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주발에 사홉들이 소주 한병을...

in zzan4 years ago

사기 주발에 사 홉들이 소주 한 병을... /cjsdns

그날 그랬다.
사 홉들이 소주 한 병을 커다란 사기대접에 부었다.
그리고 원샷

너희들 뭐 하는 거야
너희들 인간이 맞아
불쌍하지도 않니 하면서
또 한 번
그렇게 두 번을 했다.

그리고 어떻게 되었는지 잘은 모르나
어렴풋한 기억에
땅바닥이 파도처럼 말려 올라오며
따귀를 세차게 후려치지를 않나
전봇대가 내게 다가와 발길질을 하지를 않나
아버지 등에 업힌 것이 기억의 전부

그리고 정신 차려보니
먹을 줄도 모르는 뭔술을 그렇게 마셨냐며
이거라도 마시라며 걱정 가득한 어머니의 꿀물 대접
출근한다며 일어서려니
도로 나가떨어지는 내게
이놈아 출근은 무슨 출근 깨어났으니
살았으니 다행이다라는 어머니

출근은 삼사일 후에 가능했고
그 누구도 내게 그날의 일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었다.
한 열흘쯤 지나 기억을 더듬어 찾아간 그곳은 천국을 노래하는 지옥이었다.
감수성 예민한 순백의 청년은
그때부터 희망을 허망인 삶으로 이루려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 때 그때 그 순백의 청년은 온데간데없고
그때 그 사기 주발에 부었던 그 소주 한 사발 들이키면 그냥 좋을 거 같은 그런 새벽이다.
과거는 모르는 게 약이다.
들춰내면 상처가 아닌 것마저 할퀴어 상처로 남는다.

순수가 전부였던 나의 청춘 감성
지금도 그런 것인지는 모르나
아까워할 것이 아닌 것을 아까워하고있는데
신신당부하듯 하던 지인의 말이 뇌리에 맴도는 것을 느낀다.

"그냥 꼭 붙들고 일 년은 버티셔요, 그거 못하면 허당 되는 거예요."

그런데 오늘 이일에 왜 그때 그날의 모습들이 겹쳐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참 오래전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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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앙~! ㄷㄷ

ㅠㅠ

저도 소액이지만 정리했었는데 ㅠㅠ 아쉽네요 ㅎㅎ

술에 얽힌 그런 추억이 있으시군요. ㅎㅎ

황당하지만 전설같은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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