가수들이 북쪽에서 했던 공연이 떠오른다. '라구요'를 부르던 강산에의 눈에 맺힌 눈물이 생각난다. 우리도 서로의 경계를 허물 수 있는 날이 올까? 빨리 오길 바란다.




타이틀 디자인 @kyunga




slogo.jpg




Sort:  

와~ 베를린 장벽을 탐방하셨군요! 그래피티의 성지같은 곳인데 저도 유럽에 가게되면 꼭 한번 방문해야겠어요 ^^
우리나라 통일이 되서 장벽에 그래피티할 기회가 주어지면 뉴질랜드에서 그림그리러 한국까지 날아갑니다 ^^ ㅎㅎㅎ

네 그런 날이 오면 저도 따라가서 옆에서 카메라 들고 구경하겠습니다. 생각만 해도 신나네요 ㅎㅎ

베르린 장벽이네요. 바람부는 날 자매들끼리 재잘되면서 걸었던 것이 생각이 나요. 저도 사진 찾아봐야 겟네요.
저도 언니따라 베르린에 갔을때 주변에 아트전시가 있어서 갔다가 정말 허무와 폐허의 언저리를 느끼고 나온 것 같아요. 건물 하나가 통으로 부시다 만것 같고 층마다 아슬아슬 오르내리며 작품을 감상했던 것 같아요. 그게 벌써 십년은 된 것 같네요. 아 그랬네요..

참, 옛날에는 사각형 말끔한 갤러리밖에 몰랐는데 10년전 체험하신 그 폐허같은 전시장이 지금은 유행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특히 한국은 재개발 덕분에 여기저기 폐허가 많아서 더 유난히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분단과 경계의 흔적은 베를린 장벽 뿐만 아니라 그냥 재개발로 밀려나는 대도시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듭니다.

베를린 장벽이 그래피티로 되게 유명하더라고요 ㅎㅎ

네 끝도 없이 있더라구요. 그래피티의 성지이니까요 ^^

최초로 만든 도로 치고는 상태가 아주 양호합니다. 저도 가끔은 아무 생각없이 걷고 싶어요. 뚫린 눈으로 그저 앞만 쳐다보는 ㅎㅎ 너무 평온할거 같아요. 그리고 저는 저 금속딱지에 대해 처음 들었어요!! 정말 인상적이네요. 아베에게 베를린 여행을 권합니다. 트럼프 눈치나 보면서 골푸 코스에서 발라당 넘어지는 개쪽을 당하고도 여전히 한국 북한 미국 사이에서 눈치보며 무임승차하려고 하는 쥐새끼같은 ㅠ 죄송 너무싫어하거든요. 그리고 베트남에서의 일도 우리 정부 차원에서 충분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얼마전에 가서 사과하지 않았나요?

세계적으로 보면 지금 제대로 된 지도자가 몇명이나 있을까요 ㅎㅎ 기사 찾아보니 얼마전에 문대통령 가서 '양국의 불행한 역사에 유감'이라며 언급을 했더라구요. 제가 생각하는 제대로 된 사과는 피해자와 희생자의 가족에게 직접적인 멘트를 날리거나 보상을 하는 것일 텐데, 미약하지만 이 발언을 시작으로 과거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짊어지는 정부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그런 면에서 저 베를린의 금속 딱지는 어떤 결연한 의지같은 것이 느껴졌어요. 과거에 대해 정말로 반성하고 있고,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그런 마음이요.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고팍스에서 MOC상장 에어드롭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혜자스러운 고팍스!
https://steemit.com/kr/@gopaxkr/moc

출동 감사합니다!

베를린 장벽을 보니 우리는 언제나 서로 평화롭게 살수있을까요 ...

거의 다 온 것 같기도 한데.. 좀 운이 따라줬으면 좋겠어요.

우리도 분단의 벽이 허물어지는 날이 오겠죠..
과거와 현대를 순식간에 오고 가서 어질어질 하겠는데요...ㅎㅎ

분단의 벽이 허물어져 평양으로 간다면 정말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간 느낌이 들것 같아요. 그 생경한 체험 빨리 느껴보고 싶습니다.

베를린장벽에 그려진 판문점 그림....
[......]너무 강한 느낌이 오네요.
단순하게 표현하면 벽을 허문 그들이 부럽고
이미 이룬 그들이 우리의 통일을 염원하는
여유가 부럽고...
그들을 보며 우린 희망을 노래해야하나..?

우리의 벽이 더 슬퍼보이네요///

지금 분위기 좋으니 이대로 누구든 딴지걸지말고 주욱 가서 종전이라도 했으면 좋겠네요!

4년 전 베를린에 한 달 정도 머물며 여러 갤러리 (주로 사진 위주의) 를 다녔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워라

좋으셨나 봅니다. 저는 짧게 열흘정도밖에 머물지 않아서 굵직한 곳밖에 못갔는데,, 베를린 사진가들의 작품은 어떤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베를린은 관광지로 그리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 어느 곳에 못지 않게 힙한 느낌이 가득한 곳 같습니다. 이스트사이드갤러리도 그렇고 그 외에도 다양한 현대미술관과 갤러리들이 가득한 곳이니까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30
TRX 0.12
JST 0.032
BTC 57628.63
ETH 2920.50
USDT 1.00
SBD 3.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