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봄날|| #18 용기 내어 꺼낸 말

in #kr-essay7 years ago (edited)

그래도 봄날 대문2.jpg



추운 날이었다. 네가 좋아하는 선술집에서 내가 좋아하는 술을 주문한 우리는 천천히 취해갔다.
침묵을 없애려 난 마음에도 없는 소리만 해댔다.

 “여, 여기 분위기 괜찮네. 조용하고.”

술잔을 만지던 네가 말한다.

 “네. 그래서 좋아해요.”

오늘은 술기운을 빌려서라도 네게 고백을 하려 했다. 네 퇴근시간에 맞춰 같은 길을 돌아다니기를 몇 시간. 결코 우연이 아니었지만 어쩌다 우연히 널 만난 것처럼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만든 자리였다. 하지만 어떻게 말해야할지 그 생각만하면 머릿속이 도화지가 됐다.
결국 난 막차시간이 다 될 때까지 헛소리만 늘어놓았다.

 “이제 가야겠지?”

난 길고 두터운 목도리를 목에 감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널 지하철역에 바래다준다며 함께 걸었다. 걷는 동안에도 난 네게 고백할 기회만을, 네게 할 말들만 되뇌었다.

 “저… 갈게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개찰구 앞이다.

 “조심히 들어가. 도착하면 연락 주고.”

개찰구를 통과하는 너를 보며 못내 아쉬움을 감춘다. 말했어야 했는데. 지금이라도 말해야 할까. 그러는 사이에도 넌 점점 멀어져 가고 있었다.
바보 같은 자신을 탓하며 돌아서려 할 때였다.

 “오빠….”

승차장에 들어가야 할 네가 다시 돌아왔다.

 “저 부탁이 있어요.”
 “부탁?”

넌 내 목도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목도리 저 빌려주세요.”

그러고 보니 네 하얀 목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추웠을 텐데. 왜 미리 벗어줄 생각을 못했을까. 바보같이. 용기가 없으면 눈치라도 있어야 하거늘.
난 서둘러 목도리를 푸르며 미안함을 감추고자 장난스레 말했다.

 “빌려주면 넌 뭐해줄래?”

건넨 목도리를 받으며 넌 당돌히 말했다.

 “원하는 거 다요.”

나와 달리 너의 눈은 진심이었다.
고백도 못하던 놈이 갑자기 무슨 용기가 생겼던 걸까. 난 네게 가슴에 있던 말을 꺼냈고, 잠시 후 우린 낮은 칸막이 위로 서툰 키스를 나눴다.
맺음말2.jpg


||이전 봄날들||
#15 주말
#16 사람 장사
#17 그리운 건

Sort:  

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감사합니다. :)

훈훈한 @chocolate1st님 안녕하세요! 별이 입니다. 감동적인 @bree1042님이 너무너무 고마워 하셔서 저도 같이 감사드리려고 이렇게 왔어요!! 잊지못할 하루 보내시라고 0.3 SBD를 보내드립니다 ^^

저 엄마미소로 읽었어요 초코님...♥ 너무너무 달달합니다 ㅎㅎ

헤헤, 감사합니다. 쏭이님. :)

아으... 막 손발이 오그라들려고 해요~ ㅋㅋㅋ

ㅎㅎ 죄송해요 손발을 없애려고 했던 건 아니랍니다. :)

풋풋하네요ㅎㅎ 연애가 대체 언제적인지 기억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좋은 글이네요. 추운겨울이 따스해지는 글입니다.ㅎㅎ 잘읽었습니다ㅎㅎ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으악!!!ㅋㅋㅋ 진도가 너무 빠르잖아요ㅎㅎㅎ

아아,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

ㅎㅎ넘 풋풋하네요
저도 같이 설레입니다 > <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런, 쓴다는 걸 자꾸 까먹네요. ^^;
이렇게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해요

항상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리님. :)

아~~ 달달하네요~~~~~~~~~^__________^
풋풋한 감정을 너무 잘 써주셔서 제가 다 설레네요.ㅋㅋㅋㅋㅋ

항상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울곰님. :)

Coin Marketplace

STEEM 0.20
TRX 0.14
JST 0.030
BTC 68255.87
ETH 3271.92
USDT 1.00
SBD 2.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