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달력의 빨간 글씨 밑에 조그만 글씨
우수라고 써있다
하늘은 벌써 우수를 준비하느라
오래 된 빈집의 천장처럼 가라앉았다
누구네 집에선
냉이국 끓여먹었다고
종달새처럼 들뜬 목소리가
내일이라도 같이 가자고
거울속으로 다가와 팔을 끼는데
오늘 밤에도 비가 오고
내일은 아침부터 비 온다는 말에
양지쪽 벼룩나물 입맛을 다신다
우수/ 고재종
모진 돈들막 귀영치의
씨톨 하나도 깨우는 속삭임이여
논두렁 밑 양지녘엔
벌써 저리 냉이꽃 반짝이네
얼음에 뜬 애보리조차
지상으로 힘껏 떠미는 뜨거움이여
덧짚 걷어낸 마늘밭에
벌써 저리 마늘촉 서늘하네
보리밭 너머 저 지평선에서
웬 것인지 둥둥둥둥 울려나는
북소리는 또 무엇인가
비 젖는 비 젖는 남밭들엔
오늘 그예 청청한 경운기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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