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여행 - 소텐을 아시나요?

in #kr-life6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banguri 입니다.

어제도 역시나 지인이랑 살아가는 이야기 하면서 소맥을 한 잔 거하게 했습니다. 주중에는 밤마다 수업을 해야 하는 올빼미 생활이라서 주말 마다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음에 행복합니다.

제가 대학에 입학하는 해에는 호프 집이 없었습니다. 500cc,1000cc 이렇게 파는 생맥주 집은 대학 2학년 때에 처음으로 생겼으니, 아무것도 모르던 대학 1학년 때에는 맥주는 비싸서 못 마시고, 소주나 아니면 막걸리 집을 전전하였습니다.

막거리 집에 가면 꼭 기본 안주를 주는데, 거기에는 오이와 고구마 그리고 당근을 길게 깍아 주었고, 정구지 찌짐(부추전)을 잘라 놓고 그 옆에 초장, 빠지지 않는 구워서 나오는 꽁치 작은 놈, 그리고 정말 꼭 빠지지 않는 번데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주전자에 부어 나오는 막걸리에 안주는 모듬 전또는 김치찌게를 시켜 놓고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세상 이야기를 하면서 밤새 토론하고 싸우고 하였습니다. 그제서야 배가 부르면 소주를 마시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막걸리와 소주를 짬뽕해서 마시면 배가 가만 있을 리 없습니다. 술 집 옆 으슥한 공간에 전봇대가 있으면 거기다가 확인 사살을 하는 수 밖에요...

그러다가 획기적인 술집이 생겼습니다. 바로 소주 칵테일 집이었습니다. 화려한 조명에 꼭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였고, 지금 같으면 아주 촌스러웠겠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막걸리 집에서는 뿌연 담배 연기에 신문지가 덕지덕지 발린 벽이 있는 긴 방에 앉아서 한 잔 먹다가, 깔끔한 공간에, 빨간색 파란색에 아리하게 비춰주는 분위기가 딱 연인들과 같이 있어야만 할 듯한 분위기가 있는 그러한 술집에서 한 잔을 마실 수 있었으니 그 당시에는 정말 끝내주는 공간이었습니다. 여자 친구들 말 그대로 여사친들과 친구들이 거기에 가면 분위기도 즐기고 술도 한 잔 하면서 막거리 집에서 나오는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거기서 가장 많이 마시는 술이 바로 소텐이었습니다. 소주와 써니텐 포도맛을 1:1 비율로 섞어서 마시는 칵테일입니다. 꼭 포도 맛이어야 합니다. 오렌지나 애플은 안 됩니다. ^^ 이 소텐이 기가 막힌 것이 마시면 써니텐 맛입니다. 술을 잘 못 마시는 여사친들도 기가 막히게 마셨습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조금만 흐르면 횡설 수설 하는 여사친 들이 생기기도 하였네요. 통기타 치고 민중 가요나 부르고 다니고 나이트 클럽을 가면 미친 새끼라고 생각하던 철 없던 순수한 시절이었던 지라, 고이 아주 고이 집에 모셔다 드리는 것이 꼭 마지막 일과였네요.

그러다가 또 하나 재미있는 소주 칵테일이 나왔다고 자주 가는 놈들이 같이 가자고 하였습니다. 그게 바로 오이 소주였네요. 오이를 길게 채를 썰어서 입이 좁은 병에 소주와 함게넣어 두면 소주의 독성을 좀 약하게 한다나 머라나... 지금 생각하면 그럴거면 소주를 왜 마셨는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는 또 신선했습니다. 술을 따라서 한 잔 마시면 오이 향이 입에 쫘악 번지는 것이 참 환상적인 술 맛이었습니다.

지금은 옆에 이렇게 두고 마셔도 아마 그 맛이 안 날 듯합니다. 주머니 사정이 풍족하지 못하였고, 먹을 것 도 많이 없었던 시절이었던 지라, 그 술이 너무 맛이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네요.

@peterchung 님의 [Crazy Farmer] 나는 미친 농부다 포스팅에서 오이 소주가 나오길래 추억 여행 한 번 해 봤습니다.

마지막 으로 완선 누님의 방방 뛰던 시절 써니텐 cf 한 번 보세요.

Sort:  

peterchung님이 banguri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rtytf님의 [연재] 나만의 Music 세계 #2

ㅋㅋ. 형님이시라고 불러도 되겠습니다. 방구리형님(banguri보다는 좀더 윗분이신것 같습니다. 제가 72년생기건든요. 그래서 70년대 가요도 cover할수 있지요. ㅋㅋ. 저는 하드락도 좋아하지만 oldies but goodi...

