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歌之感] 바가바드기타 12장 박티 요가

in #kr-pen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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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rated by eliciaedijanto


12장 박티 요가




박티 요가를 읽는동안 Y 생각이 났다. 고등학교 입학식날 학교로 가는 버스안에서 Y를 처음 보았다. 그 때 Y는 빨간색 파카와 까만색 치마를 입고 있었는데, 숱이 많은 눈썹과 강렬한 눈동자가 이상하게 나의 눈길을 끄는 것이었다. 한 시간 후에 나는 Y와 같은 반이라는 것을 알았다.

Y에게 한 번도 말하지 않은 사실이 있는데 중간 키의 나와 작은 키의 그녀가 짝이 된 이유는 순전히 나의 의도였다. 나는 자석에 달라붙는 옷핀처럼 키 순서대로 선 줄을 무시하고 살짝 그녀 뒤에 섰던 것이다. 그녀의 얼굴이 미인의 범주에 드는 것도 아니고 그녀에게 호감을 느꼈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Y의 눈에서 나오는 광채는 날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우리는 둘 다 책읽기를 좋아했고 공부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함께 야간자율학습을 빼먹고 영화를 보러 간다거나, 점심시산 내내 학교 담 너머 뒷산을 헤매는 등 가벼운 일탈을 즐겼다.

Y에게 한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는데, 입버릇처럼 수녀나 여승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말하는 이유가 그녀의 불행한 가정사때문이라는 짐작이 갔지만, 그 시절 완벽한 부모밑에서 다정한 케어를 받고 있는 아이가 과연 몇 명이 있었을까 생각을 해보면 유독 그녀 입에서만 나오는 단어가 참 낯설게 느껴졌다. 그녀가 신심이 깊어서 교회를 다닌다거나 아니면 불경을 공부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반이 갈리고 각자 다른 대학에 진학하면서 만남이 뜸해지다가 그녀의 결혼소식을 끝으로 연락이 끊어졌다. 그러다가 작년에 피카소 전시회장에서 그녀와 우연히 마주쳤다. 서로의 근황을 주고받다가 그녀가 학창시절 때 왜 그토록 출가하고 싶어했는지 알게 되었다.

Y는 작년에 인도에서 명상을 하다가 한 순간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전생의 모습을 보았노라고 말해주었다. 어린 동자승이었다고 한다. Y는 추운 겨울 신발도 없이 눈길을 걷다가 곡식을 얻지 못해 굶어 죽는 자신의 몸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또 다른 생에서는 티벳의 승려로 살고 있었다. 권력을 잃은 나라의 공주였던 적도, 거지였던 적도 있었지만 승려로 살았던 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전생에 겹겹이 쌓여있는 자아와 만난 후 수행에 대한 뜻을 접었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이 생에서는 오로지 즐거움만 추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Y는 요즘 매일 밸리댄스를 춘다.




바가바드기타 12장에서 아르주나가 신께 묻는다.



그와 같이 언제나 마음을 다해 당신을 예배하는 사람과, 불멸이시요 나타나 보이지 않는 이를 예배하는 사람과 누가 더 요가를 잘 아는 사람입니까?



아르주나의 질문은 나의 질문과, 혹은 Y의 질문과도 겹친다.
신과 합일되는 것이 먼저이냐, 아니면 삶을 영위하면서 꿈을 이루고 신의 피조물인 이 지구상의 생명을 사랑하고 축복하는 것이 먼저일까. 욕망을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것이 옳을까, 욕망을 포기하는 것이 옳을까? 전생의 Y처럼 출가하여 해탈을 위해 수행하는 것과 현생의 Y처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생을 영위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잘하는 것일까. 그 질문에 신의 현현 크리슈나는 이렇게 답한다.



마음을 내게다 쏟고, 언제나 마음을 오로지하여 지극한 믿음으로 나를 예배하는 사람, 그 사람을 나는 최상의 요기라고 생각한다.



크리슈나는 신과의 합일을 목표로 하는 것이 최고의 수행이라고 말한다. 한 치의 양보가 없다. 이 단호한 구절이 마음에 와 닿았다. 크리슈나는 말한다.



