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12. 건방진 장루이와 68일 | 황선미 창작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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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작가 황선미의 신작 동화입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 결말에서 너무 큰 충격을 받아서 좋아하기 싫은 작가지만 제목에 끌려 읽게 됐습니다.

이름이 '루이'? 게다가 건방지다? 제목만으로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은, 장루이가 매우 건방져서 친구들과 다툼이 심했지만 결국 친해진다. 뭐 그런 거겠지, 생각하고 읽었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내용은 예상을 빗나간...

장루이는 외쿡에서 살다 왔습니다. 문화가 다른 나라에서 살다 와선지 건방져 보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외쿡에서 살다 왔다지만 친구를 만들지 않습니다. 늘 혼자입니다.

동화 속 '나'는 그런 장루이가 밉습니다. 개학 첫날부터 장루이와 일이 꼬였고 사사건건 눈엣가시입니다. 그런 장루이를 골려줄 방법을 궁리하던 중 드디어 기회를 잡았습니다.

어라, 그런데 이게 웬일! 일이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에구머니나.

이 동화의 배경처럼 초등학교 때는 아니지만, 저 중학교 1학년 때, 반에 다운증후군인 아이가 한 명 있었습니다. 저는 워낙 조용한 성격인데다가 존재감이 없는 아이라서 그 친구도 저에게 관심이 없었을 겁니다.

학년이 시작되고 한 달인가... 됐을 무렵이었습니다. 담임이 '손가락'이라는 주제로 글쓰기를 시켰습니다. 아,,, 뭐... 쓸 것도 없고... 뭘 썼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그날 부반장이 쓴 글이 기억납니다. 부반장은 '우리 반에 ㅇㅇ이는 새끼손가락이다. 보잘것없지만 우리 반 친구이니 잘 보살펴주고 친하게 진해야 한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반성했습니다. 그래서 그 아이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같이 점심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우린 친해졌습니다. 대화를 해보니 전혀 다운증후군 같지 않았습니다. 말이 어눌할 뿐 생각하는 건 저와 별로 차이 나지도 않았습니다. 우린 서로의 집에 놀러 갈 정도로 친해졌습니다.

어느 날 담임은 저를 불러 칭찬해줬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반 아이들이 저를 왕따 하기 시작했습니다. 따돌림을 넘어 괴롭힘으로 발전했고 저는 학교 가기 싫을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다운증후군인 친구와 함께 왕따를 감당하며 1학년을 마쳤습니다. 저마저 그 친구를 떠날 수는 없었거든요.

동화 속의 '나'는 괴롭히는 입장입니다. 그렇다고 왕따시키는 정도까진 아니지만, 반 친구들과 함께 텃새를 부립니다. 하지만 심성은 착한 '나'와 장루이의 오해가 풀리며 둘은 친구가 됩니다.

아,,, 나중에라도 저를 괴롭혔던 반 친구들을 만나면 왜 그랬냐고 묻고 싶습니다. 내가 잘못한 게 있는지, 아님 내가 미웠는지. 오해가 풀렸다면 참 좋은 친구가 됐을 테지만, 30년이 다 되도록 제 기억 속엔 나쁜 사람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젠 나를 괴롭힌 친구들을 용서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나중에 만나서 '그땐 미안했다'라고 하면 '이미 용서했는걸'이라고 말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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