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덜대며 본 영화들

in #kr-movie8 years ago (edited)





투덜대는 영화평





좋은 영화는 리뷰를 쓰게 만든다. 하지만 구린 영화도 "아..내가 발로 찍어도 저거보단 더..." 라는 마음으로 전투력 가득한 글을 쓰게 하는 원동력이라는 점에서 좋은 경험이다. 대개 예술영화 상업영화 할 것 없이 10편을 보면 2편 정도가 나름 괜찮고, 나머지 8편은 투덜댈 수밖에 없다. 내가 틈틈이 메모한 영화평은 그래서 8할이 투덜 투성이다.

그렇지만 "니가 한번 만들어봐라 응???" 라고 막상 누군가 물어오면.. 나는 얼른 쥐구멍으로 숨을 것이다. 원래 훈수 두기가 가장 쉬운 법이고, 구경꾼의 눈이 쓸데없이 높은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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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킹


조폭이랑 검사 수컷들 떼거지로 나와서 서로 배신에 배신 때리며 이 모든 것이 대한민국 정치의 민낯이라는 것을 세상에 처음 폭로하는 것처럼 비장하게 연출한, 한국 영화에서 한 천만번쯤 본 것 같은 역할과 스토리와 표정과 배우와 대사가 범벅되어 전개되는 고퀄리티 클리셰 덩어리의 영화. 정우성과 조인성이 나왔는데 내일 누군가 내게 '더 킹' 출연진이 누구냐고 물어보면 황정민이 주인공이었던가? 아님 최민식, 백윤식, 곽도원? 주연이 누구였더라? 라며 헷갈릴 정도. 물론 영화에서 여성혐오는 필수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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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들


영화 보다가 초중반에 부둣가에 컨테이너 박스 씬이 나오길래 바로 껐다. 앞으로 한국영화에서 부둣가 컨테이너 씬이 나오는 영화는 감독과 배우를 막론하고 보지 않기로 한다. 검은 양복 입은 사내들과 부둣가 컨테이너. 지겹다 지겨워 진짜. 생각해보면 아마 어릴 때 '황금박쥐'인가 '우뢰매' 때부터였던가 보아왔던 지겹고 이제 슬슬 짜증나는 기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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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넌트


인터넷에서 '레버넌트' 에 대한 호평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올해 최악의 영화 후보로 낙인되었다. 빼어난 영상미도 극한의 설정도 "내가 이걸 왜 봐야 해?" 라는 스스로의 질문에 흡족할만한 세계를 제시하지 못하는 영화라면, 그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인가. 긴 러닝타임, 보는 내내 괴롭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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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


나는 이 영화가 수행하고 있는 사회적 역할(518을 널리 알리는..)을 인정한 채로, 영화 자체로만 보자면 그냥 신파였다. '화려한 휴가' 처럼 총 맞고 죽기 직전에 백 마디 대사를 내뿜는 초절정 신파는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많이 아쉬웠다. 아, 난무하듯 들렸던 장엄한 오케스트라 배경음악 좀만 자제했으면 어땠을까. 유명한 배우 섭외해놓고 중요한 역할이었던 기자는 왜이렇게 플랫하게 묘사한거야. 급작스레 죽음의 도시로 유턴하는 송강호의 행동은, 현실에서는 충분히 한 인간의 내면 속에서 그러한 결정이 있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영화에서는 등장인물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장치를 더 마련했어야 하지 않았나? 라는 아쉬움들.

그리고 예전에는 깨닫지 못했던 여성주의적 시각도 이제는 '택시 운전사'뿐만 아니라 모든 영화를 평할 때 스스로 적용된다. 이를테면 왜 광주 518을 다룬 영화들은 왜 하.나.같.이. 남성 중심의 스토리야? 라는 비판도, 2017년에 나온 영화인만큼 떠안아야 된다고 본다. 부당한가? 부당하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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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아 엑스


엑스재팬을 다룬 다큐멘터리. 엑스재팬에 대한 덕력이 없어서인지 몰라도.. 나는 예술가 개인의 흥망성쇠를 다루는 영화에는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겠다. 거친 바람속에도~ 젖은 지붕 밑에서도~ 그녀(혹은 그) 는 예술을 지속했다 ! 라는 뉘앙스가 담긴, 예술가를 신화화하는 (비록 그 예술가가 신화적인 존재라 할지라도) 연출자의 의도가 담긴 영화를 보면.. 뭐 어쩌라고? 내가 타인의 개인사에 왜 관심을 가져야 되는데? 라면서 괜시리 삐딱한 태도로 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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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영화에서 재벌3세(유아인)는 '닥치고 악당'으로 나온다. 재벌3세는 재벌3세라는 이유만으로 그냥 '원래부터 미친놈'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 묻지마 미친놈 절대악 재벌3세는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노동자, 여성, 동물, 행인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저지른다. 그런데 여기에는 이유가 없다. 권력을 가진 재벌3세이기 때문에 성격이 더러워야 하고 그래야 '강력한 악역'을 맡을 수 있다는 이유 외에는 없다. 물론 현실에서는 그러한 사람이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고, 우리는 대기업의 비상식적인 횡포를 날마다 언론에서 접한다. 그러나 영화라면, 캐릭터의 생각과 행동에 내적 필연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영화 안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범죄도 '이러이러한 과정으로 미루어봤을때 충분히 일어날 법한 일'을 묘사한 거라면, 그것이 아무리 끔찍해도 어느정도 용인이 가능하다.

