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디자인 2. 열댓번 읽어도 이해 안 되는 문장 고치기

in #kr-funfun6 years ago (edited)

내가 수십번을 읽고 겨우 이해한 문장 하나를 소개하려 한다.
신경숙의 <외딴방> 111쪽에 있는 내용이다.


'옆집 아주머니가 쌓아놓은 우편물이 담긴 현관문 앞의 박스를 베란다에 내놓은 이인용 탁자 위에 옮겨다 놓고 구문을 추려냈다.'


난 이 문장을 이해하는 데도 한 참이나 걸렸지만, 이 문장을 바꿔보다가 너무 긴 시간을 보냈다.
사실, 이 문장을 접했을 땐 책을 덮고 싶었다. 읽는 걸 포기하고 싶었다.
오직 모임에 나가야겠다고 계속 읽었다.
난 한 문장이 3줄 이상 넘어가면, 읽다가 주어를 잊어버리는 장애가 있다.
그런데 이 책 문장들은 대부분 3~4줄. 이런... 젠장...
그래서 [외딴방]을 완독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나보다.

위 문장은 이 소설 문장들의 평균 길이보다 짧은데도 읽히지 않았다.
내가 왜 이 문장을 이해하지 못했을까 생각해봤다.

  1. 주어와 서술어를 연결하지 못했다.
  2. 한 문장에 너무 많은 내용이 들어 있다.

우선 1번 항목에 대해 생각해봤다.
이 문장에서 주어는 도대체 뭘까?
생략되어 있지 않을까?
나는 주어가 생략되면 이해를 못 하는 치명적인 장애가 있다.
그렇다. 그래서 내가 이 문장을 이해하는 데 어려워했던 것이다.
이 문장의 서술어는 '추려냈다' 이다.
무엇을? '구문을'
빠진 주어를 넣어 문장을 만들어 보면
'나는 구문을 추려냈다.' 가 된다.
문장을 다시 만들어 보면
'나는 우편물 박스에서 구문을 추려냈다.' 가 된다.
이렇게 간단한 걸 가지고 수십번 읽고서야 이해한 나도 문제지만 글 쓴 사람도 문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럼 이 문장엔 몇 가지의 내용이 들어 있는 걸까?

  1. 옆집 아주머니가 우편물을 현관문 앞 박스에 모아놨다.
  2. 우편물 박스를 베란다에 내놓은 이인용 탁자 위로 옮겨다 놓고 구문을 추려냈다.

이 두 문장을 합쳐보자.
'난 옆집 아주머니가 현관문 앞 박스에 모아놓은 우편물을 베란다에 내놓은 이인용 탁자 위로 옮겨다 놓고 구문을 추려냈다.'
음... 이상하다. 다시 고쳐보자.
'현관문 앞에서 나를 맞아준 건 박스 안에 쌓여 있는 우편물들이었다. 옆집 아줌마의 배려였다. 난 박스를 베란다의 이인용 탁자 위에 올려놓고 구문을 추려냈다.'
아무리 고쳐봐도 어렵다. 여기 스티미언분들도 도전해보길 바란다.
진짜 글고치기 최상급 문제다.

이 문장 탁월하게 고친 분에게 1스달 쏜다.

물론, 내가 고친 글이 맞다는 건 아니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 글을 평가하는 기준도 다르니까.
암튼 난 이 책 이후로 신경숙 소설은 절대 안 읽는다.

난 한국문학이 이지경이 된 건,
썩은 등단제도와 문장을 어렵게 쓰는 기성작가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왜 책을 집어 던지고 싶게 만드는 문장을 쓰는지 모르겠다.

물론, 내가 난독증이라서 저런 문장을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2010년에 쓴 글을 수정하여 재작성한 글입니다.)


글디자인 0. 한 문장 읽고는 '어? 뭐라고?'라고 생각하며 다시 읽는다면 잘못된 문장.
글디자인 1. 문장의 리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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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이 긴 문장이긴 하네요^^;
저는 구문이라는 단어가 어떤 뜻인지 몰라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저도요ㅋㅋㄱ문장은잘이해했는데 구문이뭐지?싶었습니다ㅋㅋ

와~~ 어려운 문장도 이해 잘하는 분이 너무 부러워요. 저는 어려운 문장으로 된 소설은 손도 못 대거든요. ㅠㅠ

ㅋㅋㅋㅋ 아니 저도 잘 이해하진 못해요..... 그죠 근데 어려운 문장보다도, 복잡하고 조리없게 쓰인 문장 보면 진짜 짜증나요... 뭘 이야기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두 세 번 봐야 하고... ... 다들 쉽게 쓰면 좋겠네요!!

