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werq, diary] 오늘도 수선

in #kr6 years ago (edited)

뭔가를 수선할 일이 있다 싶으면, 가만히 두지는 못하는 성격이라 고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고쳐보려 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에는 캐리어의 밑에 달려 있는 지지대가 어느샌가 빠져있었고, 이에 따라 무게를 지지할 수 있는 부분이 사라져서 그냥 서있지를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하지만 애초에 수선 업체에 맡길만큼 비싼 캐리어가 아니기도 하고, 캐리어의 특성상 딱 알맞는 부품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적당한 크기의 "고무발"을 달아놓았다.

사실 이번 수선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캐리어 지지대를 대체할 수 있는 품목의 이름을 찾는 것이었다. 캐리어 지지대, 캐리어 밑둥과 같은 단어들의 조합으로 검색해서는 절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었고, 캐리어 수리나 파손, 수선 등으로 검색했을 때에는 대체로 손잡이나 본체, 바퀴가 망가진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원래 2개의 바퀴와 2개의 지지대가 있던 상태에서, 3개의 바퀴와 1개의 지지대를 원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무슨 세발자전거도 아니고...) 가급적이면 모양이 이상하거나 어설프더라도 캐리어를 놓고 지지할 수 있는 부품을 찾고 있었다.

원래의 지지대는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고무면 어떠냐는 생각에 지지 고무, 고무대 등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고무발"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고, 다행히 적절한 크기와 높이를 가지는 산업용 고무발을 찾아내어 캐리어에 달아놓을 수 있었다. 아마 이 부품을 찾지 못했다면 이 캐리어는 결국 재활용되거나 버려지지 않았을까 싶다. 고작 한 부품이라지만, 그 부품이 물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중대하다면 다른 부분이 정상이더라도 못쓰게 될 일이었다. 그러니 작은 부품을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된다. 그러고보니 챌린저호 폭발도 고작 O-ring이라고 부르는 고무패킹이 얼어버려 발생한 것을 떠올려보면, 우리가 미미하다고 생각하는 (=착각하는) 사소한 것들을 언제나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손목시계는 아직도 잘 가고 있지만, 결국 가방의 지퍼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 대체를 한다는 게, (말장난 같지만) 대체로는 개선을 한다기보다는 대안적인 성격을 가진다. 그래서 이전과 완벽하게 동일한 것이 아니라면 아무래도 기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수명을 다하기도 하고 말이다. 완벽한 재현처럼 작동하지만 쉽게 얻기 어려운 것과, 이보다 떨어지지만 쉽게 얻을 수 있는 것 중에 택하라면, 둘 중 어떤 것을 골라야할까. 예를 들어 80점에서 90점으로 끌어올리는 것보다 90점에서 100점 만점으로 끌어올리는 것 중 어느 것이 의미가 있을까. 같은 10점을 올리는 것이라도, 하나는 20개의 오답에서 10개의 오답으로 줄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10개의 오답에서 오답이 완전히 없도록 실수/실패를 제거하는 임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통의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수선이란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앞의 경우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마저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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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선 장인 앞에 보이기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저도 오늘 수선이라는 것을 해보았습니다. 이 정도면 30점에서 70점 정도로 끌어올리지 않았나 자평합니다. 그냥 두었다간 감전사고 당할 것 같아서 오늘은 진짜 하나 살까... 했었거든요. 히히. :-)

IMG_3885.jpg

🎲주사위를 굴려 42 이(가) 나왔습니다.

42점 이네요...

센스쟁이십니다 (...)ㅋㅋ

얏호! 12점이나 올랐군요!(...)

수선 장인이라기보다는, 저는 그냥 수선 취미생에 불과합니다ㅎ
잘 하셨는데요? :)

조금 부족한 듯 사는 것도 좋겠지요

완벽함은 그 자체로 일종의 결벽을 야기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약간의 부족함을 남겨두는 것이 저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되도록이면 고쳐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항상 몇 프로 모자라서 그런지 고친지 얼마안되서 망가지더라고요^^; ㅎㅎ

원래의 것을 대체하기한 역시 쉬운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수명을 연장시키기는 하지만, 사실 100%의 상태로 연장시키는 것이 아닐때도 많고요. 그러려니 합니다ㅎ

저도 어지간한것은 수선해서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잘 살아나는 것들을 볼 때면 언제나 기분이 좋습니다. 아낀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본래 한 셋트로 설계된 것 중에 하나를 대체하는건 정말 어려운 일이더라구요. 구하신 고무발이 '착' 들어맞았는지 궁금해지네요.

완전히 기존의 것을 대체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고무발은 다행이 제 기능을 해주고 있습니다. 여분을 몇개 구매해놓았기에, 하나의 고무발이 기존의 지지대만큼 오래가지는 않더라도, "여러개"의 고무발이 조금 더 수명을 늘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세탁기 수평이 맞지 않아서 집에 있는 물건 중에 어떤 걸 쓸까 하다가 친정아빠랑 고민하다가 전 떠오르는 게 없었는데 친정아빠가 쌍둥이 장난감 중 나무블럭으로 세탁기가 흔들리지 않게 해주셨답니다. 글을 읽는 동안 그 생각이 났어요.ㅎㅎ

간단한 것으로 수선하고 복구할 수 있다면 그만큼 기분 좋은 일도 없겠지요. 의외의 것들이 또다른 의외를 낳을 때에 참 즐거운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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