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배움-응급실에 다녀오다.

in #busy6 years ago (edited)

도담랄라.jpg

안녕하세요 디디엘엘입니다.
오늘은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정신을 차려보니 저녁이군요.

그리고 제가 사는 곳에는 가을을 재촉하는 늦여름의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답니다.

여느 때와 같은 아침이었어요.
남편은 출근하고, 둥이와 저는 늘 하던 걸 하고 있었죠.
그 때 어디선가 풍겨오는 익숙한 스멜~

둥이 1호 도담이의 응가를 치워주려고 욕실로 들어갔습니다.
샤워기로 물을 틀어 1차로 닦아내고 비누를 집으려고 돌아선 순간,
뒤에서 들리는 날카로운 울음 소리.

ㅠㅠㅠㅠㅠ

얼른 뒤를 돌아 보니 도담이의 턱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ㅠㅠㅠㅠㅠ
너무 놀라 깨끗한 수건으로 피를 닦아내고 보니 벌어져 있는 상처.
순간 '이건 꿰매야 겠구나' 란 생각이 스쳤습니다.

남편에게 전화해 사고를 알리고 병원갈 채비를 합니다.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할까...고민합니다.

저희 동네에는 소아과가 없습니다. 가장 가까운 소아과는 차로 15분 정도 거리에 있어요.
일반 소아과를 갈 것인가, 성형외과에 갈 것인가, 응급실로 갈 것인가.
고민하는 사이 달려온 남편이 '응급실'을 택합니다.

10시.

병원에 도착합니다.
이 곳 병원 소아과와 소아응급실, 응급실 접수처는 이미 익숙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게 좋은 것인데...

응급실에서 접수를 하니 '외상구역'으로 배정해줍니다.
매번 소아응급실로만 갔었는데, 갑자기 '외상구역'이라고 하니 조금 무섭습니다.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누군가 보기엔 고작 조금 찢어진 상처겠지만, 제 맘은 타들어갑니다.
임시로 붙여 놓은 밴드가 핏물로 젖어 가는데...점점 그 범위가 커지는데...의사는 언제 오나요.

환자 현황을 알려주는 전광판을 봅니다.

김선o (78세)
이주o (83세)
김현o (58세)
도담이 (2세)
.........

도담이의 이름이 많은 응급 환자들 틈에 끼어 있습니다.

모든 진료 구역의 환자 수를 더해봅니다. 186명.
이렇게나 아픈 사람이 많다니...

그 중 소아응급실 3명에 눈길이 머뭅니다.

소아응급실은 저희 둥이들이 꽤 자주 이용하던 곳인데다 흘끗 보니,
태어난지 한 달이나 됐을까 싶은 아기가 아빠 품에 안겨 축 쳐져 있습니다.

응급실은 보호자 1인만 함께 들어갈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어 다른 보호자는 밖에서 대기해야 합니다.
아기의 엄마도 저처럼 응급실 문 밖에 서서 하염없이 기다립니다.
누군가 수시로 드나들어 주었음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잠시 열리는 문 너머로 안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으니까요.

남편은 응급실에 가면 주로 저를 밖에서 대기하게 합니다.
채혈을 하거나, 엑스레이를 찍거나 정맥을 잡기 위해 바늘을 찌르거나..하는 걸 보면
제가 너무 힘들어 할까봐요.

아까 병원에 오기 전, 남편을 기다리면서도 도담이를 안고 펑펑 울고 있었거든요.


11시.

남편이 업무때문에 통화하느라 잠시 교대하고 있던 사이.. 의사를 만났습니다.

어쩌다 넘어졌는지, 어디에서 넘어졌는지, 그간 예방접종은 잘 해왔는지를 묻습니다.

도담이의 턱뼈를 요리조리 만지며 '여기 아파?'하고 묻습니다.
도담이가 '네'라고 대답합니다.

제가 다시 도담아 안 아파요? 묻습니다. '네'라고 답합니다.
'아직 의사소통이 정확치 않아요'라고 말했습니다.

뼈에 이상이 있을 수도 있으니 엑스레이를 찍어보는 게 좋겠다고 합니다.
응급실에서 담당의에게 봉합을 할지, 성형외과 선생님에게 봉합할 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합니다.
성형외과 선생님께 치료받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기다립니다.


