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壬寅農記] 배추 수확

in #blog2 years ago (edited)

오늘 배추를 수확함으로써 나의 임인(壬寅)년 농사는 끝마쳤다. 다음 주에 수확하려고 했으나 화요일부터 비가오면서 영하 5도이하로 바로 떨어진다는 일기 예보때문에 그냥 수확하기로 결정했다. 영하로 떨어지더라도 비닐을 덮어씌워두면 되지만 영상으로 올라가버리면 다시 비닐을 걷어 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집앞 마당에 텃밭이 있다면 겨울내내 살펴보면서 간간히 한포기씩 따다가 배추국도 끓이고 배추전도 부쳐먹으면 딱 좋겠지만 1킬로 이상 떨어진 텃밭까지 왔다갔다할 정도의 열정과 부지런함이 내게는 한참 모자라다. 처음 농사 배울 때 1년정도 서울시 갈현동 텃밭 관리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간간히 눈덮인 텃밭에 숨겨진 배추 한포기씩 따다가 막걸리 안주로 전을 부쳐먹거나 삼겹살 구워먹을 때 속이찬 배추 한조각씩 쌈장에 쩍어먹는 게 개꿀맛이었다.


이웃 밭의 양파는 어디서 구했는지 볍씨 이불로 충분히 덮여져 있다. 얘네들은 주인을 참 잘 만났다. 땅속 뿌리가 추운 겨울을 견뎌낼 것이다. 이렇게 노지에서 겨울을 견뎌낸 양파는 아주 맵고 단단할 것이다. 그렇지만 나에겐 쪽파가 있다. 얘들에게 아무것도 해준 게 없어 서러울 테지만 내년 봄 이들도 추운 겨울을 버텨내고 파릇하게 생명력을 자랑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게다가 지금 땅속에서 잠자고 있는 부추들도 있다.


대략 30포기 되는데 3포기는 벌레가 많이 파먹어서 그대로 두었다. 그중 한개를 까보니 벌레가 바글바글하다. 이들에겐 배추가 아늑한 겨울 보금자리가 되어 줄 것이다. 수확량 중 4포기는 점검 나온 이웃 텃밭 아주머니에게 드렸고 10포기를 내일 형님네 갔다줄 것이니 대충 10포기 남았다. 겉껍질은 손질해서 모두 대쳐 냉동실에 보관해 두었다가 배추국 끓일 예정이다. 그리고 알찬 배추 포기들은 신문지에 한땀한땀 포장해서 저장해 두었다가 삼겹살에 삶아 먹을 때 쌈채소 혹은 배추국 용도이다.


壬寅農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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