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노을을 보며 새옹지마를 생각하다.

in #busy6 years ago

저녁노을_1.jpg

제가 사는 아파트는 동향입니다.
휴일 아침에 모처럼 늦잠을 자려 해도 해가 들이치고 한낮엔 햇빛이 많이 들어오지 않아 전등을 켜기도 합니다.
그래서 조금 불만이 있었습니다.
제가 사는 이 아파트 동은 ㄱ자 모양으로 바로 옆집은 남향이기 때문에 왠지 옆집이 부럽단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거실 큰 창이 동향이다 보니 반대쪽 창인 부엌 쪽 창은 서향이 됩니다.
그러다 보니 저녁에 뭔가를 하다가 부엌 창 쪽을 바라보면 저녁 햇빛에 흔히 말하는 '눈뽕'을 맞기도 합니다.
남쪽에서 들어오는 햇빛은 위쪽에서 들이치는 데 반해 동쪽이나 서쪽에서 들어오는 햇빛은 말 그대로 레이저광선마냥 눈으로 쏘아져 오거든요.

근데 어느 순간 집이 동향이라는 것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아침 거실에서 일출을 보기도 하고 부엌에 난 작은 창으로 황홀한 저녁놀을 볼 수도 있으니까요. 바로 오늘 포스팅의 사진같이이요.
지난 1월 1일 새해를 맞이하여 어디 산이라도 가서 일출을 보고 싶기도 했으나 둥이들을 데리고 갈 엄두도 안 나고 아내가 매일 뜨는 해를 봐서 뭐하냐고 해서 포기했었죠.
그러다 문득 떠오른 게 있어 아침에 일찍 혼자 일어나 거실에 앉아 기다려서 집에서 새해가 떠오르는 것을 봤어요.
수평선이나 산 위로 떠오르는 새해가 아니라 앞동 옥상 위로 떠 오르는 새해를 말이죠.
뭐랄까 새로운 기분이더군요.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이 있죠.
좋은 것이 나쁜 것이 될 수도 있고 나쁜 것이 좋은 것이 될 수도 있단 말인데 어쩌면 이 말에 어울리는 상황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아침에 집에서 일출을 보고 출근했다가 퇴근 후 집에서 저녁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집이라니 나름의 운치가 있군요.

살아가며 혹 도저히 바꿀 수 없는 불만스러운 일이 있을 때 이 저녁노을과 우리집을 생각하며 새옹지마의 가르침을 떠올려 봐야 겠습니다. 뭔가 너무 거창해진 거 같네요. ^^;; 다들 한 주의 시작이었던 월요일 편안하게 마무리 하시길 바랍니다.


거북토끼2.jpg

<캘리그래피를 그려주신 @dorothy.kim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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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노을을 매일 볼수만 있다면야 저는 동향으로 이사하겠습니다. ^^ 일상에서 삶의 지혜를 깨달아가는 모습이 너무 멋지십니다.

삶의 지혜라고 하니 부끄러운 면이 있습니다. 다만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해 불만만 가지지 말고 긍정적으로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노을이 좋으니 동향 또는 서향 집으로 이사하시라고 추천드리긴 뭐하네요. ^^;;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

암막커튼을 추천합니다... 하고 들어왔다가 새옹지마의 마음으로 요 며칠간의 저를 되돌아보네요. 이제 여름같은 월요일 수고많으셨어요!

암막커튼도 생각해 봤는데 어머니께서 아시는 분에게 시켰다며 블라인드를 턱하고 달아버리는 바람에 그냥 이대로 살고 있어요. ^^ 뭐 이대로도 괜찮은 듯 하기도 하고 좋네요. 저 블라인드가 닳아 떨어지면 암막커튼으로...ㄷㄷ ^^

재돌님의 또다른 시선이 삶을 더 풍족하게 하는 것 같네요.
한 주 편안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좋게 보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호돌박님도 편안한 한주 보내시길 바랍니다. ^^

굉장히 긍정적이시네요... 전 남향-북향이 좋더라구요... 너무 직사광선이 쌔니까 잠 잘때도 좀 힘들고 해서.... 그래도 저렇게 긍정적인 마인드가 너무 부럽네요..... 그래도 경치 하나는 진짜 운치가 있는거 같습니다.

