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개명을하고 싶어졌다
다른 도망 다 해도 팔자 도망은 못하지...
귀에는 더 이상 못질 할 자리가 없었다
작명소 앞에까지는 가기는 해도 감히 문고리를 잡지 못했다
뙤약볕 아래 짧은 그림자를 밟고 가는데
도장 집이 눈에 들어온다
도장이 운을 부른다던 기억이 불러세운다
이제나 저제나해도 팔자는 그대로였다
전화 하면 오는 도사를 소개받았다
개명을 하고 돌아오는 길은 바람부터 달콤했다
은행, 보험회사, 렌탈한 정수기며 의료기
하물며 친목회까지 성명 정정을 하느라
정신이 오뉴월 개 혓바닥처럼 쑥 빠진다
사주팔자 수리점/ 최소연
날마다 천둥소리가 들리는 나의 사주를 작명소에 수리를 의뢰했다
아침 해가 나보다 먼저 일어나서 연탄불은 이미 재가 되어 버렸다 자
명종 10개를 내 목에 걸어 두고 주의 기도문마저 왼다 철없이 청동 구리
반지를 사고 다이아몬드 50캐럿값을 냈다 그날 저녁, 지갑 속에서 가난
이 대성통곡하는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버스정류장 긴 의자에 앉아 하늘
로 오르는 건너편 은행나무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무엇이 푸른 종을 달
게 했을까 대형마트의 카트에 생필품을 63빌딩처럼 쌓았다 집에 들어오
니 내 결혼사진 속의 사내가 신음하며 앓고 있다 울적한 마음에 공터 그
네에 앉았다 발밑으로 개미 한 마리가 빵 부스러기를 힘겹게 나르고 있다
빈 봉지가 허공을 헤매고 있다
개미가, 은행나무가, 자명종이 나의 사주팔자를 수리하고 있다
@tipu cur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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