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6.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 릴라를 잃어버린 레누

in booksteem •  2 years ago  (edited)

너를 갈망하고 강요했다
애증이 깊어진 만큼씩 마음이 달아났다
그렇게 너와 난
사랑하고 질투했다
삶으로 글로

.

소설이란 무엇일까요? 지어낸 이야기, 상상의 산물, 사실적인 허구. 저는 소설을 이렇게 정의 내리고 싶습니다.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이야기. 이 이야기 속엔 반드시 작가의 철학이 들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저는 자전적 소설을 무척이나 싫어합니다.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소설을 읽고 생각을 다시 했습니다. '자신이 경험한 일, 자신이 보고 들은 일에 상상력을 더한 게 소설'이라고요. 이 나폴리 4부작은 자전적 소설이라는 언급이 없습니다. 그런데 읽고 있으면 이 책은 100퍼 자전적 소설로 읽힙니다. 그래서 읽는 내내 자전적 소설이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책의 마지막,,, 아~~~ 작가가 이 말을 하고 싶었구나,,, 싶었습니다. '나는 소설가야. 나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소설가야. 난 사실을 이야기로 쓴 게 아니라 사실에 상상력을 더해서 소설을 쓴 거야.'라고 릴라에게 말하고 싶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엘레나 페란테는 얼굴 없는 작가로 유명한데요, 그 이유는 이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1권 읽을 때부터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요) 이야기를 지어내는 게 아니라 경험한 일을 글로 쓰다 보니 주위 사람들에게 욕먹을까 봐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다고요. 그래서 이름도 가명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4권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혼란이 왔습니다. 내가 내 이야기로, 내 주변 사람 이야기로 소설을 쓴다고 손가락질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으로 읽혔거든요.

(소설 리뷰에는 결말을 잘 쓰지 않지만, 이번 리뷰는 결말을 언급해야 리뷰가 나올 것 같아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 마지막 권입니다. 드디어 이 막장드라마 같은 소설의 끝입니다. 마지막 페이지에서야 레누는 자신이 왜 이렇게 긴 글을 썼는지 말합니다. 어린 시절 잃어버린 인형과 레누의 소설인 <어떤 우정>의 변명일 수도 있고, 릴라에 대한 까발림일 수도 있더군요. 레누는 자신이 소설가로 성공한 게 운이 좋아서였다고 말합니다. 그녀의 소설들은 모두 경험 반 상상력 반이거든요. 그래서 릴라는 늘 레누의 소설에 악평을 했기에 그저 운이 좋았다고 말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 운이 아닌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고자 이 4권짜리 소설을 쓴 것으로 보입니다. 자신의 얘기를 절대 쓰지 말라고 말한 릴라의 경고를 무시하고 쓴 <어떤 우정> 때문에 릴라가 레누에게서 사라졌거든요. 이 <어떤 우정>은 릴라와 레누 그리고 릴라의 딸과 레누의 딸을 가지고 쓴 소설이었으니 릴라가 사라질만하죠. 그런데,,, 릴라가 사라지며 인형을 레누에게 주고 갑니다. 어린 시절 잃어버린 그 인형을... (여기서 소름...) 그동안 레누는 릴라를 잘못 알고 있던 것입니다. 어쩌면 평생을 릴라에게 조종당한 것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레누는 릴라 얘기를 쓰기로 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소설이라는 게 상상력의 산물이지만, 자신의 경험에 상상력을 더한 게 소설이라고 레누는 믿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쓴 나폴리 4부작으로 릴라에게 이렇게 말하려는 건 아닐까요? '봤지? 난 또 네 얘기로 소설을 썼어. 또 쓸 수도 있어. 얼마든지.'

릴라와 레누 그리고 니노. 이 바람둥이 니노 설정이 정말 대단합니다. 많이 배웠고 소설가로 성공한 레누도 니노에 빠져 가정을 버립니다. 그와 반대로 릴라는 안정적인 삶을 삽니다. 이혼 후 소시지 공장에서 고생하긴 했지만, 컴퓨터 쪽 사업을 시작하며 안정적인 생활을 하게 됩니다. 가정도 평화롭고 딸도 출산합니다. 하지만 레누는 니노와 재혼에 실패합니다. 니노는 애초에 레누와 재혼할 생각이 없던 것입니다. 이 바람둥이는 그저 수많은 여자와 잠자리를 하는 게 좋은 사람입니다. 심지어 나이 많은 가정부와 짓거리를 하다가 레누에게 걸립니다. 그렇게 레누와 니노는 결별합니다. 니노의 딸은 레누가 키우게 되고, 갈 곳 없는 레누는 릴라 위층에 살게 됩니다. 이렇게 릴라와 레누는 윗집 아랫집에 살며 매우 가까워집니다. 친자매같이 가까워진 이 둘에게 행복한 날만 이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릴라는 컴퓨터 사업이 대박 나서 풍요롭게 살고, 레누는 쓴 소설마다 대박 나서 세 딸을 여유롭게 키우며 살았다면 참 좋았을 텐데. 그런데 이렇게 끝나면 소설이 아니죠. 릴라의 딸이 사라지고 맙니다. 납치. 그렇게 가정은 풍비박산이 나고 맙니다. 레누는 혼자서 세 딸을 키우며 평생 소설가로 살아갑니다. 릴라의 아들과 레누의 딸이 야반도주하고, 마을의 불한당 솔라라 형제가 살해당합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노년이 됩니다.

(책을 다 읽고 일주일 만에 리뷰 쓰는 것이니) 책을 읽고는 한 주 동안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소설가로 살고 싶은 제게 이 책은 큰 의미를 내게 던져줬습니다. 첫 소설은 공모전마다 예선 탈락했고, 종이책으로 내는 일도 실패하고는 전자책으로 냈습니다. 두 번째 소설은 써놓고 2년 넘도록 퇴고도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뭐 2년 동안 소설을 못 썼습니다. 쓸 시간도 없고, 매일 10시 11시 퇴근해서 집에 가면 씻고 자기 바쁘며, 휴일엔 애들과 시간을 보내야 하니... 뭐... 그렇게 2년을 살았습니다. 그런 제게 엘레나 페란테가 질문을 던졌습니다. 소설 쓰기를 겁내하지 말고 너무 어려워하지 말라고요. 자신의 경험에 상상력을 더하면 된다고요. 그래서 내 경험들 중에 소설로 쓸만한 게 뭐가 있을까 한 주 내내 고민해봤습니다. 없더군요. 하하하. 그러던 중 어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별한 사건만 소설로 쓰라는 법 있어? 사소한 일로 쓰면 되지 뭐. 거기에 상상력을 더하는 거야. 그래, 맞아.' 하~~~ 저는 소설가로 살고 싶습니다. 개발자가 아닌 소설가로. 그래서 요즘 너무 우울하네요.

잃어버린아이이야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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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하셨던 얘기가 이 내용이였군요^^
굳이 갈등하실 필요 있나요~ 지금 얘기하셨잖아요. 소설가로 살아가고픈 개발자 이야기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앗,,, 기억하시는군요. ^^

그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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