극중 유아인이 저지르는 폭력에는 '나 성격 더럽거든?'을 지속적으로 각인시키는 장치 외엔 별 다른 이유가 없다. 왜 골프채로 동물을 무자비하게 폭행해야 했을까? 영화는 (특히) 여성을 화풀이 대상으로 다뤄야만 했을까? 결국 악역 유아인이 경찰 황정민에게 우여곡절 끝에 잡히는 해피엔딩으로 결말이 나는데, "아! 악당이 결국 잡혔네! 통쾌하다! 이 나쁜놈 같으니라고!" 라고 생각하며 카타르시스라도 느낄 줄 알았나? 아아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나는 이 영화가 일단 뻔하고 식상한 설정 때문에 오락영화로서도 핵노잼이었고, 대한민국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재벌과 권력의 실체를 엿보게 하는 '사회 비판적 기능'을 의도한 것이라면 그것도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오히려, 아무리 영화가 허구일지라도 이렇다할 이유없이 등장인물과 동물에게 가해진 폭력에 대해서 감독에게 일종의 '윤리적 책임' 까지 묻고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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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플래쉬


화제의 영화 위플래쉬를 보았다. 너무나 높은 기대치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최고의 영화' 라는 수식어까지 붙일 정도는 아닌 거 같다. 다만 위플래쉬는 예술가가 예술을 대하는 극단적인 방식을 보여주는데, 훌륭한 작품을 위해서라면 그 무엇이라도 희생할 준비가 되어있는 예술가의 유미주의적 태도가 바로 그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예술가를 떠올릴 때 고독한 골방 안에서 끊임없이 자기 수련을 쌓는 16세기 르네상스의 '천재 예술가' 상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위플래쉬의 드러머와 그의 선생 역시 오로지 최고의 작품성만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들은 마치 최고의 연주만이 위대하고 훌륭한 예술가로 발돋음하는 유일한 통로라고 생각하는데, 난 영화를 보는 내내 그들의 이러한 태도가 굉장히 '훌륭한 예술가'애 대한 약간은 시대착오적인 집착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물론 지금 이 시대에도 예술가가 위대해지기 위해서는 형식의 완성도와 세련미를 상당 부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예술가가 예술을 다른 그 무엇보다 최상위의 가치로 설정해놓고 인생을 사는 것은 뭐랄까. 조금은 촌스럽기도 하고 안쓰러워 보이기도 한다. 예술 작품은 수준 높은 형식을 지니다가도 항상 마지막 순간에는 어떤 다른 가치를 위한 '수단'으로 양보될 때, 비로소 그 예술은 멋있어지고 가슴이 뭉클해지며 세상이 변화하는 기점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예술을 항상 인생의 두 번째의 가치로 설정해 놓고 인생을 사는 예술가의 예술보다 더 훌륭하고 위대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이 마음을 지배했기 때문이었을까? 영화의 마지막 순간 신들린듯한 드럼 연주에도 난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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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 프로젝트


지루한 집중을 끝까지 유지하게 만드는 영화가 있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봤지만 극장을 나오는 순간부터 잊어버릴 영화가 그렇다. 반면에 보는 내내 "아 이 영화는 너무 길지 않나?" 라고 속으로 투덜대고, 심지어 중간에 꽤 오랜시간 졸았는데도 결국 좋았다고 느끼는 영화가 간혹 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내겐 그랬다. 이거 명작이다.




@thelu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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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인생 영화가 하나 끼여 있군요 ㅋㅋ

그렇군요...뭔지는 묻지 않겠습니다..ㅎㅎ 참고로 제 인생영화는 누가뭐래도! 중학교때 제 마음을 마구 흔들었던 로맨스영화 타이타닉입니다.

타이타닉 최고죠. 두 개로 나뉜 VHS테입이 늘어지도록 봤습니다.

오 ..저도 그 상하로 나뉜 비디오테입 아직도 가지고 있습니다. 극장에서 세 번 보고 ost카세트테입도 두 개나 늘어지도록 듣고, 동네 비됴가게에서 입고되기만을 기다렸다가 구입했어요. 토렌트와 멜론뮤직이 없었던 시대였기에 가능했던 간절함이었던것 같습니다~

엊그제 카카오페이지 무료영화라길래 신과 함께 봤어요... 보시고 투덜대주시면 좋겠네요... 극장에서 안본 게 천만 다행ㅋㅋ 플로리다 프로젝트 사진 한장으로도 좋은 드라마일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신과 함께 악명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ㅎㅎ 안 봤는데도 왠지 본 것 같은... 다음에 언젠가 너무나도 할 일이 없어서 소파에 누워 티비를 켰는데 그때 우연히 신과함께를 한다면 볼 용의는 있습니다. 플로리다프로젝트는 정말 강추입니다~~!

