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일기 20180828 - 시계가 날 보았다

in #kr-pen6 years ago

DE623D0D-1F89-4CDA-88FD-8E26D4F52380.jpg

-바닥에 눕히고 보니 엄마와 딸같다.




광안 지하철역 상가앞을 지나가다가 오래된 원목시계 2개를 보았다. 우리는 검보하우스라는 브런치집에 가는 중이었다. 이 앞을 수없이 지나쳤을 텐데 왜 이제서야 이 시계가 내 눈에 들어왔을까. 시계가 날 발견한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든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가게문을 열고 들어갔다.

“사장님, 저기 오른쪽 제일 위에 걸려있는 원목시계 얼마예요?”

우리는 귀여운 은색 추가 달린 시계에서 눈을 떼지 않으면서 물었다. 순간 일흔은 넘어보이시는 사장님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저건 팔 수가 없는 물건입니다. 20년도 더 되어서 이미 단종이 되었지요.”

단종이라는 말에 심장이 뛰었다.

“그래도 꼭 사고 싶으시면, 원래 저게 받아온 가격이 이만오천원인데 만원에 드릴게요.”

빈티지 물건이라 비싼 가격을 부를 줄 알았는데 오히려 너무 오래된 것이라서 미안해하며 가격을 깎아주다니 난 기쁨을 감추느라 얼굴이 발갛게 물들었다. 둘 중 어느 걸 데려올지 몰라 망설이는데 미쉘양이 두 개 다 데려오자고 단호하게 말했다.

“저희 두 개 다 살게요.”

사장님의 목소리가 한 톤 밝아진다. 쌓인 먼지를 수건으로 꼼꼼하게 닦아서 쇼핑백에 넣어주셨다.

“마지막으로 남아있더니 좋은 데 시집가네.”

라고 중얼거리며 오천원을 더 깎아주시기까지 했다. 알고 보니 사장님은 광복동에서 시계방을 오래 하셨는데 그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거라고 하셨다. 페미니스트라면 '시집'이란 말이 거슬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말이 조금도 거슬리지 않았다. 사장님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반말을 하지 않았으며 -이 사실을 감사하게 여겨야 하다니! - 너무나 친절한데다가 시계가 좋은 곳으로 가게되어 진심으로 기뻐하셨기 때문이다.


D030D12C-6AC0-444D-950A-B5A91DB8FF14.jpg

-건전지도 넣지 않고 작은 시계부터 걸었다.



Sort:  

집과 너무 잘 어울려요 :) 이렇게 우연히 만나서 연이 되는 물건들이 참 좋은 것 같아요 히힛

회색벽과도 어울려서 기분이 좋으네요^^

왼쪽 선풍기 저도 비슷한 거 있어요. 조그맣지만 무겁지 않아요? 제꺼는 짙은 갈색톤 금색이지요.

맞아요 피터님 무겁고 소리가 엄청나지요:)

사람이든 물건이든 다 어울리는 자리와 짝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건도 사람도 자리를 잘 찾아갔으면 좋겠어요:-)

(╹◡╹)정말 예쁜 시계를 구하셨네요... 집에 어울립니다.

감사합니다!

이쁘네요. 그 두근거리는 마음 왠지 이해가 됩니다. 저도 그런 경험이 있어서...

마음에 드는데 가격도 좋으면 너무 신나죠.

저 시계 는 20 년을 넘게 보얀 님을 기다렸나봐요.
주인 분의 마음을이해 할것 같아요.
저도 그 마음을 여러번 느꼈으니까요^^

20년을 기다렸다니 정말 고맙게 느껴지네요:)

정말 좋은곳으로 시집갔군요.ㅎㅎ 작은건 은색추가 없네요?

추가 시계안에서 굴러다니고 있었는데 간신히 꺼내서 잘 매달았어요.^^

시계 너무 예뻐요.
아저씨 정말 친절하시네요.
오래된 물건이라고 반도 넘게 깎아주시더니, 두개 산다고 거기서 또 깎아주시다니...ㅋㅋ

근데, 저 발가락의 주인공은 @levoyant님이신가요?
너무 귀여워요.
마치 개구리 발 같아요^^

네 제 발이예요. 발가락 귀엽단 소리 난생 처음 들어봐요 ㅎㅎ

시계가 다른 가구들과 잘 맞고, 이쁜데요 ㅎㅎ 시집 잘 온 듯 하네요 ㅎ

시계가 그렇게 느낀다면 기쁠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남아있더니 좋은 데 시집가네.”

사장님의 저 말이 참 좋네요. 애정을 갖고 돌봐주었던 시계에 대한 정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꼭 소설의 한 문장같습니다. by 키만

애정을 가지고 있은 사람은 말에서 묻어나오는것 같아요:)

Coin Marketplace

STEEM 0.16
TRX 0.13
JST 0.027
BTC 60531.60
ETH 2905.83
USDT 1.00
SBD 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