제가 있겠다고 했으나 남편이 안 된다며 도담이를 받아 안고 등을 떠밉니다.
응급실 문 앞에서 하염없이 서 있습니다.

12시40분.

남편에게 전화가 옵니다.
성형외과 선생님께 꿰매려면 앞으로 5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그냥 담당의에게 치료받기로 합니다.

수면 마취를 합니다.
봉합을 합니다.
잠을 깨웁니다.

3시 30분.

집으로 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습니다.

도담이를 안고 엘리베이터를 타러 가는 길, 아까 그 아기의 엄마는 아직도 문 밖에 서 있습니다.
제발 아가야,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렴.


친정에 들러 랄라를 데려옵니다.
할머니랑 종일 재미있게 잘 놀았다고 합니다.
밥도 잘 먹고, 잘 놀고, 은행에도 다녀오고, 미용실에도 다녀왔다고 합니다.

동네 할아버지에게 용돈 만 원도 받았다고 하네요.
기특합니다.


오늘 둥이들도 피곤했는지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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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이 약도 잘 먹었어요.

일주일 뒤 동네 소아과에 가서 실밥을 뽑으면 된다고 합니다.
흉터는...안 생기면 좋지만 생길 확률이 많다고 해요.
속상하고 미안해서 어쩔 줄 모르는 마음이다가
그래도 이 만하길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복잡한 마음입니다.


도담이를 차에 태워 응급실로 달려가며 '내 턱을 대신 꿰매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내가 다신 아팠으면 좋겠다'던 부모님의 심정이 비로소 이해가 됩니다.

오늘은 너무 피곤한데, 몸 뿐 아니라 마음도 피곤했던 하루라 이대로 자면 악몽을 꿀 것 같은 기분에
행복해지는 책을 한 권 읽고 자려고 합니다.


배움1_ 행복의 첫번째 비밀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배움2_ 행복은 때때로 뜻밖에 찾아온다.

배움3_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이 오직 미래에만 있다고 생각한다.

배움4_ 많은 사람들은 더 큰 부자가 되고 더 중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배움5_ 행복은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산속을 걷는 것이다.

배움 6_ 행복을 목표로 여기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배움7_ 행복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다.

배움8_ 불행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이다.

배움9 _ 행복은 자기 가족에게 아무것도 부족한 것이 없음을 아는 것이다.

배움10 _ 행복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배움11_ 행복은 집과 채소밭을 갖는 것이다.

배움12_ 좋지 않은 사람에 의해 통치되는 나라에서는 행복한 삶을 살기가 더욱 어렵다.

배움13_ 행복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쓸모가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배움14_ 행복이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받는 것이다.

주목할 점_ 우리는 웃고 있는 아이에게 더 친절하다.

<꾸뻬 씨의 행복 여행 중에서..>

행복하기 위해 채소밭을 가져야 겠습니다.
그 채소밭에서 소소한 기쁨을 키워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뒷이야기_

도담이는 6바늘을 꿰맸습니다.
수면 마취를 위해 정맥을 찾아 바늘을 찌를 때에도,
엑스레이를 찍을 때에도, 단 한 번도 울지 않고 치료를 마쳤어요.
응급실 선생님들이 정말 대단하다며 칭찬할 땐 웃음을 보이기까지 했다네요.

앗 응급실 출입증을 깜박하고 반납하지 못 했어요ㅜ
지난번에도 그래서 다음 병원갈 때 챙겼었는데
이번에도 그래야 겠습니다
(또 갈 일이 없어야 하겠지만 심장시술이 기다리고 있답니다ㅠ)

씩씩한 도담이의 엄마답게 저도 좀더 씩씩해지려 합니다!

2018년 9월3일 -오늘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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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이엄마 많이 힘들었다.
아이들은 엄마를 놀래키면서 크는 거야
다행이다.
빨리 낳기를 기도 할께.

감사합니다 도도임님..
오늘 정말 하루가 너무 금방 지나버렸어요.
병원에서는 왜 이리 시간이 길지?
의사 선생님은 언제 만날 수 있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집에 오니 날이 저물었더라고요.
앞으로 놀랄 일이 더 많을텐데...제가 더 마음을 굳게 먹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얼마나 놀라셨을까요. ㅠㅠ 도담아 아프지마... 남의 일이 아니예요. 도담랄라. 콩둥이들. 우리 다 행복하자.