오이소주 먹고 개토했던 기억이 ㅎㅎㅎㅎㅎ

약한 모습을 보였군요. ^^

네.. 입대주로 먹다가... 완전 개망신 ㅎㅎㅎ

소주와 써니텐의 조합이라니 ㅎㅎ신선한데요~
전 가끔 누님의 추천으로 소주와 환타 파인애플맛이나 깔라만시를 타먹긴 합니다ㅎㅎ

앗 안 드셔 보셨군요.
시도 한 번 하셔도 괜찮으실 듯 합니다.
다만 그 다음 날은 책임을 못 집니다. ^^

그립네요.그시절이

늘 그립습니다
고민과 갈등이 많이 없던 시절이었으니....

500~1000이 대학교 2학년때라고 하시니 ^^
오래된 추억이군요. ㅋㅋ
초딩때 본 완선님이시네요^^
행복한 한주 되세요.

완선 누님은 지금도 머...^^
발렌30년산 님도 즐거운 한 주 되세요.

기억이 새록새록 합니다. 오이소주는 나중에 술집만 가면 오이달라고 해서 소주안에 넣고 먹기도 했었는데요.. 허름한 막걸리집 분위기가 새삼 그립네요..

허름한 막걸리 집에서 모듬 전 시켜 놓고 마시면 괘 괜찮은 추억인데, 지금도 도시에는 좀 있겠죠?

저도 준 시골에 살고 있어서 요즘 트렌드를 잘 몰라요..ㅎㅎ
읍내에 살거든요.. 시골이지만 물도 없고 산도 얕고 걍 집들이나 보이고 정체불명의 낮은 건축물이 많은 동네에요..

그렇군요. 저도 읍인데 요즘 맥주 집이 많이 생겼네요. ㅋㅋ
바닷가라서 예전에는 소주방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거의 사라져 갑니다.

서울에 막걸리바(?)가 있었는데, 가운데 호수처럼 물 흐르듯이 막걸리가 흐르고, 주변에 앉아서 막걸리를 셀프로 먹는. . . ㅋㅋ
손님들이 담배피고, 재털고, 침뱉고 해서 금방사라지긴 했지만요~ㅋㅋ
오이소주, 레몬소주, 매실소주. 많은 소주가 기억나네요. ^^;,

막걸리바도 못 들어봤네요. 막걸리가 호수 처럼 흐른다니...ㅋㅋ

서울에 90년 초 중반 잠깐 살았는데, 그 당시에도 그냥 맥주 집에 많이 갔던 것 같습니다.

천연과일주스 10%ㅋㅋ완전 솔직한 cf 네요 ^^
저 대학시닝때 과일소주가 나름 유행이기도 했는데 그럴거면 소주를 왜 마시냐는 친구들고 있었고 ㅎㅎ
옛날 생각 나요. 돈도없던 그때가 참 행복했네요^^

과일 소주가 유행 했군요.
지금 이슬 톡톡 같은 건가 봐요.

돈도 없지만 행복 했던 것이 아마 젊어서 그럴거에요.
지금 젊은 사람들 보면 그렇지도 않지만...^^

우와! 저 CF 정말 오래된 거네요. 기억이 가물거립니다. ㅋㅋ

소텐은 저도 처음 들어봤어요. ㅎㅎ
형님께서 86학번이시면 그래도 조금은 겹치는 부분이 있을 것도 같은데 소텐은 새롭습니다.

소텐이 생맥주에 간단한 감자튀김이나 소세지를 주문 해 놓고 먹는 호프 집이 생기면서 없어졌습니다. 그 당시 500cc 생맥주는 그야말로 술집계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이었습니다. ^^

우와! 저는 500cc가 원래부터 있는 건줄 알았아요. 제가 91학번이니까 그때는 500cc가 이미 스탠다드화되었던거네요. 그때 감자튀김에 500cc가 대게 호프집 기본안주였지요.

호프집이 생기면서 맥주 한 잔 하고 싶을 때 그냥 가서 500cc 한 잔 간단하게 마시고 나오고는 했죠. 지금도 그렇게 할 수 있을려나 모르겠네요. ㅋㅋ

광고에 동원된 인원이 엄청 많아요!
김완선의 인기 대단했던 기억이 있어요^^

저 당시 완선 누님은 소피마르소 였습니다. ㅋㅋ
당구장에서 당구 치다 가도 나오면 우루루 달려가서 춤 추는 것 보고 그랬네요.

Coin Marketplace

STEEM 0.30
TRX 0.12
JST 0.034
BTC 64513.75
ETH 3146.11
USDT 1.00
SBD 3.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