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zzan2 years ago

어떤 남자는 제 짝을 가리켜
내 뼈중의 뻐 살 중의 살이라 하였다

어떤 이는 돌아 누우면 남이라는 말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마누라라는 말은
아내를 홀대하는 말로 알았는데
알고 보니 뜻이 깊은 말이었다
마주 보고 누우라는 이 말의 깊이를
헤아리지 못해

여자는
늘 입이 불룩 나와있었다.

아내와 나 사이 / 이생진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누구 기억이 일찍 들어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둘을 떠나고
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인생?
철학?
종교?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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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절히 옳은 말이네요. 시라기 보다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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