네 마음을 내게만 꽉 박아놓아라. 네 이성을 내게다 온통 붙들어두라. 그와 같이 하여 너는 이 앞으로 의심 없는 내 안에서만 살 것이니라.

그러나 불멸이신 이, 형언할 수 없으신이, 나타나 보이지 않으시는 이, 아니 계신 곳이 없으신 이, 블가사의의신 이, 불변이신 이, 부동이신 이, 그리고 안고하신 이를 예배하며, 모든 감각을 다스리고, 어떤 경위에 처해서도 평등한 마음을 가지며, 모든 생류의 안녕을 즐거워하는 사람들도 또한 분명히 내게로 올 것이다.



그러나 신을 예배하며 세상의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며 그 생육을 축복하는 사람도 결국 신에게 닿을 수 있다고 덧붙인다. 신과의 합일을 위한 수행이나 명상이 성격에 맞지 않더라도 자신의 삶을 축복하는 동시에 타인의 삶을 축복하고 끊임없이 신과의 합일을 원한다면 결국 이르게 될 것이다.



네가 만일 끊임없는 요가를 닦을 능력조차도 없거든, 내게 봉사하는 것을 초기 목적으로 삼는 사람이 되어라. 모든 행동을 나를 위해 함으로써 너는 완전에 이를 수 있느니라.

네가 만일 그것마저 할 수 없거든, 그때는 나의 요가에 돌아와, 자아를 극복하면서, 일체 행동의 열매를 내버려라.

일체의 산 물건에 대해 악의를 품는 일이 없고, 그저 우애하고 자비스러우며, 내 것이란 생각도, 나란 생각도 없고, 고통과 안락을 한가지로 여기며 용서하고, 언제나 만족하고 요가를 닦으며, 자기를 제어하고 결심이 굳으며, 마음과 이성을 내게 바치는 사람, 그는 나를 믿는 사람, 그는 내 사랑하는 사람이니라.

그러나 이미 말한대로, 불멸의 다르마를 좇으며, 믿음을 가지고, 나를 지상의 목적으로 삼는 신앙자, 그는 나의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니라.


신은 불멸에 포커스하며 불멸을 목적으로 삼는 수행자를 가장 사랑한다고 밝힌다. 그러나 수많은 생에 걸쳐 수행을 했으나 또 한 번의 생에서 삶을 택한 Y도 사랑한다고 말한다. 모든 행위는 옳다는 것을 깨닫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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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 친구분은 전생 을 볼수 있어서 이 생 에서의 삶을
결정할수 있었던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이 생 을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이 될것 같아요^^

전생과 상관없이 현생을 기쁘게 사는 사람이 결국 신과 합일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열심히 살아야겠군요.
탓하지 말고 기쁜 마음으로...
근데 전생에 거지였나봐요. 식탐이......

꼭 열심히가 아니어도 기쁘게 산다면 다음 생도 기쁠것 같아요:)

샘 글은 나중에 꼭 읽으러 ㅎㅎ
바쁜시간이라서요 ㅠ

천천히 읽으셔도 돼요. 나중에 뵈어요:-)

전생은 어떤지 모르지만 이생은 저역시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후생이 있다면 홀로 살아 보고 싶고요~

즐거운 생, 꼭 이루시길 바래요:)

신에게 예배하는 것, 신이 준 것들을 온전히 즐기고 누리는 것. 신자라면 하나를 선택할 문제라기보다 둘 다 균형있게 할 일 같네요ㅎ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균형을 유지하려고 요즘 매일같이 명상하는데 쉽지만은 않네요:)

'무자취의 행위'란 말이 떠오릅니다. 잘지내시죠?

무위가 최상의 행동이라는 걸 요즘 실감합니다:)

Y의 밸리댄스는 반전이네요.ㅎㅎ
저는 전생에 어떤 삶을 살았을지 궁금하네요. ^--^

궁금하면 어느날 불현듯 살짝 엿보게 될지도 몰라요 ^^

저 그림, 보얀님이 포탈이라고 여긴다고 하셨던 그 작가의 그림이지요?

맞아요 라운디라운드님, 바로 그 작가예요!
그런데 글은 언제 올려주시나요. 근황이 궁금했어요:)

자카르타에 가면 그녀를 만날 수 있을까요?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아요.

꼭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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