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팀#5] “퇴사하겠습니다”를 읽고 아내를 생각해보다

in #busy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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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책 읽는 것에 재미가 들어서 @promisteem을 통해 규칙적으로 독서를 함과 동시에 짧게나마 서평을 남기고 있다. 사실 나에게 있어 일주일 안에 책 한권을 읽고 서평까지 남긴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최근 이직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계획을 하고, 필요한 어학성적과 시험 준비까지 하다 보니 프로미스팀 참여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 특별히 무엇을 한 것 같지는 않은데 손살 같이 지나가는 시간이 야속하기만 하다. 이렇게 말은 하면서도 놀거 다 노는 내가 싫다 ㅋㅋㅋ 여하튼 이렇게 밑밥을 깔아 놓고 다음 주 서평 참여(연속 4주 달성!!)를 마지막으로 북스팀은 당분간 쉬어야 할 것 같다. @innovit@hwook님 이해해 주실거죠? ^^;

이번 주에 읽은 책은 이나가키 에미코의 퇴사하겠습니다
노조사무실에 전에 읽은 책을 반납하면서 눈에 띄는 아이로 집어 들었는데 대출 목록에 책 제목을 쓰면서 왠지 모르게 가슴이 뜨끔했다. 왠지 ‘나 퇴사할겁니다.’라고 광고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대여한 리스트를 보고 누가 물어보지도 않을뿐더러 혹시나 물어본다고 해도 ‘왜요? 제가 없다고 생각하니 막막해지나요?ㅎㅎㅎ’ 라고 위트 있게 대답하거나 혹은 ‘책 제목일 뿐이고 읽으라고 비치해 놓은 책인데 왜 그래요? XXX차장님은 아무 책이라도 좀 읽어야 하지 않나요?’ 라고 핀잔을 줄 수도 있는 문제인데 말이다. 여하튼 내 마음이 이미 이직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그런지 퇴사하겠습니다는 이런저런 사소한 이야기에도 동감을 하며 책을 읽어나갔다.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그런 것들을 잊어버리게 됩니다. 매달 월급이 입금되는 데에 익숙해지다 보면 어느덧, 저도 모르게, 일단 돈을 벌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다고 믿어버리게 됩니다. 그리고 월급을 많이 받는 사람이 더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해버리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나도 한때는 “월급을 많이 받는 사람이 더 훌륭한 사람” 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더 어리석었던 건 비교 대상이 아내였다. 상대적으로 적은 월급을 받고 있던 아내에게 “아이가 생겼으니 일을 그만 뒀으면 좋겠다.”고 강요하여 일을 그만두게 만들었고, 지금까지 아내가 경단여(경력 단절 여성)라는 자괴감을 가지게 만들었다. 지역에 상관없이 노트북과 인터넷만 되면 일을 할 수 있고 3~4개 업체에서 꾸준하게 프리랜서 일을 요청하는 능력자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차라리 아이를 조금 늦게 가졌거나, 아내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누었거나, 아니면 최소한 내가 월급을 더 많이 받는 사람이 더 훌륭한 사람이라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가지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은…
이직을 준비하는데 가장 큰 응원과 위안을 주는 사람은 역시나 아내다. 급여가 대폭 줄어도 상관없으니 내가 더 의욕을 가지고 스트레스를 덜 받고 즐겁게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애초부터 월급의 많고 적음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이다. 나는, 그저 부끄러울 뿐이다.

“일”=“회사”는 아닐 것이다.
“회사”=“인생”은 아닐 것이다.

