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전에 감자를 심었다. 2주이상이 지났으니 슬슬 감자싹이 올라왔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방치형 농사꾼은 텃밭에 갔다. 완두, 바질, 고수, 딜 씨앗은 심은 공이 무색하게 아직 흔적도 없다. 어디다 심었는지도 까먹었다. 땅이 척박해서 발아에 실패한 것인지 아니면 그냥 잊고 있다보면 자라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장미허브도 착근에 성공하지 못했는지 아무리 찾아봐도 자취가 없다. 우리집 베란다에서는 잘 자라주었는데 여기서는 적응하지 못했는가보다. 땅이 워낙 척박하기 때문에 이해는 간다. 그래도 벌써부터 제법 몸집을 키워가고 있는 야생초 몇몇에게 나는 자비심이 없다. 죄다 뽑아버렸다.

페퍼민트 씨앗은 애써 구할 필요 없었다. 지난번 왔을 때만에도 작년 페퍼민트가 있던 곳이 황량했었는데 어느새 페퍼민트 군락이 제볍 형성되어 있다. 얘네들도 생명력이 갑이다. 겨울을 지나면서 모두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야생초화된 것 같다. 페퍼민트 오일을 1~2방울 떨어뜨려 항상 음용하는데 입안이 매우면서 알싸한데 마실때마다 목구녕에 시원한 기운이 퍼지는 느낌이 넘나 좋다. 손으로 잎을 만지작 거리고 코끝에 대고 킁킁거리기를 여러 번 반복하니 즐겁다. 한두 잎을 베어 물면 정신이 번쩍 들 것이다. 오늘은 황사가 심해서 이건 생략이다.

페퍼민트 몇 놈이 나의 감자 두둑에서도 빼꼼히 드러내고 있다. 처음에는 감자싹인 줄 알았는데 페퍼민트 싹이었다. 좌측의 조그마한 싹들은 땅속에 심어둔 씨감자에서 솟아나온 것이고 오른 쪽은 페퍼민트이다. 대충보면 구분하기 어렵다. 잎을 살짝 터치하여 손 끝에 향이 묻어나면 페퍼민트이고 아니면 감자싹이다. 다음 주에 다시 와서 감자싹 주위에 침범하고 있는 아기 야생초들 좀 괴롭혀야겠다.

부추도 제법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이거 뜯어다가 부추라면이나 끓여먹어야 겠다. 솟아 올라온 감자 싹들은 아직 크기가 초라하지만 다음 주에 다시오면 제법 커져있을 것이다. 쑥쑥자라그라.

이웃 텃밭 형님의 아스파라거스는 올해도 잘 올라오고 있다. 얘네들도 조금 지나면 엄청 무성해져서 미용해주지 않으면 나의 밭에 까칠하게 침범한다. 그렇지만 지금 돋아나고 있는 아스파라거스들을 보면 앙증맞고 버터에 볶아먹고 싶어 입안에서 군침이 돈다. 다음 주에 제법 자란 것들을 조금 쓱싹해야지.

화려했던 사쿠라의 핏빛 흔적 위에 잎으로 덧씨운 벚나무 잎을 보면서 늙어가는 나의 몸땡이도 그르치하면서 터벅터벅 집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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壬寅農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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