ㅋㅋ 영화 투덜거림 듣기 좋은데요.
플로리다 프로젝트 보고 싶은 영화입니다.

국내 영화에서 볼 수 없는 색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살짝 지루하긴 하지만 끝까지 보면 감동이 몰려옵니다. 기회되면 보시길요 :)

대공감되는 영화평이에요. 잘 읽었습니다.

난 잼있게 봤는데 넌 왜그러냐! 라는 댓글이 줄줄이 달릴줄 알았는데...ㅎㅎ 감사합니다 ^^

위플래시를 제외하고는 제가 모두 외면하는 데 성공(?)한 영화네요.^^

누가 제가만든 영화 이렇게 써놓으면 가서 멱살을 잡고 싶을 텐데요..ㅎㅎ 언젠가 스팀잇에서 공개하겠지만 벌써부터 떨립니다..

오쟁님과 달리 저는 간이 콩알 만해서, 제가 만든(?) 책 따위에 대해선 절대 공개 안할라구요. ㅋㅋㅋㅋ

언제간 캐내겠습니다 ㅎㅎ

채굴 가치가 전혀 없다는 데 1스달 걸겠습니다~ ㅎㅎ

앗... 다 안본 영화네요...ㅋㅋㅋ 뭔가 제가 영화를 안 본 이유들과 투덜거림들이 묘하게 겹치네요~ㅋㅋㅋ

현명하십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에 대한 느낌이 저와 같으시네요 ^^
저도 길긴 길지만 가슴속에 남아있는 영화랍니다

아마 반강제적으로 봐야하는 극장 환경이었기때문에 엔딩의 짜릿함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정말 독특한 영화였어요.

앜ㅋㅋㅋㅋ 부둣가 컨테이너 ㅋㅋㅋㅋ 핵공감.
투덜대는 영화평 속이 다 시원하네요. :) 잘 만든 영화라고 추켜세워주는 고구마들 사이에서 솔직한 사이다. 컥.

남의 감동을 고구마라고 생각하진 않고 그냥 제 기준으로만 투덜댈 뿐입니다 ㅎㅎ 영화에서 부둣가 컨테이너 나오는 순간 그 영화의 결말까지 예상됩니다 ..

저는 더킹, 택시운전사, 베테랑, 내부자들과 같은 영화는 아예 보질 않습니다. 머리 아플 때 가끔 보는데 대체적으로 머리가 더 아파진다는 특징이...

엑스재팬은 초딩 때 무척 좋아했던 밴드라 한 번 보고 싶네요. 때론 덕력은 모든 것을 이겨내니, 저 신화담을 보며 엉엉 우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어요 ㅎㅎ

위플래시는 본지 오래돼서 기억이 안나는데 드럼치다 피나지 않나요? 저는 그 장면이 굉장히 그로테스크하고 무섭게 느껴졌어요. 당시 교수님께서 이 영화를 꼭 보고 오라고 하셨는데 이걸 보면서 '피날 때까지 피아노 치라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 저의를 생각해보게 되었지요.

영화가 다채롭게 있으니 재밌네요. 근데 오쟁님 투덜대면서도 영화는 다 보시는데요? ㅎㅎㅎㅎㅎ

네 손에서 피나고 막 암튼 장난 아닙니다 ㅎㅎ 자기가 고백했다가 사귄 여친도 바로 차버리고.. 정말 노이해... 제 교수가 이 영화 보라고 했다면 "이렇게는 예술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라고 레포트를 제출했을듯요 ㅎㅎ.

대부분 극장에서 봐서요, 중간에 나오기도 뭐하고.. 그래서 투덜대면서도 끝까지 봤습니다 ㅎㅎ 아니면 혹시 뒷부분에 뭔가 있을거야!!! 라는 믿음이 배신당할줄 모르고 끝까지 봤거나요.

ㅋㅋㅋㅋ 오쟁님의 글은 항상 위트가 있는 것 같아요. 감히 교수님께 그런 레포트를 제출하다니요! ㅎㅎ 저는 할 수 없기에 더욱 재미나게 느껴집니다 ㅎㅎ

배테랑 투덜거림 완전 공감이요 -
ㅎㅎㅎㅎ
위플레쉬 감상평은
예술가 관점에서 역쉬 다르시군요

위플래시는 재미있긴 했는데 영화가 갖는 철학 자체에 동의하기 어렵다보니.. 더 삐딱하게 보게 됐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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