직장생활을 고작 8년밖에 하지 않고 이런 말을 하면 우습겠지만, 회사 = 인생 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았다. 회사에 소속되어 있음으로써 한 인간으로 가치를 가지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으며 가족들을 부양할 수 있다고 믿었다. 회사에서의 성공이 인생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믿었기에 제일 먼저 출근하고 제일 늦게 퇴근하는 성실한 사람,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 희생정신이 강한 사람, 다른 사람들이 다들 기피할 때 기꺼이 회사를 위해 해외로 지원하는 열정적인 사람이라는 수식어를 만들어 나갔다.
하지만… 나에게 회사는 특별했지만 회사는 나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과중한 업무량과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망가질 때나 가정에 소홀하여 흔들릴 때도 회사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저 약발이 다해 떨어져 나가면 교체해 버리는 소모품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회의감이 들때마다 마음을 다 잡았지만 결정적으로 해외에 나가 있을 때 더 이상 회사는 인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외 근무자들에게 가족들이 거주할 수 있는 거주지를 지원하는 규정이 있다. 그런데 회사는 교모하게 사유를 붙여 지원이 불가능하게끔 만들어 놓았다. 예외 규정이 있어 시도해 볼만은 했지만 다른 분들과의 형평성 문제나 마찰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사비를 털어서 가족들과 함께 지내려고 했었다. 당시 아부다비의 물가는 상당히 높아 1년 임대료가 약 3,600만원 정도였는데 해외 수당과 저축을 포기하더라도 가족과 같이 나가고자 하였으나 몇몇 윗분들이 ”해외현장에 가족을 데리고 나가면 업무에 집중할 수 없으니 데리고 가지 말라” 라는 터무니 없는 발언을 하였고 그 밑으로 줄줄이 가족들을 데리고 가지 말라며 압박을 했다. 가족과 함께 할 수도 없게 만드는 회사를 보면서 처음으로 회사 더 이상 인생이 아니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회사의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족들을 데리고 나왔고 같이 계시던 분들께 양해를 구해 기숙소에, 때로는 호텔에, 지인의 집에 얹혀 지냈다. 아이를 돌보면서 외국에 나와서도 내색 한번 하지 않고 밝은 모습을 생활하고 프리렌서로 일까지 계속 하는 아내를 보며 참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었고 아내(가족)=인생 이라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그때 이후로 아내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경 쓰고, 이야기를 나누고, 아내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어쩌면 이렇게 의식의 전환을 하게 해준 회사에게 고맙다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회사로부터 무한한 은혜를 입었지만, 그 빚은 나름대로 다 갚지 않았는가.
이제 겨우 빚을 다 갚았는데, 필요하지도 않은 빚을 또 지기 시작해야 한다는 느낌.

앞서 언급한데로 고작 8년밖에 안된 대리 나부랭이지만, 호기롭게도 그 빚은 나름대로 다 갚았다고 생각한다. 현재 그룹에서 사용하고 있는 슬로건(비록 상사에게 성과는 다 넘어갔지만…)과 아이디어를 제안했고, 전 현장에 인터넷전화기를 보급하여 원가 절감을 하는 초석을 다졌으며(역시 상사의 성과로…) 현장 근무자들의 90년대 작업복을 2017년에 와서야 바꿀 수 있는 기틀을 만들었다(이것도 상사의 성과 ㅋㅋ). 해외현장에 가서는 우리 회사 최초로 이득을 남긴 현장으로 만들어 많은 윗분들이 회장님으로부터의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였으니 충분하지 않았을까?
두어 달쯤 전에 RFID 기술을 이용한 자재관리로 업무능률 향상 및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하여 회사에 대한 빚을 하나 더 갚고 싶었으나 우리팀 내부적으로 까였다. 아마 성과가 즉각적으로 나오는 것이었다면 상사의 성과로 귀결되어 나는 그저 손가락만 빨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 차라리 잘 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잊고 지내려는데 아내는 나지막하게 이야기를 한다. 제안서를 좀 더 보완하고 다듬어서 신사업부에 넘겨 주라고… 휴… 아마도 이직을 성공하는 일보다 제안서를 다시 제출하는게 더 빠르지 않을까 싶다^^;;

내일 일은 알 수 없습니다. 다시 만날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인생은 순간순간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지는 법입니다. 좋은 사람을 돕고 도움을 받으며 이어지는 순간이 있다면, 더 이상 무엇을 바랄까요.