가끔 저 사진 속의 뒷동이 하나만 없어도 강이 보이니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대로도 괜찮다 생각하고 살고 있어요. 뭐 불만이어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니 이 상황에서 만족을 느껴야 할 거 같단 생각도 있고요. 긍정적인 마인드라기보다 입대 할 때 본 '피할 수 없는 고통은 즐겨라' 같은 마인드랄까요. ^^;;;;

저는 노을 보는 게 낙이라 어쩔 수 없이 서향을...

아하! 서향집! 아예 서향집도 괜찮을 수 있겠어요. ^^
노을을 바라보고 있으면 몇분이라도 보고 있을 수 있을 거 같아요.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오늘도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와우~ 남들보다 가장 먼저 아침을 맞이할 수 있으시네요~
킴쑤랑 둥이는 복덩이!!!
저희 안방도 동향이라.. 아침에 대박 더워요 ^^ 그래서 저절로 일찍 일어나 거실로 나가 또 잡니다 ^^

가끔 새벽에 일어나져서 화장실 갔다가 방에 안 들어가고 거실에서 잔 적은 있는데 말이죠. 저희 집은 안방보다 거실이 햇볕이 더 강하게 들어와서 거실이 더 더워지지요.
킴쑤랑 둥이가 복덩이라는 것에 동의합니다. ^^ 복디들~~

저희 집은 동남향인데, 아침 햇살 때문에 눈부셔서 어쩔 수 없이 일어나게 됩니다. 커튼을 달까 했었는데, 그냥 두기로 결정했어요. 커튼을 달면 주말에 시체처럼 뻗어서 잘게 분명해서... 주말에 아침햇살을 받으며 일어났을 때, 처음엔 피곤해도 곧 기분이 좋아지더라구요. 일찍일어났네, 이제 뭐하면서 놀까? 이렇게요^^

저희 집이랑 비슷하네요. 블라인드를 달아놓았지만 햇빛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아침이 온 것을 알게 되죠. 처음엔 암막커튼이라도 달까 했는데 ^^;;; 지금은 나름 이것에 적응해서 밝은 아침에 불만이 생기진 않아요. 다만 아이들이 더 민감한지 일찍 일어나서 덤벼드는 것이 문제랄까요? ^^;;; 일어나자 마자 뭐하고 놀까 라고 생각할 수 있음에 한 수 배워갑니다. ^^

이런 멋진 풍경이라면 설거지 할 맛 날것 같은데요.

설거지 하다 말고 손에 거품을 씻어내고 카메라를 들게 되죠. ^^;;;
사족인데요, 맨 손으로 설거지를 하는 걸 즐기는데 그릇을 씻고 물로 행궈내고 느끼는 뽀드득 하는 감촉이 너무 좋아요. ^^;;;

저도 맨손으로 하는걸 좋아합니다.

ㅎㅎㅎ 거짓말 거짓말~ㅋㅋ
매일 설거지를 전담하면 풍경도 싫어지지 않을까요?ㅋㅋㅋ

ㅎㅎ. 설거지할때 수도꼭지나 그릇만 보는건 별로예요.
그래도 볼거리라도 있으면 조금은 나을 것 같아요.
근데 전담은..ㅋㅋ

마음이 그렇게 부자이신데 쪽방인들 불행하시겠습니까! 요즘 이웃이 건물 새로짓는라 무지 시끄러워서 하루종일 카페에 나와 생활하는데 덕분에 더운날씨에 저도 시원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

건축 소음에 이웃과 싸울만도 한데 긍정적으로 생각하시다니^^ 하루 종일 카페에서 생활하는 것이 부럽다면 이상할까요? ^^ 시원하고 쾌적하여 좋을 거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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