감사해요 카비님...
콩둥이들도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만 자라자!!
다른 거 다 필요없고 무조건 건강한 게 최고라는 생각입니다!!

아이구 엄청 놀라셨겠네요
일주일뒤에 상처가없어야될텐데
걱정이시겠네요
씩씩한 엄마를 두어서 도담이두 씩씩한가봐용
힘내세요~!!

ㅎㅎㅎ 작년에 저 혼자 입원했는데 식구들은 아침출근할때 잠깐오고오지도 않더라구요 ㅋㅋㅋ
저희집이 쿨해요 스벅에서 차 한잔사주고 가시던데용?
웃으시라고 얘기한번해봤어용 ㅎㅎ

뽀돌님...ㅎㅎ 저 뽀돌님 댓글 읽고 정말 미소지었어요 ㅎㅎ
감사해요!
쿨한 가족 분들이십니다.^^;;
저도 처음에는 정말 놀라서 계속 자책하고, 또 자책하고 우울했는데...
눈마주치며 환하게 웃는 아이 앞에서 그러고 있는 건 엄마로서 안 될 것 같아
기운을 차리기로 했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헉ㅜㅜ얼마나놀라셨을지요 ㅜㅜ와중에잘치료받은도담이가대견스럽고이쁘네요

혀니님...ㅠㅠ
진짜 순간 제 턱을 찢어버리고 싶었어요..ㅠㅠㅠ
더 심하지 않아 다행이다 생각하다가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니? 마음 편하자고?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랬어요..ㅠㅠ
도담이가 저보다 더 씩씩한 것 같아요.
본받아야 겠어요.

아이들은 건강하게만 자라주어도 더 바랄게 없네요ㅠㅠ 걱정 많이 했을 엄마를 위해 씩씩하게 치료를 잘 받은 도담이가 대견합니다 토닥토닥
도담랄라님 책 읽고 기분 좋은 마음으로 잠자리에 드시길 바래요~

윤이랑 율이는 아픈 데 없이 잘 지내고 있지요?
응급실 밖에서 계속 귀기울이고 있는데 울음소리가 하나도 안 들려서
아직도 안 하나? 아직도인가?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남편에게 들으니 하나도 울지 않고 치료를 잘 받았다고 해요.
얼마나 대견하고 고맙고 미안한지 모르겠어요..
감사합니다

윤이는 목감기때문에 좀 힘들었는데 이제는 많이 나아졌어요
밥도 잘먹고 빨리 건강해지기로 약속도 했어요
우리 도담이도 씩씩하게 치료 잘받았으니 잘먹고 튼튼해질거에요
엄마가 옆에서 너무 걱정하면 아이도 불안해하니까 도담랄라 앞에서는 씩씩한 디디엘엘님이 되기로!!!

요즘 아침 저녁 찬바람 불어서 그런가봐요.
목감기 걸리면 침 삼키기도 너무 아픈데..ㅠㅠ
윤이 진짜 힘들었겠어요.
그래도 제가 만나 본 윤이는 정말 씩씩하고 예쁜 아이였으니
이번에도 그렇게 잘 이겨낼 거예요.
마지막 남은 감기까지 싹! 털어내길 바라요^_^

아 저도 얼마전 딸이랑 놀다가 눈꺼풀쪽이 찍혀서 6바늘인가 꿰맸어요. 최대한 흉터가 생기지 않기위해서 조금일찍 실밥을 풀었고, 실이들어있는 테이프(?) 같은걸로 두달정도 붙였던것 같아요. 지금은 보면 약간의 흉터가 남긴했지만 생각보다 심하진 않구요.저희는 이후에 성형외과에서 흉터치료도 몇회더 한듯해요. 어릴때는 피부가 건강해서 관리만 잘해주면 거의 흔적이 없어질수 있데요.(부모는 볼때마다 미안하긴 하지만...)
아이가 다쳤을때 특히 보이는곳을 다치면 내가 다치고 싶다는 그말 깊이 공감합니다. 속상하고 후회되는 맘터털어내시길.... 모든 부모들이 잘하려하지만 사고는 어쩔수 없으니까요. 이제 더 조심하는거죠...
도담이의 회복을 간절히 바래봅니다.
그리고 띨띨님도...ㅋㅋ(웃으시라고)

이 상황에 띨띨이라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들 한번씩은 겪는것인가.... 아 ....