회사생활을 하면서 유쾌하지 않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인생의 멘토로 삼고 싶은 분을 몇 사람이나 만났고, 많은 분들로부터 도움도 받았으며 지금 이렇게 내 집에서 편하게 키보드를 두드리며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경제력까지 얻었으니 딱히 더 바랄게 없기는 하다.
앞으로도 어디를 가던지 조금씩 서로서로 나누면서 좋은 관계, 좋은 인연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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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개보험 이라니!!! 어딜가나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놈들이 있구나 ㅠㅠ

북스팀#1."딱히 꿈이 있는건 아니고"_@kyunga님의 책을 읽고 많이 생각하고 반성하는 시간
북스팀#2."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를 읽고 곰곰이 스팀잇을 생각해보다
북스팀#3."개인주의자 선언"을 읽고 회사생활을 돌아보다
북스팀#4.”역사의역사”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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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tt925@promisteem과의 독서 약속 챌린지 완료입니다! 3/3 보팅&리스팀하고 갑니다 :) 연속으로 챌린지 지켜주시는 모습 멋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거운 한주 보내요^^

잘 읽었습니다. 보팅 때리고 싶었는데 시간이꽤 됐네요 ㅠ

오래된 포스팅인데 들려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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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역시 나를 특별하게 생각해 주어야지요.
파치아모님은 완전 능력자시네요. 열정의 회사 생활이 눈에 그려집니다.
스팀시티에서 수줍게 웃으시면서 원목도마를 평소에 갖고 싶었던거라고 말씀하시던 아내분이 생각나네요. 거기에 환하게 웃으시던 파치아모님도 떠오르고요^^

회사에서는 이제 아싸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ㅠㅠ

스팀씨티에 무작정 가족들을 데리고 갔는데 따뜻한 환대와 좋은 제품을 판매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원목도마는 아내님이 너무 아까워서 잘 못쓰겠다고...ㅋㅋㅋ 보는것만으로도 그렇게 좋은가 봅니다^^

제가 오늘 약간 음주를 하고 와서
긴 포스팅 은 못 읽었어요
내일 다시 와서 읽고 답글 달겠습니다!
기분 안 상하셨으면 해서요~~~
저쪽 경매는 또 후끈 오르면 기분 좋지 않을까해서
실례를 무릎쓰고 마구 얘기하네요~~~~

근데 제가 어차피 낙찰되는거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랬음 해요 ~~~ 반가워요 가끔 오겠습니다^^

ㅎㅎㅎㅎㅎ 정말 마음에 드셨나보내요~^^
저는 이제 한계입니다 괜찮아요~
좋은 시간 보내시고 즐거운 한주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와~~~ 4주 연속 서평!!! 훌륭합니다~^^
서평 잘 읽었어요.
아내입장을 생각하는 마음도 느껴지고,
회사생활하시면서 유능함을 뿜뿜 발휘하는 모습이 멋집니다.
상사의 성과가 된다는 건 좀 아쉽지만요~^^

서평은 쓰고 있지만 질이 너무 낮죠
@nabinabi님처럼 잘쓰고 싶네요 ^^;
비오는 월요일이네요~ 시원하고 상쾌하게 한주 시작하세요^^

읽으면서 공감되는 부분이 참 많았답니다~
제주로 오면서 직장을 그만두기 전까진
참 힘들고 어려웠던 때가 많았던거 같아요~
전부가 아니지만 전부였던 말이죠..

전부가 아니었지만 전부였던 ㅠㅠ
많이 허전하고 그리울것 같아요...
그래도 뭐 전부는 아니니까 더 좋은 인연과 추억이 기다리고 있겠죠~^^

회사가 혹시 알까용? 유능한 인재가 계시다는걸
ㅎㅎㅎ 글도 잘쓰셔서 서평도 하시구 운동도하시구~
바쁘시네요 ~^^

회사에서는 반동분자에요 ㅋㅋㅋㅋ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들인데 이렇게 글로 쓰거나 입 밖에 내기가 어려운 문제들이죠 ㅠ.ㅠ
파치아노님의 언어로 넘나 잘 써주셔서 쉽게 읽었네요-
서평 멋있으세요 +_+

징징거리는 서평에 좋은 말씀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농님~^^
다음에는 조금 더 도움이 되는 서평을 남겨야 겠어요 ㅎㅎ

이오스 계정이 없다면 마나마인에서 만든 계정생성툴을 사용해보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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