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봄날|| #22 아빠가 오빠

in #kr-essay6 years ago (edited)

그래도 봄날 대문2.jpg



너는 가끔 날 아빠라 부르곤 했다. 아마도 오빠를 부르려다 실수한 것이리라. 아빠와 오빠. 비슷해서 그런 걸까.

그날도 널 조수석에 태우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기분 좋은 듯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에 맞춰 흥얼거리는 너. 그 흥얼거림에 내 기분도 덩달아 좋아진다.
갑자기 할 말이 생겼는지 넌 날 급하게 부른다.

 “아빠! 있잖아….”

넌 또 날 아빠라 부른 걸 모른 체 얘기를 이어갔다. 아무래도 이번에는 주의를 줘야겠다 싶어 너의 말을 잘랐다.

 “근데 왜 자꾸 날 아빠라 불러?”
 “내가?!”
 “응. 방금도 아빠라고 그랬어.”

넌 전혀 모르겠다는 듯 큰 눈만 동그랗게 뜬다.

 “진짜? 정말로?”
 “응. 그러니까 좀 조심해. 이번이 처음도 아니야.”

너에게 아빠 소리를 듣는 게 기분 나쁘거나 그런 건 아니다. 오히려 애교를 부리는 거 같아 혼자 배시시 웃고는 했다.

 “괜찮아 오빤데 뭐 어때.”
 “너 그러다 집에서 아빠한테는 오빠라고 그런다."

 내 말에 불현듯 뭔가 생각난 듯 넌 손뼉까지 치며 웃었다. 갑작스러운 너의 행동에 이번에는 내 눈이 커졌다.

 “안 그래도 얼마 전에 아빠랑 같이 TV 보고 있는데 내가 아빠한테 오빠라고 그랬나 봐.”

난 할 말을 잃어 헛웃음만 나왔다. 우려했던 일은 이미 벌어져 있었다.

 “아빠가 갑자기 정색하면서 ‘누가 니 오빠냐?’ 그러는 거야. 그래서 ‘내가 오빠라고 그랬어?’ 하니까 아빠가 ‘그래!’하고는 갑자기 방을 휙 들어가 버리시는 거 있지. 내가 오빠라고 불러서 삐지셨나봐.”

넌 아무렇지 않게 장난스레 얘기 했지만 난 어쩐지 아버지의 입장이 이해가 갔다. 분명 금지옥엽 키운 딸일 텐데 어디서 굴러먹다 온 개뼈다귀 같은 놈과 자신을 헷갈렸으니 서운할 만도. 그리고 아빠를 오빠라 부른 게 처음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좀 조심해. 나한테도 아빠라고도 부르지 말고!”

넌 아무 걱정 없다는 듯 생글거리며 대답한다.

 “뭐 어때. 어차피 오빠가 아빠 되고 하는 건데.”

난 할 말을 잃어 고개만 저었고 넌 여전히 기분 좋은 듯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콧노래를 불렀다.

맺음말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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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0

앙!! 오빠가 아빠되고 하는건디~ 간질간질하면서 웃게되네요 ㅎㅎ 진짜 너무 러블리한거 아닙니까!! ㅋㅋ

ㅎㅎ 감사합니다. 집사님. :")
그래도 집사님은 이런 실수가 없으셨나봐요. ㅎㅎ

ㅎㅎ저는 왠지 귀엽게 보이는데요?ㅎ

귀엽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사실 실수하는 게 싫지만은 안답니다. :")

ㅋㅋㅋㅋㅋㅋㅋ 저번글에 이어 이번글도!!!
초코님 글은 참 달달하고 따스합니다^^

아이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ㅎㅎ
저는 생각보다 달달 하지 않는데 말이죠. :)

ㅎㅎㅎ 전 헷갈릴수가 없어서... 아쉽네요.. 오빠가 아닌지라... ㅋㅋㅋㅋ

ㅎㅎ 안 헷갈리는 게 좋은 거죠. :)
헷갈려야 혼만납니다. :D

ㅎㅎㅎㅎㅎ뭔가요 이 러블리한 느낌은 ㅎㅎㅎ
오빠가 아빠는 될 수 있겠지만,
아빠가 오빠가 되어서는 안되겠죠??ㅎㅎ
그만큼 초코님이 상대의 삶에 깊이 새겨졌나 봅니다

정말 아빠가 오빠가 되면 심히 곤란해 집니다. ㅎㅎ

달달한 행복이 보이는 글이네요...팔로우 했습니다, 초코렛님~~ ^^

감사합니다. daqtwcvg님. :")

예전에 있었던 일은 한 번 적어봤답니다. ㅎㅎ

앗 이 이야기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아요. ㅋㅋ 아빠한테 오빠라고 불른 ㅋㅋㅋㅋ 귀엽습니다.

오빠한테 아빠는 괜찮은데 아빠에게 오빠는 좀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ㅎㅎ

어디서 달달한 냄새가 나는데~ 앗, 여기다!!ㅋㅋㅋ

으앗 블리블리 송블리님. :)

문득 옛 생각이 나서 ㅎㅎ

오... 넘 행복해 보이는 글.
여자친구의 표정이 상상이 되는..
이것저것 상상하게 만드는 글.. 참 좋아라 합니다. ^^
역시 글쟁이.ㅋㅋㅋ
어제도 노래 흥얼거리시더니.. ㅎㅎㅎ

이브 노래였던가요...

넹 ㅎ 이브노래를 듣고싶었는데 말이죠 ㅋㅋ

어제 술도 약간 올라 기분도 좋고 거기에 오랜만에 이브 노래도 나오고 정말 흥이 안날래야 안 날 수가 없더라고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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