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두려움, 연습

in #kr-pen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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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연습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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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앞에서 선보일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내 모습 아직까지도 많이 어색하다. 공연하는 사람. 이십대의 막연한 바람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어찌어찌 하다가. 갑자기. 갑자기! 라는 표현이 적확하다. 매번 무대가 당황스럽지만 '나는 진짜 야매인데..'라는 생각도 점점 무뎌질테고, 공연가로서의 정체성에 익숙해질 것이다. 아마.


그런데 아무리 경험해도 익숙해지지 않을 것이 있다. 공연 중의 망각과 실수의 두려움이다. 공연은 살얼음판이다. 온 생애를 받쳐 연습만 하는 유명한 피아니스트도 이 두려운 감정은 피해갈 수 없다는데, 하물며 나같은 사람은 오죽할까. 공연 중에 손가락이 떨리는게 눈에 보인다. 여태까지의 공연은 운이 좋았고, 앞으로도 운이 좋길 바랄 뿐이다. 최악의 순간은 머리가 새하얗게 변하면서 손가락이 엉키고 연주가 멈추는 순간일 것이다. 찾아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암보는 단순히 악보를 머리와 손으로 외우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연주를 하는 환경과 피아노의 색깔, 조명, 온도, 시선 모든 것이 한 곡을 외울 때 몸으로 함께 습득되는 것들이다. 피아노 건반을 비추는 조명의 색깔과 각도에 따라 무대에서 내 앞에 놓인 것이 전혀 다른 악기처럼 보일 때가 많아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다. 가령 검정색 업라이트 피아노로 암보해서 연습했는데 정작 무대에서는 하얀색 그랜드 피아노로 연주해야 한다면 연주 중에 몸의 기억이 오작동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이러한 두려움 대처하는 방법을 연습 중이다. 첫째로, 실수의 두려움이 단순히 많은 연습량으로 대체되지 않는 감정이라면 차라리 실수 이후의 대처를 연습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연습할 때 미스터치를 하거나 전혀 엉뚱한 건반을 누르더라도 연주를 멈추지 말고 이어간다. 등이 가렵거나 파리가 꼬여도, 무슨 일이 있더라도 연주를 멈추지 않는 연습을 한다. 두번째로 공연장과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조성해 이미지트레이닝을 하며 연습을 한다. 그럼에도 손가락이 건반에 어긋나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당일의 일들은 그저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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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티스트 토크에 가면 작가들에게 꼭 내가 하는 질문이 있다. "전시하는 것이 재미있나요?" 70대 원로 작가부터 내 또래 작가까지, 모두 너무들 재미있다고 답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구나.. 그러니까 결론은, 각자 재미있는 걸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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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너무 덥습니다......덥다 ㅠ

무대공포증을 해소하는 저만의 노하우는 무대 오르기 직전에 몸 속 바람빼기인데요. 힘이 쑥 빠지면 떨림 설렘이 사라지더라구요. 연주도 연기와 많이 다르지 않을거 같아요. 즐거운 공연을!^^

바람은 입으로 후후 불어서 빼는 건가요? 꿀팁 감사합니다!

완전한 복식호흡을 의미하죠. 좋은 트레이닝 영상을 찾기가 생각보다 어렵네요. 일단 이 영상 함 보고 연습해보세요~^^

오 감사합니다. 보고 따라해봐야겠네요!!

실수의 두려움이 자양분으로 잘 변모하여 연습을 독려하고
차곡차곡 쌓인 연습들이 좋은 연주를 만들어주리라 믿습니다. ^^

결국 당일의 담력이 성공과 실패를 판가름하는 것 같은데 마인드컨트롤이 관건인것 같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무대공포증까지만 안가시면 나중엔 다 경험치로 가능한지라..... ^^ 화이팅입니다.

오쟁님도 재미나게 준비하십시오. 그림에 피아노에 영화에,,, 저는 개인적으로 노력만으로는 안되는 부분이 있다고 보는데요. 부러울따름...

노력만으로 되는 부분만 도전합니다 ㅎㅎ 어느 선 너머를 넘보지 않고요...ㅎㅎㅎ

피아노 연주 공연까지 하시는겁니꽈? ㅎㅎㅎㅎㅎㅎ 욕심쟁이 오쟁이님! 응원합니다. 딱 연습한 만큼 잘 하시길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네 영상에 피아노 조합 공연 제가 밀고 있는 형식입니다. 계속하다보면 나아질거라 믿습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요즘도 가끔 연극을 올리는 꿈을 꾸는데 매번 대사를 다 까먹는 꿈을 꿔요 ㅎ
수많은 리허설밖에는 없죠 뭐..
말씀하신대로 비슷한 환경이 정말 중요한것 같아요. 잘 아시겠지만 공연시간과 같은 시간에 연습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당일 의상도 갖춰입으시고요^^

네네. 역시 무대에 오르신 분들의 노하우는 비슷한것 같습니다. 비슷한 조명, 온도, 의상, 시간대.. 눈 감고 이미지트레이닝.. 강심장이 아니라면 이렇게 섬세하게 준비해가야 마음이 편하더라구요.

오홋.. 호돌박님이 연극을 하셨군요.^^
잠시 블로그를 보고 오니 대학때 연극을.. 오~~~~~

오오 공연까지 하시는 군요! 공연은 긴장되지만 하고 나면 뭔가 뿌듯함이 남는 것 같아요:>
후회없이 잘 진행되시길 바랍니다!!

하고나서의 그 뿌듯함은 이루말할수 없지요..!! 그 맛이 하는 거죠. 감사합니다 :)

힘을 내요! 숲의 요정! 5일 남았다!

ㄷㄷㄷㄷㄷㄷㄷㄷ...

모든 일은 운빨이 중요합니다! 제 행운을 나눠드리겠습니다. 가즈아~ ㅋㅋ

감사합니다. 그날은 한손님 운까지 제가 좀 빌려쓰겠습니다. ㅋㅋ

저도 라운디님과 함께 갑니다아어아~~ 오쟁감독님 팬클럽 회원이니까요! 찡끗

와 팬클럽 회원 2배로 늘었네요 ㅌㅋㅋㅋ 곧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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