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壬寅農記] 김장일기


오늘로서 임인 농기(壬寅農記)의 메인 피날레가 완성되었다. 아직 수확하지 않은 30종의 배추는 김장용이 아니니 임인농기의 앵콜이 될 뿐이다. 김장 담그기에서 김치 속을 버무리는 작업은 나의 몫이다. 겁나 왕큰 다라이(50년가량 된)에 각종 양념들을 섞고 버무려야 하는데 연세드신 이모님들께서 힘에 부쳐서 이건 순전히 내가 해야되는데다가 짜잘하게 힘쓰는 일도 모두 내가 처리해야한다. 잠깐 쉴라치면 **야! 불러대신다. 이시대는 김장 행사가 여성들에게만 과중한 노동이 아닐꺼다. 왠만해서 절인 배추작업은 통신판매로 수고를 덜 수밖에 없다. 배추 절임작업에 무리하면 몸살 감기 걸리기 백퍼 확실하다. 어제 이상기온 탓인지 너무 덥다보니 무우 수확때 땀을 많이 흘렸고 100개의 무우를 낑낑거리며 차에 실고 안양의 이모님께 무우를 배달하고 수지에 도착하니 오후 5시즈음 되었다. 왠만한 기초 재료들을 이미 준비해 놓고 계셔서 바로 김치 속을 만들고 배추김치를 다 만들고 나니 자정에 가까워졌다.


다 씻은 무우들로 석박지를 오늘 아침에 담글 계획이어서 제발 그래라 했는데 이모님께서 자정이 넘은 그 시간 남은 무우를 듬성 듬성 싹둑썰어서 남은 김치속과 대충 버무리자고 하신다. 그래서 자정 넘어서부터 썰어둔 무우 버무리느라고 시바 졸라 겁나 고생했다. 씻은 무우 담아둔 저 플라스틱 통도 역사가 있는 거다. 52살형과 50살인 내가 꼬꼬마때 여기서 이모님들께 벌거숭이 목욕당했다. 지금 내손에서 금이야 옥이야 길러졌던 무우가 여기에 반짝거리며 담겨 있으니 격세지감이다.


그리고 오늘 아침 걸죽한 신갈 막걸리와 삶은 돼지 사태 그리고 김치 속으로 먹었다. 나는 이 간이 식탁이 참 좋다. 이것도 내 나이보다 더 많을 지도 모르겠다. 고등학교때 어쩌다 외갓집에 들르면 외할무니께서 여기다가 요기꺼리 차려주시던 식탁이다.


壬寅農記


시작하며 | 감자심기 그리고 허브씨앗도 | 감자싹과 페퍼민트 잎 | 고수싹과 완두콩싹 | 딜싹과 야생초 정리 | 감자순 뽑아주기 | 댑싸리와 유채꽃 | 감자꽃이 피었습니다. | 감자들이 힘을 못쓰는 해 | 상반기 농사를 마치며 | 하반기 농사를 시작하며 | 가을농사 두둑 정리를 마치며 | 김장 모종 옮겨심기 | 모종 심기 숙제 끝 | 일주일 후의 텃밭 나들이 | 별일없이 평화로운 | 당분간 무우 머리 이발사 | 청소년기 작물의 영양제 투입 | 가을 작물 수확의 딱 중간 시점 | 가을 작물 마지막 정돈 | 가을 수확을 앞두며 | 무우 수확 | 김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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