ㅠㅠ 다시 한 번 상기시키지 말아주세요 카비님...
의연히 아무렇지 않게 넘기려고 언급하지 않았건만...휴;;

갑자기 막연한 두려움이 밀려엄니. ㅠㅠ
걱정하지 말아야지. 이제 아무도 다치지 않을거라구요. 시마이. 시마이. 골드님도 시마이. 괜찮아 괜찮아 안심 안심 다이조부데스. ^^

ㅎㅎ 띨띨을 말한 것인데..알고 쓰신 거죠?
시마이 시마이~!! ㅎㅎ

띨띨이였구나 ㅋㅋㅋ 이미 받아들인거 아님? 파치아오님 때매 다알게된 듯. 띨띨이 귀여운데 ㅋㅋㅋㅋ

저는 띨띨이고 왜 파치아모는 제대로 부르는 지 이해하기 힘들 군요 카비님? 파치아모라는 닉넴은 차버린 게 언제인가... 땡챠모가 된 지 오래인데요..쳇

띨띨이와 땡챠모 카비방송 출연 예감 ㅋ

오홋 땡챠모, 띨띨이 둘다 뭔가 매력적임!

휴;;; 이 글도 결국 댓글 잔치가 되고 말았군요..ㅎㅎ
골드님! dildil로 부계정 하나 만들어줘요~~~!!
띨띨은 너무해 딜딜로 할래요;;;

아...세상에...ㅠㅠ
눈꺼풀이면 진짜 심장이 쿵 내려앉으셨겠어요..ㅠㅠ
아이도 얼마나 놀라고 아팠을까요.
실밥을 조금 일찍 풀면 흉터가 덜 생기나요?
소아과에 가서 상담을 받아보면 알려주나요?
오늘 응급실에서는 일주일 뒤에 풀면 된다고만 하고 그런 이야기는 못 들었거든요.
부모가 되어야 부모의 심정을 안다더니...
이런 마음이었겠구나, 내 엄마 아빠도..하며 맘 속으로 울었어요.
감사합니다 골드님.

소아과말고 성형외과에 상담을 받는게 맞을것 같아요. 저희도 응급실에서 봉합해서 6일후에 아무병원에서 풀어도 된다고 했어요. 중간중간 드레싱도 하구요. 근데 얼굴이라 걱정되서 하루 일찍 성형외과 진료를 받았어요.

감사해요.
성형외과 알아볼게요!!
내일 소독할 일이 벌써 걱정...ㅠㅠ
너무 무섭지만 엄마니까 화이팅!

도담이 장하네요. 꾹 참을줄 알고! 쾌유를 빕니다!

감사합니다. 빨리 일주일이 지나갔으면 좋겠어요!!

아이고 우리 도담이가 상처를 입었군요. 어린 아이는 살이 금방 돋아나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네..테일님...ㅠㅠㅠ
오늘 진짜 너무너무 힘든 하루였답니다.
계속 기다리고, 아이는 지치고, 마음은 너무 아프고...
걱정되고, 무섭고...두렵고...
그래도 치료를 잘 마친 도담이가 정말 대견하고, 고마워요
아이의 회복력을 믿고, 저도 좀더 잘 아물 수 있도록 도와줘야 겠어요.
감사합니다!!

아고...용감하네요!! 아이들이 다쳤을때가 너무 힘들어염 ㅠㅠ 고생하셨어염!!

맞아요. 뉴비존님..
아이들이 다치면 진짜 심장이 찌르르하고 쿵 내려앉고 너무 힘들어요ㅠㅠ
위로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힘이 났어요!

구래두 안울고 잘했다는게 너무 대견하지염+_+

불행 중 다행입니다.도담이가 씩씩하네요^^

정말...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트윈파파님.
씩씩한 도담이에게 부끄럽지 않게 저도 씩씩한 엄마가 되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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