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prologue <까미노>

in #camino6 years ago (edited)

순례길을 걸었었다.
일을 마치고 한밤 중에 돌아와
함께 살던 동생들에겐 미리 인사를 하고

다음날 새벽,
미리 싸둔 배낭을 등에 메고
몽파르나스역으로 가
바욘느행 떼제베에 올랐다.

그렇게 나는
순식간에 파리에서 사라졌다.

바욘느에서 기차를 갈아타고
생장 피에드 포드란 마을에 도착했다.
다음날 나의 순례길은 시작되었다.

끈기없는 내가 800키로를 걸어
산티아고까지 도착한다면
참 대견하고 뿌듯하겠다, 하고 시작했는데

내가 왜 여기와서 이러고 있지.

불과 첫 날, 피레네 산맥에서
바람과 사투를 벌이며 했던 생각이다.

하지만 그 뒤로는 내내
산티아고에 가까워지는 것을 아쉬워했다.

길에서 만난 친구들과 노란 화살표를
더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을.

부엔 까미노!
좋은 길이 되라는 뜻의,
길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순례자들끼의 인사.
까미노는 길이라는 뜻의 스페인어다.

모두 같은 곳을 향해 걷지만, 경쟁은 없다.
되려 같은 길을 걷는다는 것만으로,
서로에게 위로와 기쁨이 되어준다.

길에서 만나고, 알베르게에서 만나고,
결국엔 산티아고에서 재회하는
그들이 있어 외롭지 않았고

그래서 홀로 걸을 수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다른 이유로 순례길을 찾는다.
답을 구하러 오는 사람도 있고,
마음의 평화를 위해 오는 사람도 있으며,
단지 길을 걷기 위해 오는사람도 있다.
하지만 결국 모두 닮아 있다.

왜 이 길을 걷느냐고 물어오면
모른다고 할 수 없어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왜 이 길을 걷는지, 알고 싶어서요.

@spring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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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치어럽도 치어럽!

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정스님 감사합니다!

추억이 새록새록.
저는 파리에서부터는 아니지만, 너무나 가고싶던
산티아고를 가서 행복했던 기억이.
빠르에서 맥주 한 잔, 커피 한 잔 사마시고 그 힘으로 또 열심히 걷고...언덕길만 계속되는 길에선 조카십색깔크레파스를 외치며 걷던 그 때가 생각나네요.

젤리님 :-) 아직 한국이신가요? 글이 올라오지 않아 조금 걱정이 되지만.. 젤리님 최선을 다하고 계실 거라고 믿고 있어요. 산티아고 길을 맥주와 커피 힘으로 걸으셨군요 :-) 중간에 빠르에서의 기억도, 알베르게에 도착해서도, 물론 길을 걷는 순간에도.. 하나같이 좋았던 시간입니다. 조카십색깔크레파스 ㅎㅎㅎ 어딘지 알 것 같네요 ㅎㅎㅎ

진지한 댓글 마지막에 등장하는 조카십색깔크레파스 덕분에 얼마나 힘든 곳인지 팍 와닿네요 ㅎㅎㅎㅎ

예전부터 저의 바람 중 하나가 산티아고 가는 길, 즉 순례자의 길을 걷는 것이었는데 부럽습니다. 그 긴 길을 걸으며 생각하고 도 생각을 털어내고 하다보면 무언가 제 삶이나 저 자신에 대해 좀 더 확실히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근데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꿈만 꾸고 있네요.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라 던데 저 곳의 여행이 도서관 하나의 책을 읽어 낸 거마냥 자신을 성장 시키고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 줄 거 같네요. 몇 권의 책을 통해 순례자의 길 여행을 접했는데 이곳에서 또 한번의 앉아서 하는 여행을 하게 되네요. 좋은 여행(글) 부탁드립니다.^^

@zaedol 님 안녕하세요 :-)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

해주신 이 말이 정말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길 위를 걸으며 독서를 했나 봅니다 :-) 계속 꿈을 품고 계시는 한, 분명히 가시게 될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저는 가겠다고 마음 먹은지 10년 뒤에 순례길을 떠났으니까요. 그 길이 제 삶을 드라마틱하게 바꿔놓지는 않았지만, 가야할 방향, 삶의 방향은 알려주더군요. 언젠가 @zaedol 님의 까미노 여행기도 꼭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모두 같은 곳을 향해 걷지만, 경쟁은 없다. 되려 같은 길을 걷는다는 것만으로 서로에게 위로와 기쁨이 되어준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가야 하는 길 아니겠습니까! 저의 길을 잘 보고 갑니다.

맞습니다 개털님! 자신의 속도대로 걷되 함께 걷는 이들을 통해 기쁨과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다 처음 사는 인생을 사는 중이니까요.

오늘의 추천곡
박기영 - Camino

선곡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

저 ㅠㅠㅠㅠㅠ 눈물나요 ㅠㅠㅠㅠㅠ 심장이 울렁이고 ㅠㅠㅠㅠㅠ 내가 두고 온 내 심장 한켠이 뛰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움 ㅜㅜㅜㅜ 어떻게ㅜㅜㅜㅜㅜㅜㅜㅜㅜ 댓글을 쓸 수가.. .

해피써클님 ㅠㅠㅠㅠ 그만큼 우리에게 큰 의미를 준, 우리 역시 큰 의미를 두고 온 길이라 그렇겠지요? 잘 써내려갈 수 있을 지 모르겠어요. 쓰면서 많이 흔들리겠지만.. 기억하지 않으면 더 흔들릴 것이기에...

Camino de santiago
서른살에는 가고 싶습니다
조개껍데기 보러 ㅎㅎ

@peterpark 님 안녕하세요 :-) 저는 서른 한살에 다녀왔네요. 조개껍데기 보러 꼭 가시게 될 것 같습니다.

역시 스프링필드님은 안다녀보신곳이 없으시군요ㅠ
산티아고길까지 정복하시다니!
저도 언젠가 가보고 걷게 될 곳입니다. 걷는 이유를 찾으셨기를 바랍니다

천재님 :D 산티아고 길이 저를 정복한 것 같은데요 :-) 천재님은 꼭 가시게 될 거예요. 그냥 그런 느낌이 듭니다.

꼭 가고 말거랍니다! 그리고 저도 마주치는 사람에게 웃으면서 반갑게 '올라'를 외쳐볼 그날을 기도해봅니다ㅎㅎ

지금의 제가 꼭, 순례길에 올라야겠군요. 저는 답을 구하고 싶고, 마음의 평화를 얻고싶고, 그저 걷고만 싶거든요... 그림같습니다 모든 사진들이. 마지막 Springfield 님의 손가락 까지도...

지금의 북키퍼님이라면 순례길이 두팔 벌려 힘껏 안아줄 듯 합니다. 제 손가락까지 이쁘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그 김에 제 손가락 잡고 순례길 미리 함께 걸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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