호흡이 길어도 너~~무 길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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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아주머니가 현관문앞에 놓아두신 쌓인 우편물을 베란다에 내놓은 이인용 탁자위에 옮긴 후 구문을 추려냈다.
음... 이것도 뭔가 이상한데요.. 왠지 도전하고 싶어지는 문장이라 도전은 했지만, 잘 안되는군요.. 저는 장르소설을 무지하게 좋아하는지라 저런 어려운 문구는 이해가 잘 ^^;;
잘보고 갑니다.~~

저 문장 고치는 데 몇일 걸렸어요. 도저히 고칠 수가 없는 문장인 것 같아요.
정말 최악.

하~ 제가 왜 읽었을까요? 뭔가 숙제를 받은든 기분.... 아! 몰라요~ ㅋㅋ

아핫,,, 도전 안 하시길 잘 하셨습니다.
저는 저 문장 고쳐보려고 몇일을 고생만 했거든요. ㅠㅠ

고치고 말고를 떠나서 짜증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참으세용

북키퍼 님이 댓글을 다셔서 저 문장을 또 보게 만들었네요. 아, 돌아버리겠네여. 보면 볼 수록 몸이 베베 꼬이고, 식은 땀도 흐르고...저렇게 쓰는 것도 능력인 거 같네여. 아, 댓글 다는데 손가락 끝도 마구 떨리네여

헛... 제가 원인입니다. 죄송해요. ^^

ㅋㅋㅋㅋㅋ

그냥 짜증 그 자체입니다. 저 문장은. ^^

저도 한~참 걸렸어요ㅜ 신경숙 별로 안좋아한다는 ㅜ

정말이지 신경숙 소설은 저 한 권으로 끝. ^^

'옆집 아주머니가 쌓아놓은 우편물이 담긴 현관문 앞의 박스를 베란다에 내놓은 이인용 탁자 위에 옮겨다 놓고 구문을 추려냈다.'

1.옆집 아주머니가 있다.
2.현관문 앞의 박스에는 우편물이 담겨져 있다.
3.베란다에는 이인용 탁자가 내놓아져 있다.
4.1번의 아주머니가 2번의 박스를 3번의 탁자에 두었다.
5.그리고 구문을 추려냈다.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한호흡에 담아서 그런거였군요~

글 쓸 때 유의해야 할 사항인것 같습니다.

앗,,, ㅎㅎㅎㅎㅎ 혹시 직업이 개발자세요? ^^ 코딩을 저런 식으로 하는 것 같던데... ^^

만약 그렇다면 객체로 나눴다고 볼수 있겠네요 ㅋㅋㅋ

개발은 손놓은지 오래됬네요.. 대학시절에 소프트웨어 공학 전공이라

학교 숙제 때문에 게임부터 어플리케이션 웹 크롤링 도구 안만들어본게 없는데

그 뒤로는 만들어본게 없네요 ㅋㅋㅋㅋㅋ

나하님은 기구설계 엔지니어면 임베디드 쪽이신가요??ㄷㄷ 능력자시네요;;

아핫,,, 공부를 하셨군요. 어쩐지요. ^^

저는 디자인쪽에 가깝습니다. 플라스틱 사출물로 된 가전제품을 주로 설계했어요. ^^

전... 이해가 되는데....
제가 글을 저렇게 쓰는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최대한 문장을 짧게 가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말도 저렇게 해서 신랑이 맨날 무슨 말 하는 지 모르겠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래도 전체적으로 대충 그림은 그려지는 문장인거 같아요. ㅎㅎ
개인차겠죠?

개인차이 맞아요. 누군 영어 잘하고 누군 수학 잘하고 그러잖아요. 누군 운전도 하루면 배우고 누군 백날 운전해도 실력 안 늘고. ^^

'현관문 앞에 옆집 아주머니가 쌓아놓은 우편물이 담긴 박스를
베란다에 내놓은 이인용 탁자 위에 옮겨 놓고 구문을 추려냈다.'

최대한 원문을 유지하다보니 여기까지입니다.
그리고 구문이라는 용어는 배경에 따라 쓰이기는 하지만
헌 신문으로 바꾸는 게 적당하지 않을까요

더 간단하게 뼈대만 발라내면,
"우편물 박스를 탁자 위에 옮겨놓고 구문을 추려냈다." 이지요.
이 중심 문법 사이에 살점(?)이 발리는 것이구요.ㅎㅎ

살점이 너~~~무 많이 붙었죠. ^^

정말이지 대단한 문장이에요. ㅡ.ㅡ

책의 문장구조가 읽기 어려우면 저도 잘 안읽게 되더라구요. 느낌에 이야기 진행도 너무 느려지는것같고.. ㅠㅠ

제가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문장이 세 줄 이상 넘어가면 주어를 잊어버려요. 저 같은 사람은 정말 긴 문장은 못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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