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뜨려줘서 고마워요

in #kr-pen6 years ago (edited)





2017오쟁 복사.jpg



사람이란 간사해서 좋은 기억보다는 안좋았던 기억만 유난히 떠오르는 법이다. 내 그림과 영화로 여기저기 지원했다가 낙방을 알렸던 수많은 메일의 한 구절씩 모아서 <매우 유감>이라는 작품을 작년에 만들었다. 그리고 밑에 사인을 했다.나를 비롯한 주변 창작인들은 항상 어딘가에 공모 지원서를 낸다. 예술의 모든 장르에서 작업 자체만으로 생계를 꾸리는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평생 남들이 만들어놓은 예술 작품만 감상하면서 살아도 시간이 모자르다. 너무들 많다. 반대로 일평생 내 작업만 해도 시간이 모자르다. 창작은 굴레같은 것이다. 또 한 가지. 각종 공모 지원서만 쓴다고 하더라도 일평생을 다 할애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끝없이 쏟아지는 공모에 지원하지 않으면 작가로서 존재할 수도 없다. 그만큼 기회가 많아서 좋은거 아니냐고? 글쎄. 작품보다는 공모 지원서가 작가를 만드는 시대다.


그런데 오늘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공모에 떨어진 경험이 꼭 나쁘지만은 않았다. 만약 붙었다면, 거기에 잠시 도취되어 지속가능성 없는 신기루같은 미래를 볼모삼아 그냥 흘러가기만 하다 끝나버렸을 인생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떨어지면, 잠시 슬프다가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대개 '다음엔 꼭 붙어야지!'가 아니라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었지?'라는 자문이 들며 망해도 좋을 신나는 대안을 상상하게 된다. 이 자리를 빌어서 날 떨어뜨려준 여러 기관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비아냥이 아니라 진심이다. 난 지금 재미있는 일을 꾸미고 있다.




@thelu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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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실패할때마다 축구선수 이영표가 쓴 그 책을 펼쳐봅니다. "성공이 성공이 아니고 실패가 실패가 아니다" 사람인생을 실패 몇개 혹은 성공 몇개로 단정지을수는 없으니 힘내서 달려봐야죠
보팅 & 팔로 해드리며 앞으로 자주 소통해요^^

성공이 성공이 아니라는 말, 요즘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롤모델을 누구로 정해야 하는지 그게 참 중요한 것 같아요. 말씀 감사합니다.

재미난 일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천천히 진행해보려구요.

매우유감도 모아놓으니 작품이 되네요.
'신나는 대안' 응원합니다!

신나는 대안! 요즘 이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차 있습니다. 때가되면 공개하겠습니다. ^^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들 하잖아요? 나중에는 지금의 실패가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생각할지도모를일이죠.ㅎㅎㅎ

맞습니다. 떨어져서 다행인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지금의 호기로운 제 글이 나중에 낯부끄럽지 않기만을 바랍니다. ㅎㅎ

<매우 유감> 이란 작품 .. Rock 음악이 튀어나올거 같은 강렬한 느낌이네요 :)
꾸미고 계신 재미있는 일이 무얼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혹시 가능하다면 동참하고 싶습니다
응원합니다!

제가 펑크밴드라면 바로 작사작곡 했을것 같습니다. ㅎㅎ 꾸미고 있는 일은 제 개인 홈페이지를 만드는 일이라, 나중에 완성되면 보여드리겠습니다. :)

넵 기대하겠습니다! :)

응원합니다. 저도 공모전 계속 내고 있지만 당장의 당선을 기대하지 않아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도전하고 메달리는 거죠. 그 과정이 어쩌면 요즘 제 생활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요. (물론 공모전 당선을 세계평화만큼 원하긴 합니다만)

저도 이렇게 쿨한척 하다가도 막상 당선되면 탈춤을 춥니다.

저도 공모에 끊임없이 지원했던 사람 중 하나입니다. 애석하게도 저는 탈락 메일 조차 오지 않던데요 ㅠㅠ 예술인 파견 지원 사업은 저도 신청하려다 어영부영 못했던... 경쟁률이 상당하더라고요. 저는 공모에 붙을 땐 예술인 복지가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다가 공모에 떨어지면 예술인 복지가 개판이라고 말하는 이중적 인간입니다 ㅎㅎㅎ '작품보다는 공모 지원서가 작가를 만드는 시대다.'라는 말은 무척 공감이 가네요. 저도 비슷한 내용으로 예술인 복지에 관한 인터뷰 했던 기억이 납니다. 슬프지만 반가운 글이네요 :)

작가들의 작품 성향도 지원서의 방향에 맞춰 제작되는 것이 요즘 현실이죠. 설상가상으로 저는 이제 나이도 거의 차서 '청년' 어쩌고 하는 지원 대상에 포함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여긴 정말.. 각자도생의 세계입니다. ㅎㅎ

지원 없이 예술 쪽일은 정말 힘든 것 같아요..ㅜㅠ 꾸미시는 재미있는 일이 궁금하네요!!ㅋㅋ

지원 받는것도 1년씩이니까 결국 1년 목숨일 뿐입니다. 꾸미고 있는 일 나중에 공개하겠습니다 ^^

헉...그렇게 고생해서 신청해도 일년밖에 안가나요?;;신청하는게 진짜 일이겠네요;ㅎㅎㅎ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네 1년 넘어가는거 거의 없습니다. 연말 연초만 되면 창작자들은 지원서 엄청나게 씁니다. ㅎㅎ

여러 기관들은 오쟁님을 떨어뜨려서 참 유감이겠군요!! ㅎㅎ
저도 많이 지원해봤었는데 여부조차 알려주지 않는 곳들이 참 많더라구요...

땅을 치고 후회하게 만들어주자고요! ㅎㅎ

신나는 대안이 성공으로 이끌어 주길 바래봅니다.^^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성공의 기준을 낮게 잡아야 하는게 포인트인것 같습니다. 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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