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빗물이 번들거리는 데크 길을 걷는다
빗물도 걷는 사람을 따라 걷고 싶은지
운동화 위로 튀어 오른다
빗물도 높이 뛰기 위해
두 발을 모으고 깊이 숨을 들여마시고
데크 바닥을 힘껏 찼을까
운동화에 올라가는 건 시시해진 빗물이
바짓단까지 단번에 점프를 한다
떨어지는 동안 산산조각이 난 정신에
마지막 힘을 접목한다
길은 누구에게나 있다
젖은 신발 / 이정록
아이들 운동화는
대문 옆 담장 위에 말려야지.
우리 집에 막 발을 내딛는
첫 햇살로 말려야지.
어른들 신발은 지붕에 올려놔야지.
개가 물어가지만 않으면 되니까.
높고 험한 데로 밥벌이하러 나가야 하니까.
어릴 적에 할머니께서 가르쳐주셨지.
북망산천 가까운 사랑방 툇마루에서
당신은, 당신 흰 고무신을 말리셨지.
노을빛에 말리셨지.
어둔 저승길, 미리 넘어져보는 거야.
달빛에 엎어놓으셨지.
저물어도 거둬들이지 않으셨지.
마지막은 다 밤길이야.
젖은 신발이 고꾸라져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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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신발은 여러가지 사연으로 얽혀 있어요.